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매너- 46] 샴페인 세리머니로 품격을!
[비즈니스 매너- 46] 샴페인 세리머니로 품격을!
  • 신성대 동문선 사장
  • 승인 2019.10.0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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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끝에 우승해 놓고 고작 맹물 세리머니 하나 때문에 매너가 깡통임이 드러나고 마는 한국 골퍼들! 우승을 열 번을 해도 신분상승 못한다. 선수 본인이야 금메달이나 우승컵이 소중하겠지만 세상이 기억해주는 것은 이미지의 품격이다. 그 우승 세리머니 사진 한 장에 본인 인격과 코리아 국격이 오르내린다.

신성대 동문선 사장
신성대 동문선 사장

1998년, 한국의 박세리 선수가 미국 맥도날드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후 수많은 ‘박세리 키즈’들이 LPGA 투어에서 휩쓸다시피 우승을 거두고 있습니다. 하여 지금은 LPGA인지 KLPGA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많은 한국의 낭자들이 LPGA 투어에 참가하고 있지요. 그리하여 LPGA 우승이 너무 흔한 일이어서 그런지 하루 저녁 뉴스거리밖에 되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현대 스포츠가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다 보니 한국인들은 그것들의 경기 방식만 익혔지 그 경기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하여 우승에만 집착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잦습니다.

흔히 골프를 매너의 스포츠라 합니다. 신사들의 오락으로 언뜻 자유스러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미세하고 까다로운 규정이 수없이 많지만, 그 기본 정신은 대부분 신사로서 지켜야 할 상대에 대한 배려입니다. 설사 규정에 없다 하더라도 신사로서의 품위를 잃는 행동에는 멸시가 따릅니다.

가령 한국 골프 선수들의 우승 세리머니 매너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2012년에 인천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2012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노르웨이의 수잔 페테르센이 우승을 했습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다른 선수가 샴페인을 들고 나와 축하 세리머니를 해주었는데, 이제껏 한국 선수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멋진 광경을 연출했습니다.

한데 샴페인으로 세리머니를 해주는 선수가 한국 선수가 아닌 3위를 한 대만의 청야니였습니다. 그 경기에는 LPGA 명예의 전당에 오른 한국의 박세리 선수를 비롯하여 쟁쟁한 한국 선수들이 대거 참가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빈손이었습니다. 나머지 국내 리그 선수들은 그 광경을 구경만 했습니다.

거짓말 같지만 그동안 한국에서는 물론 LPGA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수없이 우승을 거두었지만 그 중 누구도 정격 우승 세리머니 사진을 남긴 적이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이람? 한국 선수들도 수없이 우승을 했었고, 또 그때마다 세리머니를 빠트린 적이 없는데? 게다가 우승 세리머니에까지 무슨 규정이라도 있단 말인가? 하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실입니다.

1998년, 박세리 선수가 미국 맥도날드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 (한국인) 누군가가 캔맥주를 얼굴에 부어주며 축하 세리머니를 하는 사진이 전 세계 언론에 나간 이후 현재까지 한국 선수들은 (자기가 마시던 침 묻은) 맥주 혹은 생수로 세리머니를 해주는 것이 전통처럼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이겼으면 됐지, 우리가 왜 그런 것까지 서구식을 따라야 하느냐며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국내에서야 우리끼리 생수든, 맥주든, 심지어 막걸리 세례를 퍼부으면서 그걸 굳이 ‘우리식’이라 고집하겠다면 말릴 일도 아니겠으나, 글로벌 무대에선 사회적 인격체로서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행위입니다.

5천 원짜리 샴페인 하나 사서 준비해 둘 마음의 여유조차도 없는 사회적 미성숙자로 오인받기 십상이지요. 맥주 거품도 거품이니 축하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요? 하지만 맥주 거품은 찐득한데다가 지린내 나는 냄새 때문에 뒤집어 쓴 기분이 상쾌하지 않습니다.

전통적으로 한국에서도 찬물을 끼얹는 건 저주를 퍼붓는 행위였습니다. 소금 뿌리기와 진배없지요.

게다가 한국 선수들은 우승 세리머니를 받게 되면 당당하게 두 팔 쫙 벌리고 챔피언만이 누릴 수 있는 환희를 기꺼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예외 없이 도망을 가거나 ‘이크!’하고 움츠리는 시늉을 하는 바람에 어이없고 초라해 보입니다.[파이낸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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