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노후화된 경제구조 창조적 파괴해야 경제 회복"
한국은행, '일본경제로부터 되새겨볼 교훈' 분석 "부동산發 부채누증에는 사전에 단계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최선" "저출산·고령화는 일본경제가 결국 장기침체에 들어서게 된 주된 요인" "한국과 일본은 제조업 중심 수출 성장모델로 성공...구조개혁 장애물" "우리나라는 무엇보다 첨단산업 육성에 역량을 모아야" "인구고령화로 경직적 재정지출 증가는 정부 재정여력을 빠르게 소진" "통화정책은 경기대응수단이지 경제체질 개선 수단 아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40년대 후반 0.6%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지만 구조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총요소생산성 향상, 출산율 제고, 노동의 질 개선을 통해 잠재성장률 하락을 상당부분 만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5일 '일본경제로부터 되새겨볼 교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는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가 부러워하는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지만 지금은 한 세대에 한 번이나 경험할 만한 대내외적 격변의 현장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먼저 대외 적으로 보면, 그간 순풍으로 우리 성장을 뒷받침해 주었던 글로벌 통상질서는 이제 오히려 역풍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국가간 첨단기술 패권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지경학적 안보를 중시하는 보호무역주의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은 자국 중심의 경제질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대립하고 있으며, 중국은 첨단⋅범용 기술에 기반한 생산자립과 내수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과거 뜨거웠던 성장엔진이 장기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들이 표면화 되면서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인구고령화가 어느 선진국보다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2021년부터 인구 축소사회로 진입 했다.
그 결과 인구의 잠재 성장률 기여도는 2000년대 0.7~0.9%p에서 21년 이후 0.2~0.3%p로 크게 낮아졌다. 이에 더해 민간부채 누증에 기반한 부동산으로의 과도한 자금 쏠림 현상이 지속된 결과, 高생산성 분야로의 자원배분이 미흡하여 우리 경제의 생산성 증가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고서는 일본이 인구구조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여 2010년부터 인구감소가 없었다고 가정하면, 2010~24년중 평균적으로 경제성장률은 0.6%p 상승하고 정부부채비율은 4.5%p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보고서는 일본의 교훈을 통해 다섯 가지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부동산發 부채누증에는 사전에 단계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그러나 부채가 이미 부실화되었을 경우에는 이를 신속히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버블 기 전후 일본은 부동산으로 자금이 크게 쏠렸으나 사전적으로나 사후적으로나 리스크 관리에 미흡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그 결과 부실채권 문제가 은행위기로 전이되었다.
다음으로 저출산·고령화는 일본경제가 결국 장기침체에 들어서게 된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하면서 대응이 늦어질수록 큰 비용을 오랫동안 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본은 1996년부터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했으나, 보수적 관행정규공채 선호, 양육부담 여성편중 등으로 유휴인력의 사회진출이 어려웠다.
그리고 장기침체와 일손부족을 겪은 후에야 여성과 고령층,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 활용하게 됐다. 우리나라도 생산연령인구와 총인구가 이미 감소하고 있다. 노동투입의 잠재성장률 기여도는 축소됐으며 취업자수 증가에 인구요인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또한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은 제조업 중심의 수출 성장모델로 성공했지만 과거의 강력한 성공경험은 이후 국내외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와중에서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데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수직통합생산으로 선진국미국, 유럽 등에 고품질제품을 수출하면서 성장했으나, 1990년대 이후 글로벌 수평분업생산에 미온적으로 대응한 결과 글로벌 제조업 경쟁에서의 우위가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글로벌 통상 질서 변화, 중국의 자급률 제고에 따라 우리도 기존 성공전략을 비판적으로 되돌아 볼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인구고령화로 인한 경직적 재정지출연금·의료보험 증가는 정부 재정여력을 빠르게 소진시키는 핵심요인이라고 했다. 이해당사자 반발, 정치적 부담 등의 이유로 사회보장지출 증가에 선제 대응하지 않는다면, 재정의 경기대응 능력이 저하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 신인도까지 영향받게 된다고 했다.
여기에다 1990년대 이후 일본 정부부채 대부분은 연금·의료보험 지출로 증가했으며, 우리나라도 2010년대 이후 이러한 모습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예컨대 적자재정 이후에는 흑자재정을 통해 재정여력을 복원하는 관행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적자재정경기위축 대응 이후에는 흑자재정을 통해 재정여력을 복원하는 관행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마지막으로 전통적이든 비전통적이든 통화정책은 경기대응수단이지 경제체질 개선 수단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잠재성장률 제고는 구조개혁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통화정책은 이를 경기적 측면에서 보완하는 보조적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했다.
일본은 저성장⋅저물가를 탈피하기 위해 경제체 질 개선 노력보다는 전통적 통화정책이 한계에 다다르자 각종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의존했던 것으로 판단됐다. 지난해 12월 일본은행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단기적 경기부양효과는 있었으나 성장잠재력을 회복시키지 못했고 오랜기간 지속되어 부작용금융시장 왜곡 등을 유발했다고 자평했다.
향후 우리나라 통화 정책 운용 과정에서도 이러한 일본은행의 정책 성과와 부작용을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우리 경제는 갈림길에 서 있고, 노르베르그역사학자가 'Peak Human'에서 설파한 바와 같이 한 국가의 흥망성쇠는 운명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라며 여러 분야에서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고 밝혓다.
보고서는 실제로 대내외 여건이 우리에게 양호했던 적이 거의 없었지만, 우리 경제는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단기간 도약한 것처럼 저력이 있다고 했다. 또 끊임없는 혁신노력으로 제조공정분야에서는 여전히 선두권의 경쟁력이 있으며, K-콘텐츠 등 서비스업종에서도 소프트파워를 키워나가고 있다고 했다.
결국 일본의 과거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우리 경제수준에 비해 노후화된 경제구조를 혁신(창조적 파괴)해야만이, 우리 경제가 다시 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