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최근 펀드가격 산정 오류 반복…투자자 신뢰 근간 위협"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투자자 충실의무 성실 수행, 전문성·창의성 제고해야” CEO들 "상법상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 필요"

2025-04-10     임영빈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산운용사 CEO들에게 "자산운용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펀드가격(NAV) 산정에 있어 최근 오류가 반복되고 있다"며 건전한 시장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줄 것을 주문했다.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는 이 원장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해 23개 자산운용사 CEO 등이 참석했다. 이번 간담회는 자본시장 선진화 및 자산운용산업의 건전한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업계 건의사항을 청취하고자 마련됐다.

이복현

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우리 자본시장이 만성적인 증시 저평가, 기업 실적 둔화 우려, 글로벌 관세 전쟁 등 '누란(累卵)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위기돌파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자산운용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이 원장은 CEO들에게 신인의무(Fiduciary Duty)의 충실한 이행을 주문했다. 이 원장은 "신인의무는 운용사의 모든 판단과 행동을 규정하는 핵심 원칙이고, 자산운용사는 자본시장법(제79조)에 따라 투자자에 대한 충실의무가 명시적으로 부여된다"고 운을 띄었다.

이 원장은 "그러나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 일부 대주주·임직원의 사익추구, 계열사 등 이해관계인에 치우친 의사결정 등 투자자 최우선 원칙을 훼손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이에 금감원은 우선적으로 의결권 행사 모범 및 미흡사례를 적시(Name & Shame)하고, 향후 시장이 성실한 수탁자를 가려낼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자산운용업계도 조직내 의사결정과 보상·평가체계 전반에 신인의무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이 원장은 "최근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외형 확대를 위한 보수 인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며 "노이즈 마케팅 등에만 집중하고 본연의 책무를 등한시하는 운용사에 대해서는 펀드시장 신뢰 보호를 위해 상품운용 및 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하겟다. 운용사 자체적으로도 업무 원칙과 내부 규율을 재정립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CEO들에게 운용역량 제고를 위한 전문성과 창의성 제고 노력도 함께 주문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K-운용'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절실하다"며 "금감원도 펀드 운용규제 개선과 운용사 업무영역 확대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자산운용사가 출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원장은 "자산운용산업은 초격차 기술과 100세 시대에 혁신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자본시장의 핵심 인프라"라며 "이 산업이 미래를 향해 내실있게 성장하기 위해 눈앞의 숫자보다 보이지 않는 신뢰의 가치를 먼저 돌아봐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자산운용사 CEO들은 자본시장 선진화 및 자산운용산업 발전 추진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감독당국과 지속적으로 소통·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CEO들은 주주권익 보호를 위해 상법상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이 필요하고, 도입초기 대상은 '상장사'로 한정하더라도, 그 간 일반투자자 권익침해가 다양한 형태로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여 '원칙' 중심의 대응방안 마련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한국 증시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추진, 스튜어드십 코드의 이행력 제고, 의결권 공시강화, 중복상장 해소 장려책 등이 필요하고, 업계 스스로도 투자대상 기업과의 적극적 소통·관여(engagement) 등 수탁자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CEO들은 자산운용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펀드가입 절차 간소화, 외화표시 ETF 상장 허용, 장기적립식·채권형 상품에 대한 세제상 혜택 부여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고 자산운용업계도 AI 기술을 활용한 운용 효율성 제고, 과도한 ETF 마케팅 자제 등 자정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화답했다. [파이낸셜신문=임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