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파이크 정리와 박정희의 국가 자본주의
턴파이크 정리와 박정희의 국가 자본주의
  • 국제사이버대학 권호근 교수
  • 승인 2019.05.21 1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호근 교수(자료사진)
국제사이버 대학 권호근 교수(경영부동산학과 학과장)

경제성장이론 중에서 턴파이크 정리(turnpike theorem)가 있다. 턴파이크란 최적성장경로라고 번역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경우에 가장 빠른 속도로 도달할 수 있는 경로를 찾는 것이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고속도로와 국도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경로는 국도보다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금 고속도로에서 떨어져 있는 경우라면 고속도로로 진입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경로를 선택하여 목표지점을 향해 달리다가 목표에 가장 근접한 지점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목표지점에 도달하는 것이 최적의 방법이다. 턴파이크 정리를 상세하게 설명한 이유는 한국의 경제성장과정을 되돌아 보기위한 의도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하여 1962년부터 시작한 경제개발계획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이 당시 박정권이 선택한 경제성장전략을 우리는 국가 자본주의라고 한다. 경제체제는 이론적으로 자본주의체제, 즉 자유시장경제체제와 사회주의경제체제로 구분된다. 자유시장경제체제는 경제문제,

즉 자원배분의 문제를 국가가 개입하지 않고 기업과 가계부문으로 대표되는 민간 경제주체의 자발적 의지에 의해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자원배분에 있어 다수가 참여하므로 이 체제는 정치제도가 대개 민주주의체제가 된다. 사회주의경제체제는 초기 자본주의체제에서 발생한 소득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마르크스가 주장한 것으로 자원배분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국가가 개입한다는 것은 소수의 정치 엘리트가 자원배분을 독점적으로 행사한다는 것이므로 정치제도가 독재체제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국가 자본주의는 경제성장 초기, 즉 자본축적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저개발상태에서 산업화된 선진국가로 신속하게 진입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주도하여 자원을 배분하고 효율적인 경제성장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식민지에서 독립한 국가들 중에서 산업화된 선진국가로 진입한 나라는 거의 없는데, 한국은 싱가포르, 대만 등과 같이 경제성장에 성공한 국가로 간주되고 있다.

사실 싱가포르나 대만 등은 국토의 면적이나 인구규모로 볼 때, 한국에 비해 소규모이므로 우리의 경제성장이 이들에 비해 더욱 두드러진다. 국가 자본주의란 개념은 박대통령이 20년 가까운 집권기간 중 이루어낸 경제성장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여 현재 경제학 연구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는 용어이지, 그 당시에는 사실 이런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자본주의 체제에 국가 자본주의 개념을 도입하면 기존의 전통적 개념인 자유시장경제체제와 국가 자본주의체제로 나눌 수 있다. 영국과 같이 오랜 세월에 걸쳐 경제성장을 한 국가는 전통적 개념에 따라 경제성장을 할 수 있으나, 이들에 비해 약 100년에서 200년 정도 뒤처지고 20세기 초반 이들 국가에 의해 식민지 지배를 받고 독립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은 기존 선진 국가들과 동일한 경로로 경제성장 전략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들 국가들에게 기존의 선진국들을 빠른 시일 내에 따라 잡을 수 있는 모델을 우리가 제시한 것이다. 국가 자본주의야 말로 앞서 이야기한 턴파이크 정리를 실천에 옮긴 실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자본주의 성장전략에 의해 급속하게 경제가 선진화된 이후에도 이를 계속해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경우 1979년 박대통령이 급작스럽게 서거한 이후, 경제성장에 관한 기존 정책을 계속 적용하기가 곤란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20년간의 고도 경제성장으로 경제규모가 확대되었고 민간 기업들도 국제경쟁력을 확보하여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으며, 세계경제환경도 자유무역주의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물결이 대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수출 주력 품목은 대개 한국의 대기업이 생산하는 것들이다. 과거에 한국 정부는 이들 수출 대기업들에게 금융이나 세제 면에서 여러 혜택을 부여하였으나, 신자유주의 물결은 이런 정부의 행위를 불공정한 무역관행으로 간주하였고, 한국에 대한 인식도 과거의 개발도상국 이미지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산업화된 나라로 여기면서 수출 대기업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을 철폐하라는 요구가 커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경제운영을 국가 자본주의체제에서 전통적인 자유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라는 요구가 외부에서 압력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수출 대기업들에 대한 과도한 보호는 이제 그만하고 노동자나 일반 국민들에게 그동안의 경제성장으로 인한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박정희 정권에 이어 집권한 전두환 정부는 이러한 국내외 적인 요구에 부응하여 경제운영을 그동안의 국가 자본주의에서 경제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간섭을 줄이면서, 시장 친화적인 방향으로 전환하기 시작하였다. 전두환 정부는 집권과정에서 민주적 정당성을 따르지 않는 등의 이유로 국내 정치세력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그 여파로 대통령 직선제로 헌법을 개정하여 한국은 정치적으로도 보다 민주화된 정치체제로 변모되었다. 대통령 직선제에 의해 선출된 노태우 정권도 이런 경제기조를 유지하였다고 생각된다.

국가 자본주의 운영방식은 이후 후발개도국들이나 중국과 베트남 같은 국가들의 경제발전과정에 하나의 모범적인 사례로 각인되어 이들 국가들은 박정희의 경제성장 모델을 따르고 있다. 중국은 등소평이 집권한 후, 박정희의 경제모델을 추종하여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한국과 같이 어느 일정시점에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되는 것이 국가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나 그렇지 못했다. 그 이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 정치체제가 공산당에 의한 일당 독재체제를 유지하였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특히 시진핑 집권 후에 경제운영이 시대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더 가속화되는 것 같다. 지금 중국의 대기업은 한국의 공기업과 같은 형태로 경영이 되고 있다.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국가의 세금으로 이를 메워주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정부패와 막대한 국가채무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시장원리로 운영되어야 할 중국의 은행들은 이런 부실기업들에게 마구잡이로 대출을 하고 있어 이로 인한 금융권의 부채도 상당한 정도로 추측된다. 현재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무역전쟁을 하고 있고,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중국경제의 취약점이 드러나 어느 한순간에 중국경제는 갑작스럽게 붕괴할 수 있다. 지금 중국경제는 상당한 위기에 처해 있고,

한국도 현재 정권이 집권하여 시장경제원리를 무시한 이념적 경제정책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상황이 점차 도래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한국경제를 단숨에 도약시킨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에 새삼 경외감이 든다. 필자는 젊은 시절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박대통령을 그렇게 높게 보지 않았다.

교과서에서 한강의 기적을 배울 때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경제학 학도에서 교수가 되고 이를 공부하면 할수록 박대통령의 경제모델은 독창적이고, 아마 이 분이 경제학자였다면 노벨 경제학상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학생시절에는 5.16혁명이었으나 지금은 쿠데타로 명칭이 변경된 2019년 5월 16일에 박대통령을 추모해 본다. 시간이 나면 동작동 국립묘지에 가서 이분을 추념하며 어두운 한국경제의 앞날을 밝혀줄 지혜를 구하고 싶다.  [파이낸셜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86-12 금성빌딩 2층
  • 대표전화 : 02-333-0807
  • 팩스 : 02-333-0817
  • 법인명 : (주)파이낸셜신문
  • 제호 : 파이낸셜신문
  • 주간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8228
  • 등록일자 : 2009-4-10
  • 발행일자 : 2009-4-10
  • 간별 : 주간  
  • /  인터넷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825
  • 등록일자 : 2009-03-25
  • 발행일자 : 2009-03-25
  • 간별 : 인터넷신문
  • 발행 · 편집인 : 박광원
  • 편집국장 : 임권택
  • 전략기획마케팅 국장 : 심용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권택
  • Email : news@efnews.co.kr
  • 편집위원 : 신성대
  • 파이낸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셜신문. All rights reserved.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