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어피니티, 검찰 기소 두고 '날 선 공방'...국제중재 '코앞'
교보생명-어피니티, 검찰 기소 두고 '날 선 공방'...국제중재 '코앞'
  • 임영빈 기자
  • 승인 2021.01.2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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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적 해석·왜곡…사법당국 무시" VS "전례 없어…영향 못 미칠 것"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인(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 간 대립이 최근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교보생명의 풋옵션 행사 가격을 둘러싸고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 중재를 맡겨 판정 결과를 기다리는 와중에 검찰 기소를 계기로 더욱 날 선 공방을 펼치는 모양새다.

앞서 신 회장은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어피니티 측에 약속하며 이를 미이행했을 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어피니티는 2012년 당시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천원(약1조2천500억원)에 인수한 상태였다.

(사진=교보생명)
(사진=교보생명)

그러나 상장이 끝내 무산되자 어피니티는 2018년 10월 28일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때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을 통해 풋옵션 가격을 산정했는데 그 가격은 주당 40만9천원(약 2조원)이었다.

이듬해 3월 20일 어피니티가 신 회장을 상대로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하면서 IPO 관련 일정은 불투명해졌다. 한 달 뒤 교보생명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자사 FI 법인 4곳이 보유한 풋옵션 공정시장가치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행사가격을 높이기 위해 평가기준일을 유리하게 정했다”라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를 받아들인 검찰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정종화 부장검사)가 딜로이트 회계법인 임직원 3명, 교보생명 FI법인 관계자 2명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그런 와중에 어피니티는 26일 '검찰 공소장 관련 미디어 PAQ'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하며 검찰 기소가 중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교보생명 역시 같은날 '공소장 왜곡하는 어피니티컨소시엄…사법당국의 권위를 무시하는가'라는 제목의 관련 자료를 내면서 즉각 반박에 나섰다.

어피니티 측은 "공소장의 핵심내용이 ‘허위보고’라는 조항을 들어 공인회계사법 위반을 문제삼고 있다"며 "적정가치 산정 과정에서 의뢰인과 회계사 간 의견 조율은 불가피하며 이런 사안으로 기소된 전례를 찾기 어렵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검찰이 문제삼은 보고서의 해당 부분은 도입부로서 보고서의 중요 부분도 아니다"라면서 "공소장에서는 평가가격 적정성, 평가 기준일, 주가산정기간 선택 등 교보생명이나 신창재 회장이 주장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교보생명 측은 "어피니티 컨소시엄 및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공소장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왜곡할뿐더러, 위법한 사항에 대한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검찰 공소장에 포함된 내용이나 법원에서 다뤄야 할 내용에 대해 본질을 흐리며 물타기하는 이들의 행위는 사법당국의 권위를 무시하는 태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소장 내 허위보고 이외에 위반 내용 여부를 두고도 양측의 주장은 엇갈렸다. 어피니티는 "공소장에 따르면, 컨소시엄이 딜로이트안진에게 지급한 것은 교보생명 가치평가업무 수행에 대한 용역비 뿐"이라며 "용역계약서에도 '이로 인해분쟁이 발생할 경우, 딜로이트안진의 법률 비용을 지급해준다'는 조항이 있으나 용역비는 통상적인 수준이고 법률비용 부담 조항도 분쟁 관련해 회계법인 선임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교보생명은 "회계기준 등에 따르면, 의뢰인과 회계사 간 의견을 조율했을 경우에는 이 결과물에 대한 제3자 공유나 배포가 금지된다"라면서 "검찰 공소장에는 컨소시엄과 딜로이트안진이 허위의 가치평가 보고서 작성을 위해 공모한 정황이 드러났고, 이 경우 중재 판정부를 포함한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교보생명이 매년 자체 평가하는 회사 내재가치가 FI 감정가인 주당 49만9천원을 초과한 것에 대해 어피니티는 "딜로이트 안진뿐만 아니라 다른 재무적 투자자가 의뢰해 가격을 산출한 회계법인도 비슷한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부당한 이득을 주어야만 산출될 만큼의 높은 금액이 아니라 다른 내외부 전문가들이 산출한 것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은 "중재 판정부에 보고서가 제출됐을 뿐만 아니라, 단순히 양 측이 보고서를 조율한 것이 아니고 어피니티컨소시엄이 가치 산정 과정을 주도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라고 반박했다.

검찰의 기소 행위 자체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렸다. 어피니티는 "공소장에 따르면 교보생명이 고발한 내용 중 가격의 적정성이나 평가 기준일 등의 문제점은 기소된 범죄 사실이 아니고 범죄사실로 언급된 '공모, 허위보고, 부정한 청탁, 부당한 이득' 부분 역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극히 당연한 수준의 의뢰인과 평가기관 상의 통상적 소통 및 그에 대한 통상적 수준의 용역비용과 용역계약서의 통상적 조항(법률비용 부담)에 대한 평가가 왜곡된 측면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어피니티와 딜로이트안진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의심이 있어 평가기관을 선정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추정을 할 수 있다"며 "신창재 회장이야말로 주주간 계약을 철저하게 따르며, 합리적인 의심에 따라 평가기관을 선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검찰 기소가 향후 ICC 결정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어피니티는 "그렇지 않다. 이 사건은 형사사건에서 수집된 증거가 민사분쟁에 새로운 증거로 제출되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현재 검찰에 제출된 모든 자료는 투자자 측이 이미 국제중재에 증거로 자체 제출한 것들"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이러한 자료를 보고 기소 결정을 했더라도 ICC에서는 전혀 모르는 새로운 증거에 입각한 것이 아니므로 중재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며 "3월로 예정된 심리기일에 기존에 제출된 양측에 주장과 증거에 입각해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교보생명은 "이번 계기를 통해 '관행', '통상적'이라는 미명하에 묵인되던 의뢰인과 회계법인과의 사기적 공모 결탁을 뿌리 뽑을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고의적으로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의 짬짜미 행위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것이 '관행'으로 용인된다면 자본시장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파이낸셜신문=임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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