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법 모범 '미 델라웨어주 회사법'은 "자유로운 경영활동 보장"
회사법 모범 '미 델라웨어주 회사법'은 "자유로운 경영활동 보장"
  • 임권택 기자
  • 승인 2021.11.11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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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델라웨어주, 미국 기업들의 법인 설립지로 인기

작년 상법 개정으로 주주 권한을 강화하는 제도가 속속 도입된 반면, 투기자본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경영권 방어수단이나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킬 수 있는 ‘경영판단원칙’은 여전히 반영이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전경련은 11일 각국 회사법의 모범 기준으로 자리잡은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의 특징을 우리 회사법과 비교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 델라웨어주는 2020년 포춘 500대기업 중 67.8%(339개사), ‘19년에 나스닥이나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147개사 중 88.4%(130개사)가 법인을 설립할 정도로 기업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애플, 아마존, 알파뱃, 뒤퐁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본사가 인구 백만에 불과한 델라웨어주에 몰려 있다.

미국 델라웨어주 홈페이지 캡처(
사진=미국 델라웨어주 홈페이지 캡처(https://delaware.gov)

보고서는 미 델라웨어주의 이러한 기업유인 효과는 기업 친화적인 환경과 회사법에 기인한다고 풀이했다. 특히 델라웨어주 회사법은 기업의 자유로운 지배구조와 경영활동을 보장하며, 미국 모범회사법(MBCA)의 근간이 되고 있다. 델라웨어주 회사법과 한국 회사법을 비교했을 때, 지배구조 구성이나 경영자에 대한 권한과 책임 등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보고서는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제도는 델라웨어주뿐만 아니라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한국 유일의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대주주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발행주식 총수의 3%를 초과하는 주식은 의결권을 강제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총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3%를 초과하는 주식은 의결권 행사가 금지된다.

기업의 이사회를 구성하는 방식도 차이를 보인다. 델라웨어주는 이사회 구성시 이사가 1명 이상이면 되고 나머지는 기업 재량에 맡긴다. 그러나 한국은 이사를 3명 이상 두어야 하고, 감사를 두지 않는 경우 이사회 산하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와 달리 델라웨어주 회사법은 감사위원회에 대한 규정이 아예 없다.

특히 한국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 관련 규정이 더욱 엄격하여, 이사회는 이사 3명 이상이되 2/3 이상을 사외이사로 두어야 한다. 또한 감사위원 1명 이상을 주주총회에서 분리선출해야 한다. 델라웨어주 회사법에는 기업 규모에 따른 별도의 차등 규정이 없다.

보고서는 또 사외이사의 자격요건에 대해 한국 회사법은 법과 시행령에 총 21건의 결격사유를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델라웨어주 회사법에는 이사회 구성을 기업에게 맡기기 때문에 이사 자격이나 결격사유에 대한 규정도 없다.

아울러 이사가 내린 경영상의 판단에 대해 사후적으로 그 책임을 묻고, 회사에 끼친 손해를 배상하도록 요구하는 조항이 델라웨어주 회사법에는 없다. 오히려 이사가 고의적으로 법령을 위반하거나 부당한 사익을 취한 것이 아니라면, 정관을 통해 이사의 경영책임을 포괄적으로 면제해주는 규정이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이사가 델라웨어주에서와 같이 면책을 받기 위해서는 주주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21.2분기말 현재 주주 수가 450만명을 넘는 삼성전자 같은 경우를 감안하면 비현실적인 조항이다.

이사의 경영상의 판단을 존중하는 태도 역시 차이를 보인다. 델라웨어주는 경영판단원칙(Business Judgement Rule)을 1988년에 처음 판례로 수립한 이래, 법원에서 이사의 경영책임을 판단하는 일관된 기준이 되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은 대법원 판결(2004.7.22.선고 2002도4229)에서 처음 인용된 이래 2015년까지 경영판단원칙이 적용된 대법원 판결은 37건에 불과하다.

경영판단원칙은 이사가 선관의무를 다하고 권한 내에서 행위를 했다면 비록 회사에 손해가 발생해도 개인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델라웨어주는 정관에 따라 이사회가 주식의 내용과 조건을 자유롭게 설계하고 발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나온 경영권 방어수단들이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등이다. 그러나 한국은 주주평등 원칙에 따라 1주 1의결권만 허용하기 때문에 이런 방어수단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델라웨어주 회사법에는 다중대표소송에 대한 규정이 없다. 다만, 판례로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등 자회사를 독립된 회사로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전경련
전경련

한국은 2020년 상법 개정을 통해, 지분 50%를 초과하는 모자회사 관계에서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허용했다. 한국 다중대표소송 요건이 미국보다 훨씬 느슨하기 때문에 이를 투기자본이 이용할 경우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다중대표소송은 자회사 이사가 임무를 게을리 하거나 불법행위를 저질러 자회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는 소송이다.

전경련 유환익 기업제도실장은 “한국 상법이 1인당 GDP 100달러 시대에 제정(1962년)되어, 지금 변화된 기업경영 활동에 맞지 않는 조항들이 많다.”면서, “기업가들의 과감한 투자를 유도하고, 기업 성장을 통해 주주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면 재편해야 한다.”고 했다.[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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