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매너-42] 식탐(食貪)이 아니라 식담(食談)으로 우아하게②
[비즈니스 매너-42] 식탐(食貪)이 아니라 식담(食談)으로 우아하게②
  • 신성대 동문선 사장
  • 승인 2019.05.20 13: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품격에선 동서양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테이블 매너 역시 마찬가지. 저 사람과 함께 식사하면 즐겁겠다, 함께 식사하고 싶은 사람, 어떤 분야 누구와도 저녁 먹으면서 서너 시간 즐겁게 담소를 나눌 만한 교양과 매너를 갖춘 사람이라면 글로벌 주류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 제대로 배워야 제대로 산다. 사람답게 산다.<편집자주>

쫓겨 돌아오는 한국의 젊은이들

신성대 동문선 사장
신성대 동문선 사장

대부분의 한국 유학생들이 현지의 주류사회에 동참하지 못하고 외톨이가 되거나, 한국 유학생들끼리만 어울려 놀다가 겨우 공부를 마칩니다.

설사 그곳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학교나 연구소 등에 취직을 했다 하더라도 그다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스펙쌓기만 끝나면 국내에 들어옵니다.

반대로 국내에서 공부하고 어렵게 국제기구나 외국 회사에 취직한 이들도 대부분 얼마 못 견디고 돌아옵니다.

외국 생활이 적성에 안 맞는다고들 하지만 실은 본인도 그 원인을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원인을 알면 고쳤을 테지만 그걸 모르니 고치지도 못하고 맥없이 쫓겨 들어오는 겁니다.

스펙으로 보면 현지인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우수한데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한 박대가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지레 짐작하는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아닙니다. 모두 무지거나 거짓, 혹은 변명일 뿐입니다. 진짜 이유는 현지인들과 융화되지 못한 겁니다. 유학중에 겨우 학교 공부만 했지 적극적으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 융합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식사 문화, 즉 테이블 매너에 대한 무지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고작 ‘좌빵 우물, 좌포크 우나이프’ 정도의 상식도 아닌 상식을 식탁매너인 줄 알고 물 건너갔으니 밥 한 끼 못 얻어먹고 쫓겨오는 건 당연한 업보지요. 식불언은 그 한 예라 하겠습니다.

한국 학생들이 가장 많이 가는 미국만 하더라도 유학 온 학생일 때에는 싸가지가 있건 말건 무조건 환영입니다. 어차피 공부 마치면 돌아갈, 장기 관광객이나 마찬가지이니 그 정도는 모른 척 하는 겁니다.

그렇지만 사회인으로 올 때에는 철저하게 배타적입니다. 이런저런 조건이나 자격을 요구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모두 소통능력에 대한 검증입니다.

‘빨리빨리’ 문화에는 소통이 없다

한국인들은 앞서 언급한 ‘식불언’이란 최단시간 내 식사를 마쳐야 할 압박감 아래서, 또한 불만 제기를 원초적으로 봉쇄하던 군사 및 병영 문화에서, 민주화시대에는 가정 내 언로 확대 요구를 눌러 놓기 위해 식사 중에 말을 많이 하면 복(福)이 빠져 나간다 둘러대며 말없이 밥을 먹는 훈련을 해왔습니다.

해서 조용히 고개 처박고(?) 먹기에만 열중하는 버릇이 생겼지요. 한데 이게 서양인들의 시각에선 도무지 인격체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한국인처럼 말을 가능하면 절제하고 집중해서 음식을 먹으면 남보다 빨리 후다닥 배불리 먹어치울 수 있습니다. 가난했던 시절에 체화된 습성이지요. 게다가 입속의 음식이 밖으로 튀어나올 염려도 없습니다.

당연히 밥 먹으면서는 대화에 집중할 수 없습니다. 해서 가능한 한 빨리 밥을 먹고 찻집이나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진지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점심 한 끼 해결하는 데 한 시간, 혹은 그 이상을 보낸다는 건 가당치가 않은 것이지요.

반대로 서양인에게서 식사는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닙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처음 죽의 장막 중국을 찾았을 때, 자신의 오찬 상대로 앉은 허름한 양복을 입은 두 중국인을 보자 절로 얕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헌데 막상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자, 그 테이블 매너며 교양, 그리고 동서양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에 놀라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고 그의 자서전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사회에선 식사를 서로 소통하는 기회로 삼습니다. 따라서 식사 시간 동안 끊임없이 대화를 나눕니다. 배를 불리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대화를 즐기는 것이 목적이지요. 때문에 비즈니스 런천에선 직설적인 표현 대신 가벼운 식담(食談) 속에 협상과 거래의 메시지를 은근히 깔아 주고받습니다.

식불언으로 음식에만 집중하면 짐승 취급 받습니다. 음식 남긴다고 욕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는 주요외빈과의 만찬이 있을 때에는 미리 주방에 들러 국수 한 그릇을 먹고 나갔다고 합니다.

자칫 배가 고파 허겁지겁 먹는 데에만 열중하게 될까봐 미리 배를 반쯤 채우고 나간 것이지요. 프랑스 유학에서 다진 내공이겠습니다. 그러니 중요한 식사 자리라면 먼저 컵라면 한 개 정도로 배를 채우고 가야겠다고 거듭 다짐하는 게 중요합니다.[파이낸셜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86-12 금성빌딩 2층
  • 대표전화 : 02-333-0807
  • 팩스 : 02-333-0817
  • 법인명 : (주)파이낸셜신문
  • 제호 : 파이낸셜신문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다 08228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825
  • 등록 · 발행일 : 2009-03-25
  • 발행 · 편집인 : 박광원
  • 편집국장 : 임권택
  • 전략기획마케팅 국장 : 심용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권택
  • Email : news@efnews.co.kr
  • 편집위원 : 신성대
  • 파이낸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파이낸셜신문. All rights reserved.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