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ESG는 화석연료 산업과 정치 세력의 전략적 합작품…장기적 관점의 ESG 내재화가 중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인플루언스맵, 글로벌 안티 ESG 흐름과 국내 기업의 대응 방향 세미나

2025-02-27     임영빈 기자

트럼프 2기 정권 출범 후 최근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 '안티 ESG(Anti-ESG)'가 석탄 등 화석연료 산업과 일부 정치세력 간 전략적 협력 아래 만들어진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이 단기적 흐름에 편승하기보다는 ESG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재전환하는 계기로 삼고, 중장기적 성장 전략의 일부로 ESG 내재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세진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인플루언스맵이 2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2층 토파즈룸에서 '글로벌 안티 ESG 흐름과 국내 기업의 대응 방향'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글로벌 ESG 동향을 살피고, 국내 기업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과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세진 인플루언스맵 한국팀 매니저는 '안티 ESG 흐름과 화석연료 부문의 역할' 주제 발표에서 "안티 ESG 흐름의 핵심은 화석연료 산업"이라며 "안티 ESG 흐름의 더 큰 목표는 기후 정책 행동을 차단하고, 주주들이 기업의 기후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 매니저는 "ESG 위험에 대한 화석연료 부문의 주장은 기업, 관련 산업 협회, 싱크 탱크, 학계, 컨설턴트, 선출 공직자, 미디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긴밀한 협력 아래 전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들은 주류 그룹과 미디어, 기관, 정치인들에게 전략적으로 화석연료 사용 연장 메시지를 침투시켜 이를 공공 담론으로 확장되게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이들 세력은 비즈니스/투자 리스크를 정치, 신념, 에너지 안보 및 '미국적 가치'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기후 문제를 회피해 나가고 있다"며 "이를 위해 더욱 커뮤니케이션과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크레이그 D. 마틴(Craig D.Maitn) 모리슨 포스터 ESG 및 지속가능성 실무 그룹 공동 대표는 '미국의 ESG 및 안티 ESG 흐름에 대한 소개' 주제 발표에서 미국 내 ESG 규제 후퇴 흐름을 소개했다.

마틴 대표는 "지난해부터 미국에서는 ESG 및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가 상당한 도전에 직면했고, 이에 대한 미국 내 여론도 상당히 파편화됐다"며 "이러한 영향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은 지속적으로 ESG 관련 투명성과 규제 준수를 강화하는 등 글로벌 ESG 기준을 주도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세계 각국이 저마다 다르게 전개하고 있는 ESG 규제 환경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하지 않는다면, 해당 국가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마틴 대표는 "최근 미국 내 ESG 관련 소송 및 법적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 집단소송, 증권 소송 관련 대응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ESG를 기업 전략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장기적인 성장 전략과 연계해 지속 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시아기후변화투자자그룹(AIGCC)의 조대현 박사는 '안티 ESG 기조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대응 방안' 주제 발표에서 "일부에서는 최근 ESG 투자 흐름이 위축되는 중이라고 해석하는데, 자산소유자가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은 후퇴가 아니라 정상화되가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조 박사는 "미국에서도 기관투자자의 ESG에 대한 관심은 줄어도 걱정은 제한적이며, 미국 외 기관투자자는 아직도 ESG 투자에 활발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간 과도한 관심을 받았던 ESG가 이제는 '진짜'들만 남아가는 과정에 들어섰다"고 해석하면서 "이러한 흐름에서 국내 기업들이 투자자 포함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박사는 "안티 ESG 흐름 속에서 국내기업들이 ESG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해 볼 필요가 있다"며 "ESG는 '착한, 올바른, 윤리적인, 투명한' 등의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환경(E), 사회(S), 기업지배구조(G) 항목들을 활용한 '비재무적 성과평가 도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지속가능성 공시는 기업 입장에서 시점의 문제일 뿐, 공시의 의무화는 당연한 수순"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안에 ESG가 내제화되고 건전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체계를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요청했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2025 ESG 아젠다 변화와 기업의 과제' 주제 발표에서 "안티 ESG의 등장 등 ESG의 변곡점을 맞이한 오늘날, 우리 기업은 기존 ESG 전략 점검 및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며 "비용 대비 효과적인 ESG 활동을 선택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원장은 "기업은 비용 대비 ESG 효과에 대해 분석한 다음, 그에 기반해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며 "탄소세,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 등 임박한 ESG 규제에 맞춰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또, "기업 이해관계자 확대에 따라 ESG와 기업 브랜드 이미지, 수익성 등을 적절히 고려하는 전략을 수립·실행해야 한다"며 "통상규제 불씨가 여전한 만큼, 수출기업의 ESG 동향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국내 ESG 흐름과 정책 방향성' 주제 발표에서 "그동안 기업에 있어 ESG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었고, 이 점이 지금껏 ESG가 확산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견해를 밝혔다.

김 수석연구원은 "ESG는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의 변화 등을 통해 전달되는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선제적으로 반영해 기업의 중장기적 이익 극대화를 위한 수단"이라며 "정치가 기업의 경영 환경에 변화를 갖고 오는 중대한 요소이긴 하나, 기업은 그 밑에 깔려있는 돈의 흐름을 봐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글로벌 기업이 공급망 ESG 요구 수준을 낮출 가능성은 적다"며 "오히려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고객사의 마케팅·제품 경쟁력 측면에서는 공급망 저탄소화가 더 유리하고, 설사 이런 것이 없다 하더라도 고객사 입장에서는 ESG 요구를 지속하는 것이 가격 협상에서도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신문=임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