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매너-44]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비즈니스 매너-44]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 신성대 동문선 사장
  • 승인 2019.06.17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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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에서는 간혹 졸부들이 상류층 커뮤니티 진출을 위해 독선생 과외수업으로 매너를 배우기는 하지만, 선진문명 사회의 중류층 이상이면 누구나가 다 그렇게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책으로 묶어 내야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해서 대부분의 서구 발간 소셜에티켓 책의 용도는 일반 사회생활 초년생들과 같은 정규 무대 사회생활 미숙자들을 위한 사교예절 에티켓 실무 지침서이다.

더러 신분이 상승 되는 자들을 위해 매너의 표현, 실행 각론만을 다룬 소셜에티켓 책자도 있지만 호스트 역보다는 게스트 즉, 얻어먹는 자의 입장에서 의무방어전 용도 시각에서 씌어져 있다. <편집자 주>

신성대 동문선 사장
신성대 동문선 사장

서울 남산 서쪽 해방촌 위편 산등성길 버스정류장에 가보면 가끔 외국인 거주자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마침 버스가 막 출발하려는 순간 저 쪽에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사람이 있을 때, 마지막으로 차에 오르는 사람이 한국인이면 십중팔구 급하게 올라타고 버스는 그냥 출발해 버리기 일쑤입니다.

헌데 외국인일 경우에는 저 멀리 버스를 향해 뛰어오는 사람이 있을 경우 올라타지 않고 기다렸다가 그 사람을 먼저 태운 후 자신도 버스에 오릅니다. 이는 서양 백인 뿐 아니라, 한국에 취업 온 듯한 방글라데시인이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해서 먼저 태워주면 한국인들은 마치 다행이라는 시늉을 하면서 불쑥 들어가 버리고 말지요. 어쩌다 “댕큐!”라고 감사의 인사를 하기도 하는데 이는 상대의 호의에 대한 답례의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익스큐즈 미!”라고 해야 합니다. 나를 위해 버스를 잡아줘서 ‘고맙다’가 아니라, 나 때문에 공연한 수고를 끼쳐 ‘죄송하다’고 하는 표현이어야 맞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서비스 한 게 아니라, 사회적 인격체로서 손해(불편)를 감수한 것입니다.

이처럼 줄을 서서 차례로 버스를 타는 건 에티켓이지만 뒤늦게 뛰어오는 사람을 위해 버스를 잡아두어 기다리게 하는 건 매너입니다.

반대로 그들은 절대 그런 배려를 하지 않는 한국인들에게 매번 당하지만 자신들은 반드시 그렇게 합니다. 왜? 자신의 사회적 인격체로서의 존엄성을 위해 끝까지 매너를 지키기 때문이지요. 공(公)의 개념이 부족한 성질 급한 한국인들은 간혹 남을 위해 배려를 했다가도 상대의 고마워할 줄 모르는 몰염치 때문에 다시는 그런 친절을 베풀지 않겠다고 투덜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옳은 생각이 아닙니다.

“Manners maketh man!”

매튜 본 감독의 스파이 액션 영화 《킹스맨》이 내건 메시지로 1382년 영국 옥스퍼드 뉴칼러지를 위한 윈체스터 스쿨을 설립한 위컴(William of Wykeham) 주교가 한 말입니다.

여기에다 “타인보다 우수하다고 해서 고귀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보다 우수한 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고귀한 것이다.”라는 헤밍웨이의 명언과 함께‘타인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용기가 진정한 신사의 자격’이라는 메시지를 영화의 3대 황금률로 삼았습니다.

‘manner’는 본래 수단, 방법이란 뜻이지만 복수가 되면 품격이란 의미를 지닙니다. ‘maketh’는 중세식 고어입니다.

어느 나라든 사정이 비슷하지만 사회 초년병인 파리지엥의 월급 역시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절반이 연금으로 무자비하게 잘려나갑니다. 게다가 나머지의 반이 다시 바캉스 때 쓰기 위해 미리 떼어집니다.

그 나머지, 고작 반의반으로 집세까지 내며 한 달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먹기조차 힘듭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길거리서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워가며 돈을 모읍니다. 저축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일주일에 딱 한번은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그다지 고급하지 않은 식당에서라도 제대로 된 저녁을 먹습니다. 애피타이저, 메인, 하우스 와인, 디저트 및 에스프레소 커피, 풀코스 요리로 자신의 인생을 셀리브레이팅을 하는 겁니다.

만약 모은 돈이 디저트까지 시킬 만큼 되지 않으면 그 주에는 외식을 포기합니다. 대신 다음 주, 아니면 그 다음 주까지 미루어서라도 반드시 풀코스 식사를 즐깁니다.

아니? 찰리 채플린이 주연한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얘기하는 건가? 그까짓 외식이 뭐라고? 대답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입니다. 일주일에 적어도 한 끼는 웨이터의 서빙을 받으며 디저트까지 포함된 2시간 이상의 저녁 식사를 푸근히 즐기고자 하는 것입니다.

저 혼자서라도 자신의 인간존엄성을 지켜주려는 것이지요. 그 한 끼를 위해 나머지를 굶거나 샌드위치로 때우는 겁니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에는 나이 많은 노인들도 아주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외출을 하거나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풍경을 자주 봅니다. 뒷모습만 보고는 젊은 멋쟁이인 줄 착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굳이 젊어 보이고 싶어 멋 내려고 그러는 것 아닙니다.

한국인들처럼 늙었다고, 가난하다고 함부로 막 살지 않는 겁니다. 그 또한 인간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지요. 옛날 조선의 선비들 역시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렇게 자기를 존중할 줄 아는 자만이 남을 존중할 줄도 압니다. 더 나아가 고객을 존중할 줄도 알고 고객의 심리상태를 잘 알기 때문에 물건을 잘 팔아 고객의 돈을 빼내는 능력을 지니게 되는 거지요.

한국의 가게는 목 좋은 곳을 잡는 것이 가장 최우선 조건입니다. 하지만 그런 건 진정한 비즈니스의 진수가 아니지요. 목 좋은 곳에서야 누군들 장사 못하겠습니까! 목이 좋지 않은 곳이라 해도 인간 존엄성으로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상품을 팔 줄 알아야 합니다.[파이낸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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