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韓·中 단오절의 의미
[기고] 韓·中 단오절의 의미
  • 파이낸셜신문
  • 승인 2020.06.2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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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장은정 연구원(법학박사)

단오(端午)는 음력 5월 5일로서 한·중·일이 함께 지내는 명절이다. 올해는 양력 6월 25일이 바로 단오이다. 단오의 한자를 풀이하면 ‘단(端)’은 첫 번째를 의미하고, ‘오(午)’는 오(五), 곧 다섯이므로 단오는 '초닷새'라는 뜻이다. 즉 한자로도 5월 5일을 가리킨다.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장은정 연구원(법학박사)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장은정 연구원(법학박사)

다른 말로는 중오절(重午節)·천중절(天中節)·단양(端陽)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의 단오는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는 날이자 본격적인 여름을 대비하는 날이기도 하다.

또한 1년 중 태양의 기운(양기)이 가장 강한 날이어서 단오에 행해지는 풍속들은 주로 액을 막고 무병을 기원하는 취지에서 행해지는 풍속들이 많다.

1518년 중중 때 단오는 설날·추석과 함께 3대 명절로 정해졌고 비교적 성대하게 치러지는 중요 절기 중 하나였다.

그러나 현대로 오면서 점점 추석이나 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등한시 되다가 2005년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 13호로 등재되면서부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재조명 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유네스코 등재 건을 두고 중국에서 큰 논란이 있었다. 중국인들은 한국이 자신들의 명절인 단오절을 강탈했다고 분노하였고 중국 언론들이 이를 부추겼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한국인들이 한자는 한국에서 유래되었고 공자는 한국 사람이라고 주장한다는 황당한 유언비어가 나오기도 하였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중국 정부는 2008년에 단오절을 주말 대체 근무를 포함하여 3일간 휴무를 주는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였다.

이 시기가 필자가 중국에서 유학하던 시절이어서 중국인들의 항의 및 한국 단오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오늘은 중국의 단오절을 살펴보고 한국과의 차이점을 알아보기로 한다.

중국의 단오절은 몇 개의 기원설이 있으나 초나라 시인 굴원(屈原) 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이 가장 대표적이다. 굴원은 지금으로부터 약 2300여 년 전 전국시대 말기 초나라의 정치가 겸 시인이자 유명한 충신이었다.

그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강력한 개혁정치를 주창하였으나 개혁에 반대하는 신하들이 굴원을 모함하여 그를 정치에서 배제시켜 버렸다. 이후 강대국인 진나라가 초나라를 공격하였고 초나라 왕은 수도를 버리고 도망가버렸다.

그 후 진나라 군대가 초나라의 도성인 영성을 점령하자 굴원은 비분강개하여 멱라강(汨罗江)에 몸을 던져 자결하고 만다. 굴원이 강에 뛰어들자 많은 사람들이 그를 구하러 급하게 노를 저어 갔으나 구할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단오절 용선대회의 유래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멱라수에 몸을 던진 굴원의 시신을 물고기들이 훼손하지 못하도록 대나무통에 찹쌀을 넣어 강물에 던졌고 이것이 바로 중국에서 즐겨 먹는 쫑즈(粽子)의 유래이다. 쫑즈는 찹쌀에 돼지고기나 대추, 콩, 등의 소를 넣어 갈잎 또는 대나무잎으로 감싸 삼격형 모양을 만든 후 실로 묶어 쪄서 먹는 단오절의 전통 음식이다.

쫑즈의 식감은 떡 또는 약밥이랑 비슷하여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 편이며 대나무잎 향이 은은하게 배어있어 풍미가 있다.

이 밖에 많은 지역에서 단오절에 차예단(茶葉蛋: 찻잎·오향(五香)·간장 등 향신료를 넣어 삶은 달걀)이라고 하는 달걀을 먹는 풍습이 있다. 또한 이날 웅황주(雄黃酒)를 마시기도 하는데 옛날 장강유역에서 성행하였다고 한다.

“웅황주를 마시면 병마를 쫓아낸다”는 옛말도 있는데 웅황주는 살균, 살충, 독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고 하여 옛날 의사들은 웅황주를 피부병을 치료하는데 활용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는 단오에 산나물의 왕이라고 불리는 수리취로 떡을 만들고 제철 과일인 앵두로 앵두화채를 만들었다.

또한 무더운 여름 갈증과 심신이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오매육, 초과, 백단향, 사인 등을 곱게 갈아 꿀에 버무려 끓인 다음 냉수에 타 마시는 제호탕을 먹었다. 비록 한·중 양국이 단오에 먹는 음식은 다르나 특정음식을 먹는 풍습이 있다는 사실은 동일하다.

중국의 단오에는 용선경기를 빼놓을 수 없다. 배 앞부분에 용머리 모양이 있어 중국어로 ‘롱저우(龙舟)'라고 하며 드래곤 보트라고 부른다. 중국에서는 단오절이 다가오면 주변의 강이나 호수에서 용선시합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배의 길이는 약 10센티 정도고 보통 20명의 선수들이 한 배에 타게 된다. 지금은 드래곤 보트 축제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용선경기는 유럽으로까지 확산되어 현재는 세계 연맹까지 결성되었으며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축제를 넘어 스포츠 종목으로 발전하였다.

중국은 2009년에 단오절과 관련된 용선축제(The dragon boat festival)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재로 등재시켰다.

쫑즈를 먹는 것과 용선경기를 하는 것 외에도 단오절이 되면 중국인들은 웅황, 향약을 넣어 만든 향주머니를 몸에 차고 다닌다. 향주머니는 비단으로 예쁘게 포장하여 장식의 의미도 있고 몸에 지니면 귀신을 쫓고 액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오채승(五彩绳)이라고 불리는 팔찌를 차는 풍습이 있는데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 보라색 등 5가지 실을 꼬아서 오색 팔찌를 만든 뒤 단오절이 지나고 난 후 첫 번째 비오는 날 풀어서 빗물 속에 버리면 한 해 동안 병을 피할 수 있고 또한 행운이 깃든다고 한다.

농경사회인 한국은 중국의 유래와 달리 농사와 관련 있는 양기가 가장 왕성한날인 단오를 중시했다. 단오를 수릿날이라고도 하는데 수리란 우리말의 수레(車)인데 ‘높다’ 또는 ‘신(神)’이라는 뜻도 있어서 ‘높은 날’, ‘신을 모시는 날’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우리 단오의 풍속 및 행사로는 창포에 머리감기, 쑥과 익모초 뜯기, 부적 만들어 붙이기,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단오 비녀 꽂기 등과 함께 그네뛰기·씨름·석전(石戰)·활쏘기 등의 민속놀이도 행해졌다.

또한 이날 가을 추수에서 풍년을 이루게 해달라고 농경의 신에게 제사를 드렸다.

중국의 단오절 유래와 풍습과 우리 단오절을 비교해보면 풍습이 완전히 다를 뿐만 아니라 우리의 단오에서는 굴원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우리 단오의 시작은 고대 부족국가 동예의 ‘오월제’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따라서 더 이상 단오의 원조 논쟁은 불필요하며 한국과 중국 모두 단오를 각자 지켜야할 고유한 문화유산으로 받아들이고 잘 계승 발전 시켜나가는 것이 단오의 진정한 의미를 지키는 합리적인 방법이 아닐까 한다.

웅황은 《동의보감》상 약으로 사용하는 광석으로 석웅황(石雄黃)이라고도 한다. 살균작용과 해동작용을 하며 주로 외용약으로 사용한다.[파이낸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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