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매너-48] '쩍벌남'은 글로벌 신사가 아니다
[비즈니스 매너-48] '쩍벌남'은 글로벌 신사가 아니다
  • 파이낸셜신문
  • 승인 2019.11.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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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선 신성대 사장

한국인들의 최대 약점은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겠다. 개인적인 만남에서 일본인들은 자신의 실수나 오류를 지적해 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인정하고 고맙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여간해서 인정하지 않고 우기지만 확실한 근거를 대고 설득하면 그제야 받아들이고 깨끗이 승복한다.

동문선 신성대 사장
동문선 신성대 사장/'태도적 가치' 저자

헌데 한국인들은 절대 승복하지 않고 끝까지 우긴다. 고마워하기는커녕 설득 당했다는 사실에 오히려 자존심 상해한다. 승복을 항복, 타협을 패배로 여기는 탓이다.

하여 상대를 설득시키는 순간 원수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앙갚음 당한다. 비뚤어진 조선 선비의 심보가 그랬다.

매너와 품격을 이야기하자니 당연히 한국인의 실수와 허물을 들춰내지 않을 수 없는 일. 해서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뭐는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점잖은 분들은 보고도 애써 모른 척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너나할것없이 결국은 모조리 상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요즘 성공한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젊은이들에게 "좋아하는 일, 해외에서 찾아라!"며 멘토링하고 있습니다. 아무렴 세계의 건설 현장을 누비던 기성세대보다는 한 걸음 더 진일보하여 세계 대도시 빌딩숲을 헤집고 다니는 오피니언 리더로 살아가야겠지요. 허나 그러기 위해선 땀과 기술, 지식만으로 되지 않습니다.

◇ 품격이 뭔지를 몰랐던 ‘노가다’ 세대

지하철을 타고 가다 앞자리가 비어 앉으려 하자 옆에선지 뒤에선지도 모르게 누군가 잽싸게 튀어 나와 앉는 일이 그리 드문 광경이 아닙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점잖아져 자리 하나 두고 얼굴 붉히는 일은 많이 줄었지요. 그러다가 갑자기 손님들이 많이 내려 좌우가 휑하니 비게 되면 남아 있는 사람들 중 다리를 최대한 쩍 벌리고 엉덩이를 비비적거려 앉은 평수를 늘리는 이를 보면, 그 삶에 대한 강한 애착(?)에 연민마저 듭니다.

예전에 북한 비즈니스를 처음 추진하려는 중소기업인들을 위해 대한상공회의소가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을 모시는 자리를 마련한 적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정회장은 자신의 실패담을 솔직히 털어놓았습니다. 직접 소떼를 몰고 북한으로 들어간 지 3년이 다 가도록 도무지 일이 진척이 되지 않아 답답해했었답니다.

보다 못한 북한측 한 인사가 슬그머니 정 회장에게 주의를 주고 나서야 일이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정 회장의 앉은 자세가 하도 거만하고 북한 사람들한테 영 거슬렸던 것입니다. 하여 같이 앉아 업무를 논의할 마음 자체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지요.

정 회장은 의자에 앉으면 습관적으로 엉덩이를 앞으로 내밀고 다리를 벌렸습니다. 그렇게 하면 절로 아랫배가 앞으로 나오고 몸이 뒤로 젖혀집니다. 거만한 폼이어서 글로벌 정품격 매너로 훈련된 김정일과 북한 인사들이 보기에 한심하기 짝이 없는 ‘미제 자본주의에 찌든 악질반동’의 착석자세였던 것입니다.

북한이 헐벗으면서도 남한을 멸시하고 얕보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남한의 상스러운 매너 때문입니다.

비단 정회장 뿐이 아니고 역대 모든 대통령의 앉은 자세도 그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관장, 대기업 오너, CEO 등 기실 한국의 모든 남성들은 소파에서는 원래 그렇게 앉는 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나라 사람이든 그렇게 쩍 벌려 앉는 게 정상이 아니냐고 항변합니다. 한국인 누구에게도 그게 이상하지 않은 겁니다.

사실 한국의 각계 각층 지도자급 인사들도 외국인과 비즈니스 상담에서 잘 안 풀리는 이유도 바로 이 같은 첫 대면에 그 힌트가 있습니다. 회의실, 높은 키, 의자는 물론 리셉션 룸의 회담용, 낮은 키, 일인용 소파 착석 상황에서 거의 백발백중 국제기준과는 동 떨어진 자세로 불쾌한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아주 의외의 사소한 일로 비즈니스를 망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특히 회담을 위해 앉는 자세는 가뜩이나 살얼음판처럼 문화충돌하기 쉬운 국제 비즈니스 성패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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