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서 외국인 비중 13개월 만에 최저치…증권가 "당분간 매수세 전환 어려워"
코로나19가 글로벌 주식시장을 강타하고, 외국인들의 잇다른 매도로 우리 증시는 폭락과 함께 외국인의 투자비중이 1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종가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주식 시가총액은 468조1744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1271조1593억원)의 36.83%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3월 20일 36.69%를 기록한 이후 13개월 만의 최저치로, 외국인 시총 보유 비율이 하락한 것은 코로나19 공포로 인한 외국인의 잇다른 국내주식 매도 때문이다.
지난해 초 외국인 투자 비중은 35∼36% 가량이었는데,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 확산에 외국인 매수세가 본격 유입된 지난해 말부터 상승해 올해 2월 24일에는 39.3%까지 올랐었다.
그러나, 2월 말부터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양상을 보이자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들은 공포에 의한 '공황 매도'를 보였다.
실제 외국인은 지난 2월 24일부터 이달 24일까지 두 달(44거래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20조1969억원을 누적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이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4일과 이달 17일 단 이틀뿐이었다.
특히 지난달 5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외국인은 30거래일 연속 매도 행진을 이어가며 역대 두 번째로 긴 순매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외국인의 잇다른 매도 공세에 지난 2월 21일(종가 기준) 2162.84였던 코스피는 지난달 19일 1457.64까지 70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이후 코스피는 회복세를 보이며 이달 24일 1889.01까지 회복했지만, 여전히 외국인들은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매도세는 이전 보다 다소 약해진 모습이다. 투매가 한창이던 지난달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하루 평균 5689억원을 순매도했으나 이달 들어 하루 평균 순매도 금액은 2485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코로나19에 이어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위험)도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매도세를 유지한 원인 중 하나였다. 이로 인해 우리 증시는 아시아 국가 중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대내적인 문제 보다는 대외적인 문제로 인한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주식을 파는 것은 전반적으로 현금 확보가 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특별히 한국 시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해서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리스크가 아직 해소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당장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점도 외국인 순매수를 가로막는 원인"이라며 "외국인 매도세가 정점은 지났지만, 순매수 기조로 추세 전환할 정도로 한국 시장에 온기가 도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신문=황병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