[비즈니스 매너-38] 와인, 어떻게 즐길 것인가?②
[비즈니스 매너-38] 와인, 어떻게 즐길 것인가?②
  • 신성대 동문선 사장
  • 승인 2019.03.30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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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둔감한 한국인들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전화번호는 ‘2424’번일 것입니다. 이삿짐센터에서는 황금의 번호이지만 개인에게는 악마의 번호입니다. 그리고 ‘4’자를 싫어하는 것 외엔 생활 속에 숫자와 관련된 터부나 에피소드가 그다지 많지 않다보니 숫자를 은유적 메시지 전달 도구로써 이용하여 글로벌 비즈니스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간다는 개념이 거의 부재 상태입니다.

신성대 동문선 사장
신성대 동문선 사장

예전에 어느 한국대통령의 프랑스 파리 방문 때의 일입니다. 교민들이 환영만찬을 열어 환대해주기로 하였습니다.

해서 이를 기념한다는 의미에서 그 대통령의 생년도인 1932년도 산 와인을 백방을 수소문해서 겨우 파티에 쓸 만큼을 간신히 구했습니다.

헌데 만찬이 끝나도록 대통령은 그 고풍스런 와인을 마시고도 눈앞에 놓인 ‘1932’ 라벨 붙은 와인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아 교민들이 무척 씁쓸해 했다고 합니다.

와인문화에 무지한, 아니면 상대방의 노력과 정성 자체에 아예 무관심한, 말 그대로 글로벌 노(No!)격 대통령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역대 한국 대통령들도 국가지도자급 인사로서 무지한 와인 소양, 와인 매너로 숱한 정상회담에서, 현지국 대민 행사에서, G20 등 각종 글로벌 무대에서 부지기수로 망신.

그 구설수들로 인해 기업과 국민이 피땀 흘려 이룩해놓은 ‘세계무역 10위권 대국’ 코리아의 국격을 심히 훼손시킨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대를 물려가며 와인을 보관하는 이유

2013년 봄, 프랑스 대통령 집무실 ‘엘리제궁’을 리노베이션하기 위해 지하 저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와인 1,200병을 경매를 통해 와인애호가들에게 판매했습니다. 경매에 나온 와인 가격은 10유로(약 1만4천원)짜리는 물론 2200유로(317만원)로 예상되는 1990년 빈티지 샤토 페트뤼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습니다. 샤토 페트뤼스 와인은 ‘보르도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고급와인이지요. 대부분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들로 대개 10병 미만의 것들입니다. 왜냐하면 그 정도 개수로는 웬만큼 작은 파티에서도 모자라기 때문이지요.

헌데 이 경매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는데 그들은 그 와인을 당장 마시려고 사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인들은 귀한 술이 있으면 일단 따서 마시려고 덤벼들지만 서구 중상류층 사람들은 대개 보관용으로 사들입니다.

그렇게 다양한 와인을 보관하다 보면 언젠가 꼭 그 술이 필요한 때가 옵니다. 그렇게 해서 대를 물려가며 보관하는데, 그건 그들이 매사를 그렇게 멀리 내다본다는 뜻입니다.

술꾼들을 위한 파티는 없다

“왜 파티마다 건배를 꼭 (제국주의 서양식) 샴페인으로 해댑니까? 우리 술도 많은데!” 대답은 “샴페인만이 어떤 종류의 음식에도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우선 샴페인은 거품이 쏴하고 일어나기 때문에 일단 시각적, 청각적 상쾌한 자극으로 기분을 흥겹게 북돋우는 역할을 합니다.

달콤하게 톡 쏘는 맛은 금방 식욕을 돋우지요. 게다가 샴페인은 어떤 음식과 섞여도 그 향기를 잃지 않는 유일한 술입니다.

시대를 불문하고 우아함을 추구하고 로맨틱한 순간을 맞이할 때 찾는 술이 샴페인입니다. 프랑스왕 루이 15세의 연인이자 당시 파리 사교계 아이콘이었던 마담 퐁파두르는 ‘마신 후에도 여인의 우아함을 지켜주는 유일한 술’이라며 평생 샴페인만 고집했다고 합니다.

“밤에는 샤넬 N°5를 입고 잠들며, 아침에는 하이퍼 파이직 샴페인으로 하루를 시작해요.”라고 말한 마릴린 먼로는 중요한 남자를 맞기 전에 하이퍼 파이직 로제 샴페인으로 목욕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샴페인을 막걸리 마시듯 벌컥벌컥 마실 수는 없습니다. 비즈니스 식사 중 와인을 몇 병씩 마셔대며 주량을 자랑했다간 다음 날로 퇴출입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 마시는 것이 글로벌 매너에 맞을까요?

리셉션이나 스탠딩 파티에선 대부분 샴페인(알콜도수 10%)만 마셔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샴페인, 화이트와인, 레드와인 그리고 칵테일과 오렌지 주스까지 한꺼번에 내놓고 알아서 마시라는 파티도 있지만, 대개 고급한 파티에선 따로따로 나옵니다.

그중 한 잔을 들고 한 시간 이상 버텨야 합니다. 맥시멈으로 두 잔입니다. 공짜라고 석 잔 이상 마셨다간 상업적 신용 끝입니다. 글로벌 무대에 나가려면 평소 이런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한국인들은 이게 안 되는 바람에 가는 곳마다 사고를 치지요. 해서 비행기에서 술주정하거나 윤창중 사건 같은 추태가 끊이지 않는 겁니다.

가령 선진국 고급 카지노에 가면 샴페인이나 와인은 무료입니다. 해서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다하지 않는 한국인들이 개평이라도 챙기겠다는 듯이 마구 마시다가 카지노에서 쫓겨나는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딜 가나 카지노에선 한잔 내지는 두 잔까지입니다. 셋째 잔을 오더하면 천정의 감시카메라가 자신을 쫓아다니기 시작합니다. 준범죄자 내지는 잠재적 범죄자 즉, 요주의 인물로 취급하기 때문이지요. 그것마저 마시고 넉잔 째 오더하면 카지노 경비원이 다가와서 퇴장을 요구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은 영원히 그 카지노 출입금지입니다. 그리고 그를 데리고 온 회원도 3년간 VIP클럽 출입금지, 1층 슬롯머신장에도 1년간 출입금지 당합니다.

그 사회의 주류라면 대개 1층에서 안 놉니다. 거긴 서민이나 관광객들이 노는 곳이니까요. 한인회 회장 정도면 당연히 위층 VIP룸에 가서 놀 것입니다.

한데 VIP룸 출입금지라니! 사교계에선 끝입니다. 실제 호주 어느 대도시 유명 카지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파이낸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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