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 '정읍'에서 '사람사는 세상' 찾아볼까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 '정읍'에서 '사람사는 세상' 찾아볼까
  • 황병우 기자
  • 승인 2019.04.07 2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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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민족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호남 최고의 정자 '피향정'
단풍이 아름다운 내장산은 봄철에는 진입로에 가득한 벚꽃 만끽할 수 있어
정읍 여행의 마무리는 심신을 보양할 수 있는 '전설의 쌍화차 거리'에서

최근 학계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근원과 일제 강점기 항일운동을 동학농민혁명에서 찾고 있다. 이에 동학농민혁명의 출발지로 알려진 전라북도 정읍지역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새야 새야 퍄랑새야 녹두밭에 앉지마라, 녹두꽃이 덜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라는 애절한 노랫말이 울려 퍼진 '동학농민혁명'의 시발점이 된 곳이 바로 '정읍'이다. 

 

동학농민혁명은 3.1운동을 비롯해 항일운동의 근간이 됐는 평가다. 동학농민혁명기념관 입구의 모습 (사진=황병우 기자)
동학농민혁명은 3.1운동을 비롯해 항일운동의 근간이 됐는 평가다. 동학농민혁명기념관 입구의 모습 (사진=황병우 기자)

자연과 문화,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는 전라북도 정읍시는 2018~2019년을 '정읍방문의 해'로 정하고 다양한 행사와 관광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른 아침 서울에서 출발해 4시간 가량 걸려 정읍에 도착한 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허전해진 시장기를 달래려 식당을 찾았다.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을 접하고 나니, 전라지역의 풍요로움을 맛보는 느낌이었다. 사실 먹거리도 정읍 문화관광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다.

유진섭 정읍시장은 "조선 3대 명주로 꼽는 태인의 죽력고, 타임지(紙) 선정 세계 10대 푸드 귀리, 차별되는 한우 참맛 단풍미인한우, TV 프로에 소개돼 유명해진 볶음짬뽕(양자강), 쌍화차거리의 쌍화차, 떡갈비와 참게장 백반 등 정읍의 먹거리를 알리는 데도 주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선, 3.1운동을 비롯한 일제 강점기 항일운동과 5.18광주민주화혁명을 포함한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근원이라고 하는 동학농민혁명의 흔적을 모아둔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을 찾았다.

 

정읍 말목장터에 서있었던 오래된 감나무 (사진=황병우 기자)
동학농민혁명 주요 인물들 사진 (사진=황병우 기자)
동학농민혁명 주요 인물들 사진 (사진=황병우 기자)
조선후기 말목장터 상상 모형. 장터 가운데 감나무가 동학농민혁명에 전시 중인 오래된 감나무인 듯 하다. (사진=황병우 기자)
조선후기 말목장터 상상 모형. 장터 가운데 감나무가 동학농민혁명에 전시 중인 오래된 감나무인 듯 하다. (사진=황병우 기자)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차원높은 인본주의 정신을 실현하고자 했던 동학농민혁명은 중세 사회를 마감짓고 만민평등을 추구한 우리나라 근대사의 첫 새벽을 연 민주주의 시원(始原)으로 평가된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전라도 지역에 국한된 반란사건으로 왜곡된 채 역사의 뒤안길로 버려졌다가 110년이 지난 2004년 참여정부 때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역사적 의미의 복권과 함께 그 명예가 회복됐다.

125년이 지난 올해에는 지난 2월 정부 국무회의를 통해 동학농민군이 황토현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5월 11일이 정부가 주관하는 기념일로 비로소 지정됐다. 부당한 것에 맞서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들이 우리의 피에도 흐르는 것 아닐까.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 들어가면, 동학농민혁명이 시작된 말목장터에 서있었던 커다란 감나무를 만날 수 있다. 말목장터에서 전봉준이 농민들을 모으고 봉기를 준비하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을 듯한 감나무다. 

 

동학농민혁명 기념관에 보관중인 사발통문 내용을 문희경 문화관광해설사가 설명하고 있다. (사진=황병우 기자)
동학농민혁명 기념관에 보관중인 사발통문 내용을 문희경 문화관광해설사가 설명하고 있다. (사진=황병우 기자)
녹두장군 전봉준의 절명시와 서울로 압송되고 있는 전봉준 사진 (사진=황병우 기자)
녹두장군 전봉준의 절명시와 서울로 압송되고 있는 전봉준 사진 (사진=황병우 기자)
서울 종각역 사거리에 설치된 전봉준 동상. 전봉준이 앉은 모습이 많은 것은 동학농민혁명 실패로 체포된 후 모진 고문으로 다리를 못쓰게 된 것 때문으로 알려진다. (사진=황병우 기자)
서울 종각역 사거리에 설치된 전봉준 동상. 전봉준이 앉은 모습이 많은 것은 동학농민혁명 실패로 체포된 후 모진 고문으로 다리를 못쓰게 된 것 때문으로 알려진다. (사진=황병우 기자)

전시관은 동학농민혁명이 발생하게 된 배경들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구한말 당시 탐관오리들과 농민들에 대해 잘 구성하고 있으며, 관심 받지 못한 우리의 근대역사를 잘 보존하고 있다.

기념관는 동학농민혁명의 대표적 인물인 전봉준에 대해서도 잘 서술해 둔 것이 인상적이다. 서울에서도 전봉준을 만나볼 수 있는데, 종각역 4거리 종각과 SC제일은행 건너편에 전봉준의 동상이 있다.

동학농민군이 작성한 '사발통문'을 비롯해서 흥선대원군이 동학농민군들에게 해산할 것을 회유하는 ‘효유문’과 동학농민혁명 최초 봉기인 고부봉기 전후 사실이 기록된 ‘석남역사’ 등 주요 자료 들이 대거 전시 중이다. 

우리나라 역사 속 민주화 운동의 시작이 궁금한 이들은 정읍에서 가장 먼저 방문해야하는 탐방지로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을 권한다.

 

피향정은 호남제일정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사진=황병우 기자)
피향정은 호남제일정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사진=황병우 기자)
상연지는 일제강점기 메꿔져 흔적을 찾기 어렵지만, 하연지는 그대로 남아있어서 여름에는 연꽃의 향기에 취해 볼 수 있다. (사진=황병우 기자)
상연지는 일제강점기 메꿔져 흔적을 찾기 어렵지만, 하연지는 그대로 남아있어서 여름에는 연꽃의 향기에 취해 볼 수 있다. (사진=황병우 기자)
하연지에 위치한 정자에서 활짝 핀 연꽃 향기에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황병우 기자)
하연지에 위치한 정자에서 활짝 핀 연꽃 향기에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황병우 기자)

정읍에서 가봐야 하는 또 다른 곳으로는 '피향정(披香亭)'이 있다. 피향정이란 이름은 동서 양쪽에 파 놓은 상연지(上蓮池)와 하연지(下蓮池)에 핀 연꽃의 향기가 주위에 가득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두 연못 중 상연지는 일제 강점기 때  메워지고 현재는 하연지만 남아있다. 태안면 태창리에 있으며, 정면 5칸, 측면 4칸의 겹처마 팔각지붕건물로 보물 제289호다.

이 건물은 호남지방에서 가장 대표적인 정자 중의 하나로 신라 정강왕 1년(887)에 고운 최치원이 태산군수로 재임 중에 풍월을 읊고 소요하던 연못가에 세워진 정자로서 고려 현종때 증축되었다고 전하나 현재의 모습은 조선 인조때의 현감이던 유근이 중수한 것이다.

못을 향하여 남향으로 세워진 이 건물의 지붕은 팔작지붕이며, 처마는 겹처마이고 내부로는 앞뒤의 돌 계단을 통하여 오르내릴 수 있다. 투마루 아래에는 원형의 석조 동반 기둥을 받쳤으며, 그 상부에는 28개의 두리기둥을 세웠는데, 이는 우주를 28숙으로 나눴던 사상을 따른 것이라고 한다.

피향정은 연꽃이 피는 7~8월에 찾으면 호남제일정(湖南第一亭)이라는 명칭에 공감하게 된다. 녹색 연잎과 연분홍 꽃봉오리들은 눈을 즐겁게 하고, 코끝을 간질이는 바람에 묻어오는 연꽃의 향기는 정자에 오르게 한다. 정자에 서서 호남평야를 바라보며 시 한 수 읊으며 풍류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김명관 고택의 바깥사랑채 (사진=황병우 기자)
김명관 고택의 바깥사랑채 (사진=황병우 기자)
고택의 창은 사람에게 적당한 높이를 가지고 있어서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사진=황병우 기자)
고택의 창은 사람에게 적당한 높이를 가지고 있어서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사진=황병우 기자)
ㄷ자 모양 안채는 당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기거했다고 한다. (사진=황병우 기자)
ㄷ자 모양 안채는 당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기거했다고 한다. (사진=황병우 기자)

정읍에는 조선시대 가옥의 형태를 잘 보존한 고택이 있다. 특히 대한민국 국가민속문화재 제26호로 지정된 김명관 고택은 선조들의 생활상과 그 흔적을 잘 살펴볼 수 있다.

1971년 중요민속문화재 26호로 지정된 이곳은 정조6년(1784년)에 김명관 선생이 지은 건축물로 당시 상류층 양반가옥의 대표적인 고택으로 풍수, 문화, 사상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고택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다.

건물들은 행랑채·사랑채·안행랑채·안채·별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문을 들어서면 행랑마당과 바깥행랑채가 있고 바깥행랑의 동남쪽에 있는 문을 들어서면 사랑채와 문간채가 있다. 

사랑채 서쪽으로 'ㄷ'자형의 안행랑채를 배치하였는데 그 앞쪽으로 'ㄷ'자 평면을 가진 안채가 있다. 안채는 좌우 대칭을 이루게 지어 좌우 돌출된 부분에 부엌을 배치하고 있는 특이한 평면을 갖추고 있다. 안채의 서남쪽에 있는 안사랑채는 김명관이 본채를 지을 때 일꾼들이 기거했던 곳이라고 한다.

소박한 구조와 건축가의 독창성, 조선후기 사대부 가옥의 중후한 모습을 대체로 원형대로 잘 유지하고 있어 건축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좋은 연구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무성서원 입구 (사진=황병우 기자)
무성서원 입구 (사진=황병우 기자)
무성서원은 일제 강점기 의병활동의 영향을 미친 곳이라고도 알려진다. (사진=황병우 기자)
무성서원은 일제 강점기 의병활동의 영향을 미친 곳이라고도 알려진다. (사진=황병우 기자)
무성서원의 강당 '명륜당'을 뒤에서 본 모습 (사진=황병우 기자)
무성서원의 강당 '명륜당'을 뒤에서 본 모습 (사진=황병우 기자)

고택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의 위패를 모신 무성서원이 자리하고 있다. 

서원의 배치는 약간 경사진 땅 위에 강당과 사당을 잇는 직선축을 중심으로 정문인 누각 현가루와 내삼문을 배치하고, 주변에 전사청과 교직사, 비각 등을 세웠다. 사당은 정면 3칸, 강당은 정면 5칸이고, 강당과 재실은 모두 마루와 온돌이 결합된 양식이다. 

현재 서원에는 성종(成宗) 17년 이후의 봉심안(奉審案), 강안(講案), 심원록(尋院錄)등의 귀중한 자료들이 많이 남아 있으며, 조선 시대 수많은 선비를 길러낸 호남 땅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원이자 당시 교육활동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정읍 '전설의 쌍화차거리'를 안내하는 표지판 (사진=황병우 기자)
정읍 '전설의 쌍화차거리'를 안내하는 표지판 (사진=황병우 기자)
몸에 좋은 고명이 가득한 정읍 쌍화차로 여행을 마무리해본다. (사진=황병우 기자)
몸에 좋은 고명이 가득한 정읍 쌍화차로 여행을 마무리해본다. (사진=황병우 기자)

정읍 여행에서 마무리는 단언컨데 심신을 보양할 수 있는 '쌍화차'라고 할 수 있다. '전설의 쌍화차 거리'에 들어서니 구수하면서도 달짝지근한 쌍화차 내음이 가득 느껴진다. 

정읍 쌍화차는 세종실록지리지와 신동국여지승람 등 옛 문헌에도 정읍의 토산품으로 기록돼 전해질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정읍 '전설의 쌍화차 거리'는 쌍화차를 주 메뉴로 하는 전통찻집이 새암로를 따라 자생적으로 형성돼 오다 쌍화차가 깊은 맛과 건강식으로 각광받으면서 장명동 주민센터 인근에 점차 확대되면서 조성된 거리다.

정읍 스타일의 쌍화차는 숙지황, 생강, 대추 등 20여가지의 엄선된 특등품의 약재를 달여서 밤, 은행, 잣 등의 고명을 넣고 정성을 다해 만들어진 보약이다.

정읍 9경을 모두 만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서울로 돌아왔지만, 흩날리는 벚꽃과, 연못 가득한 연꽃과, 가을 내장산을 물들인 단풍을 만나기 위해 정읍을 다시 찾아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파이낸셜신문=황병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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