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매너-40] 와인, 어떻게 즐길 것인가?④
[비즈니스 매너-40] 와인, 어떻게 즐길 것인가?④
  • 신성대 동문선 사장
  • 승인 2019.04.22 10: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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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와인을 두고 대화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와인 자체, 즉 마시고 취하는 게 목적이다. 무엇보다 성질 급한 한국인들은 대부분 몸에 좋다며 처음부터 레드와인으로 시작하기 일쑤다. 와인을 술로만 여기는 술꾼 기질 때문에 까짓 단돈 만 원짜리 샴페인은 거추장스런 상표딱지 쯤으로 여겨 생략한다.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은 아직도 술주정뱅이의 나라라 할 수 있다.<편집자주>

와인보다 중요한 건 와인 매너

신성대 동문선 사장
신성대 동문선 사장

간혹 주변을 살펴보면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그 본뜻도 모르고 흉내 내다가 벌어지는 난센스가 적지 않습니다. 요즘 와인을 공부하거나 즐기는 모임들이 많아져 자주 불려나가는데, 건배하는 매너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어색하고 부족한 점들이 많이 보입니다.

처음부터 스스로 창조한 문화가 아니다 보니 그 본질, 그 기본을 제대로 알 턱이 없고, 알았다 해도 제 맘대로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겨 생략하거나 변질시키기 일쑤지요. 이왕지사 철저하게 따라 해야 제대로 배울 수 있습니다.

우선 한국인들은 그런 자리에 대부분 개념 없이 아무 옷이나 걸치고 모이는데, 와인을 마시는 파티에서는 남녀 불문코 검은 색이나 짙은 색 정장이 기본입니다.

왜냐하면 혹 와인을 쏟는 사고가 나더라도 옷을 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레드와인은 포도껍질의 색소가 살아있어 옷에 묻으면 얼룩져 지워지지 않습니다. 근본 없는 연예인이나 대충 막 살아온 유명인들 따라 아무 파티나 유색 옷 입고 나가다간 자칫 비싼 옷 버리고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인들은 식사자리든 술자리든 언제나 남녀유별에 부동석(不同席)입니다. 이에 비해 서양에선 남녀 교차석(交叉席)이 정격입니다. 그리하여 왼쪽의 남성이 오른쪽의 여성에게 음료를 따르는 등 서비스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나의 의로운 오른팔로’란 요령만 외우면 됩니다. 여성은 이를 당연히 여기고 당당하게 누려야 합니다. 하지만 만약 한국에서 그렇게 앉혔다간 여성을 마치 기생이나 접객녀처럼 남성들의 시중이나 드는 들러리 취급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도 다분합니다.

해서 여성이 신사로부터 마땅히 받아야 할 서비스를 포기하고 말지요. 문제는 이런 식으로 산 한국 남성들이 해외에서의 식사테이블에서 옆자리 여성에 합당한 관심을 두고 제대로 케어하지 못해 신사로서의 이미지를 구겨 비즈니스를 망치기 일쑤라는 겁니다.

와인 매너는 국제 중상류층 사교클럽에서 제대로 배워야

세계화되면서 한국에도 와인문화가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지만 국가 최고위층은 물론 재벌 등 상류층의 테이블매너조차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아직도 저급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개인은 물론 국가의 품격을 갖추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비싼 포도주 마신다고 품격 올라가는 것 아닙니다.

수년 전부터 한국에도 와인 바람이 불어 소믈리에가 사회 명사인 것처럼 언론이나 잡지에 자주 오르기도 하고, 어떤 와인 클럽에는 정식회원으로 가입되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난센스. 소믈리에가 사교클럽 회원이 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습니다. 소믈리에는 와인 담당 웨이터일 뿐입니다. 한국 같은 와인후진국 술꾼들의 삼류 모임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요.

와인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와인 매너입니다. 비즈니스와 연결시키지 못하는 와인 지식은 술꾼에게나 필요할 뿐이지요. 《킹스맨》을 따라 더블 수트를 맞춰 입고, 옥스퍼드 구두에 브리그사 우산을 든다고 신사가 되는 것 아닙니다.

제 아무리 소문난 소믈리에라 해도 《킹스맨》에 나오는 와인은 소개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왜 그 장면에 그 술인지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기에 말입니다.

와인의 세계를 세 단계로 나눈다면 소믈리에는 맨 하층에 속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들이 와인 매너를 가르치는데 이는 방자가 이도령을 가르치는 꼴입니다.

청년들 교육 다 망치는 셈이지요. 파리에선 점잖은 집안 도련님들이 나이 많은 소믈리에를 보고 ‘가르쏭!(한국식 영어단어 뽀이에 해당)’이라 부르며 하대(下待)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웨이터나 소믈리에 등 서비스 업종 종사자 내지는 경력자들에게서 배운 와인 매너는 금방 티가 나기 때문에 아무리 돈이 많고 벼슬이 높아도 귀한 대접 못 받습니다.

다음, 중층에는 와인 생산자들과 유통업자(네고시앙)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맨 위 상층에 오피니언 리더들과 명사들의 사교클럽, 와인 클럽이 있습니다. 이들 클럽의 정규멤버들은 우아하고 고급한 수동태 영어와 불어를 구사하는데 바른 식사 자세와 민주적 대화는 기본입니다.

신(身), 언(言), 서(書), 판(判)에다 식(食)까지 몸에 밴 사람이어야 가능합니다. 여기서는 돈보다 대의명분, 사람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멤버가 되면 살면서 겪게 되는 웬만한 문제나 어지간한 재앙은 다 넘어갈 수 있습니다. 와인 매너는 이런 곳에서 배워야 합니다.

세계적으로는 <국제와인협회>가 대표적인 클럽으로 각국에 브랜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는 없습니다. 그 외에 중요 사교클럽으로는 <다보스포럼>이 유명한데 여기서도 이너써클에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전 세계 주요국 재무장관들과 중요 민간 금융기관장들 및 그 보좌진 등으로 이뤄진 <국제금융인클럽>, 각국의 검찰총장들과 국제통 검사들의 사교 모임인 <국제검사협회> 등이 있다. <노벨상위원회>나 <IOC위원회>도 넓게 보아 사교클럽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 한국에서 외국인들과 제대로 교유할 수 있는 방도가 있다면 홈게임의 수월한 입장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를 익히고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서울클럽>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교클럽으로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칙령으로 만들어진 로얄클럽입니다. 당시 고종은 조선이 사는 길은 외국사람들과 교유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친한 네트워크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대한제국이 국제사회에서 왕따 당하지 않도록 하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이 클럽을 연 것입니다. 지금은 구 사파리클럽 자리(신라호텔옆)에 있다.

해서 서울클럽의 대표는 전통적으로 외국인이 맡습니다. 국내에 와 있는 다국적 기업들과 거래를 하거나 그들과 교분을 맺어 글로벌 무대로 나가고자 하는 기업인이라면 먼저 이 클럽부터 가입하는 게 순서일 것입니다.

가입하는 방법은 기업회원권을 사는 것입니다. 이곳에는 도서관, 수영장도 갖춰져 있어 자녀들도 동반해 데려가 일찍부터 글로벌 시야를 확대시켜 줄 수 있습니다. 고액과외만 시켜 아무리 좋은 대학 졸업한들 글로벌 시야와 글로벌 매너를 익히는 것에 비할 바가 못 됩니다.

현명한 부모라면 자녀를 이런 곳에 보낼 길을 트기 위해서라도 회원권에 투자할 것입니다.

전 세계 유명도시마다 훌륭한 사교클럽들이 반드시 있습니다. 먼저 서울클럽에 가입한 다음 순차적으로 그런 유명 클럽으로 확대해나가면 글로벌 무대에 무난하게 진입할 수 있습니다.

아무렴 그들과 함께 하려면 코스모포리탄적 사고를 지니고, 인류 공동체의 복지에 공동 관심을 가져야 하며, 전인적 존엄성을 갖춘 인격체로 사람들과의 연대를 다져나가야 합니다. 큰물에서 놀려면 아무쪼록 고품격 글로벌 소통매너부터 갖추시길! 행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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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2019-09-18 18:4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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