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관련 업체들의 주가는 실망 매물로 급락
애플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려면 동등한 파트너사 관계가 아니면 진입 어려울 것
업계 상당수, "현대차그룹이 애플보다 유리한 '하이그라운드' 차지하고 있다" 평가
국내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차와 글로벌 ICT 제조업체 애플과의 협력이 물거품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이 확인과 함께, 동등한 파트너 관계가 아니면 애플이 자동차 산업에 발을 담그는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현대차그룹은 "당사는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습니다"라면서 협력 부인 공시를 냈다.
이에 따라 애플과의 협업 기대로 주가가 급등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관련 업체들의 주가는 실망 매물로 급락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번 부인 공시가 오히려 현대기아차의 가치를 재확인한 것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보다 더 주목할 점은 애플-폭스콘 같은 기존 원청-하청 관계로는 애플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는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아울러, 애플이 새로운 먹거리 분야로 점찍은 자동차 산업 진출 전략이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것이다.
현대차증권이 9일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애플은 테슬라 등 IT 기업의 자율주행전기차 시장을 견제하기 위한 자동차 시장 진출 전략이 노출됐고 시장 진출을 앞당기기 위한 전략적 보폭이 빨라지고 있음 을 드러낸 셈이다.
또 애플을 포함한 테크 기업들은 테슬라, OEM 등 전략에 대항해 자율주행전기차 침투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주요 이슈로 판단됐다. 한편으로는, 애플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소수의 OEM만이 해당 협업이 가능한 상대방이 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한 셈이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애플과 협업 결렬은 아쉬워도 현대차그룹은 경쟁력을 확인했다"며 "시장 참여자들의 합리적 추론으로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소수 업체만이 협업 가능한 상대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전기차 양산 경험, 주요 판매 거점의 생산능력 및 공급체인, 원가 절감 가능한 경쟁력 있는 플랫폼 등 핵심 경쟁 요인을 보유한 현대차그룹은 언제든 다양한 기술 기업과 협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다소 모호한 공시 문구를 두고도 다양한 해석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공시 내용 중 "여러 해외기업과 '자율주행 전기차' 협업을 검토 중이지만 애플과 '자율주행차' 협의는 하지 않는다"라는 부분을 두고, 애플과 '자율주행차'에 대한 협의만 무산됐다는 의견이다. 달리 말하면 '전기차; 부분은 협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연구원은 제네시스 전기차, 현대 아이오닉 5 전기차 등 글로벌 확대 출시출시, 론칭에 따른 모멘텀과 기아 CEO 인베스터 데이 등을 통해 현대기아차에 대한 주가와 산업적 가치는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경쟁력 있는 친환경차 전용 플랫폼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GM 얼티엄을 혼다가 도입해 북미용 전기차에 적용하기로 했으며, 폭스바겐 MEB는 포드의 새롭게 개발되는 전기차에 도입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도 E-GMP를 첫 적용한 현대 아이오닉 5 를 통해 친환경차 전용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지 못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서 현대차그룹 E-GMP를 도입한 새로운 차량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시장도 애플과 현대차그룹의 협력으로 어느쪽이 더 득실이 있을지 따져보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증권가가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제조사는 애플이나 구글 등의 협력에서 아쉬울 게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여럿 나온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과 현대차그룹의 관계에서 유리한 쪽은 '하이-그라운드(high ground)'를 차지하고 있는 쪽"이라며, "현대차그룹이 이미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신문=황병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