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K-컬처밸리' 공영개발로 전환... 지역주민 '물거품' 반발

지역주민 "CJ라이브시티 원안 추진" 요구

2024-07-24     임권택 기자
CJ라이브시티

경기도는 지난 1일 고양시민의 숙원사업이자 글로벌 한류열풍의 확산을 위해 추진해온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현행 사업시행자와의 사업협약을 해제하고 새로운 비전과 방식, 속도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경기북부 최대 개발사업인 CJ라이브시티 백지화를 발표한 것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15일 경기도는 고양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CJ라이브시티와 협약 해제는 K-컬처밸리 사업 성공을 위한 불가피한 결단이었다는 점을 내세웠다.

경기도는 K-컬처밸리 협약해제 소식에 고양시 주민들의 우려와 걱정이 크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경기도 차원에서 주민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간담회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협약 해제 배경에 대해 설명하면서, CJ라이브시티측의 사업추진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사업의 원안 추진 요구는 "이미 사업이 해제되었으므로 원안 추진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공영개발로 진행하면 아파트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경기북부 발전을 위해서는 고양시를 중심으로 한 복합문화단지가 중요하다는 주민들의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면서 "K-컬처밸리를 복합문화단지로 조성한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지켜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 고양시 관계자는 "K-컬처밸리 사업에 주거 허용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며 "K-컬처밸리가 원안대로 개발돼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주요 쟁점 중 하나는 공공개발이다.

경기도 대변인은 지난 17일 경기도의 K-컬처밸리 사업 추진을 위한 방법으로 '건설은 경기도가 하고 운영은 민간이 맡는다'라는 방향성의 공공개발 방침을 내세웠다. 경기도가 GH(경기주택도시공사)와 협력해서 건설을 책임지고, 그 뒤 운영은 하이브 등 유수 국내외 엔터테인먼트사가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 대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2일 국민의힘 고양병 당원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K-컬처밸리 공공개발 방침을 졸속으로 결정한 경기도와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비판했다. 

김종혁 당협위원장은 경기도가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사업협약을 해제했으면서 GH(경기주택도시공사)가 이를 맡으면 사업성이 개선된다는 논리는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또한 "이미 17% 건설된 공연장을 공영 개발하려면 예비타당성 조사와 설계 등 모든 절차를 새로 시작해야 한다"며, "경기도가 2조원 규모의 사업을 장난감 다루듯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CJ라이브시티는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약 32만 6400㎡(약 10만 평) 부지에 아레나, 스튜디오, 숙박 및 상업시설 등 'K-콘텐츠 경험형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조성이 완료되면 10년 간 약 30조원의 경제 파급효과, 약 20만명의 고용유발 효과 등이 전망됐다.

이 사업은 개발 단계부터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유수의 기업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단지의 마스터플랜 수립 및 건축 디자인은 애플 신사옥, 독일 국회의사당 등을 설계한 英포스터앤드파트너스가 맡았다. 

앵커 시설인 아레나는 세계 1위 아레나 운영사인 美AEG, 도쿄돔·사이타마 슈퍼아레나 등을 설계한 日니켄세케이, 국내 유력 건축 설계사무소 간삼건축, MAMA, KCON 등 K팝 컨벤션을 기획/운영하는 CJ ENM이 설계 단계부터 참여했다.

아레나의 시공은 국내 건설사 중 유일하게 아레나 건설 경험이 있는 한화 건설부문이, 아레나의 운영은 CJ라이브시티와 AEG가 설립한 합작법인(JV)이 담당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장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 최초로 아레나 도입을 기획하고, 국내외 전문기업들과 함께 개발 및 운영 계획을 수립해 온 당사자가 CJ다. 국내에서 아레나를 가장 잘 아는 민간기업을 배제해놓고 경험이 전무한 공공 기관이 나서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화인프라 사업이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운영은 물론 개발 단계부터 전문 기업이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경기도가 CJ가 쌓아온 지식재산권을 활용하지 않고 그 이상의 개발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공공이 개발을 주도했다가 실패한 대표 사례로 영국 런던의 O2아레나가 있다. O2아레나(최초 명칭은 밀레니엄 돔)은 영국 정부가 1997년 당시 한화 기준 1조4천억원을 투입해 개발했지만, 개관 후 방문객 수가 예상 대비 15% 이하에 머무는 등 심각한 운영난에 시달리다 결국 1년만에 문을 닫았다.

결국 영국 정부는 엔터테인먼트 전문기업인 AEG에 부지를 매각, AEG는 아레나 일대를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지구로 재개발하여 오늘날 연간 방문객 850만명의 글로벌 대표 아레나를 만들어냈다.

지난 2일 성공적으로 착공에 돌입한 도봉구 서울아레나 역시 공공이 주도한 초기 단계에서 위기를 겪었다. 서울아레나는 2015년 건립 확정 후 적격성 조사 통과에만 3년을 소요하는 등, 지방자치단체 주도 단계에서 약 8년을 표류하다 카카오가 출자자로 나서면서 본격적인 추진이 성사됐다.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없이는 사업 수행이 불가능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고양시를 대표하는 지역 커뮤니티에는 문화산업 대표 기업이자 엔터테인먼트 전문 기업이 계획했던 10만평 문화콘텐츠 복합단지를 아파트 건설사인 GH가 개발한다는 것은 문제라며 성토했다.  

한 지역 주민은 "일산 내 한예종 유치 및 신분당선 연장도 말 뿐이었고 하나도 지켜진 게 없다"며 "정권 바뀌고 인사 이동 때마다 말을 바꾸는 게 바로 지자체들이다. 경기도나 GH가 아니라, 기업의 명운을 걸고 꾸준하게 사업을 추진할 민간기업이 반드시 이 사업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미 17%나 지어진 아레나 공사 현장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도 코미디"라며 "도지사의 남은 임기동안 뭘 할 수 있겠나. 2년 내 주민들이 납득할만한 결과물을 만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CJ라이브시티 원안을 다시 추진해서 공사를 재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양시 지역 주민들은 경기도의 CJ라이브시티 사업협약 해제 및 공공개발 계획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며 CJ라이브시티 원안 추진을 소리 높여 요구하고 있아 귀추가 주목된다. [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