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 부처, 346개 법률에 경제형벌 8천개 이상 … 91.6%는 법인까지 처벌 가능

한경협, 21개 부처 소관 경제법률 형벌 조항 전수조사 결과 경제법률 위반행위의 약 34%는 겹겹이 중복제재, 5중 제재까지 존재 경미한 행정 절차 위반에도 형사처벌 가능성…실무상 부담 가중 ‘공정거래법’ 자료 제출 의무 위반도 최대 징역 2년…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중복 제재단순 행정 위반까지 형사처벌…획기적 개선 통해 합리화해야”

2025-11-10     임권택 기자
사진=파이낸셜신문DB

기업 활동과 관련성이 높은 21개 부처 소관 346개 경제법률에서 8천403개의 법 위반행위가 형사처벌(징역, 벌금 등)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경제법률 형벌 조항 전수 조사를 시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이 가운데 7천698개(91.6%)는 양벌규정이 적용돼, 법 위반자뿐 아니라 법인도 동시에 처벌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벌규정은 실제 법 위반자 외에 관련 있는 법인 또는 사람에 대해서도 같이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한 규정을 말한다.

법 위반행위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을 포함한 두 개 이상의 처벌⸱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항목은 2천850개(경제형벌 8천403개의 33.9%)에 달했다. 중복 수준별로는 2중 제재 1,933개(23.0%), 3중 제재 759개(9.0%), 4중 제재 94개(1.1%), 5중 제재 64개(0.8%)로 나타났다.

한경협

[사례]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 D사는 협력업체 간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업계 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 자리에서 D사 대표는 “최근 알루미늄 가격이 오르다 보니, 납품단가를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을 했고, 다른 업체 관계자들도 어려움을 공유하며 향후 단가 조정 계획을 간략히 언급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관련 신고를 접수받고, 해당 발언과 회의록을 근거로 담합 정황을 발견했다며 조사를 착수했다. 명시적인 가격 인상 합의나 계약은 없었음에도, 공정거래법상 부당공동행위로 판단될 경우, 징역(최대 3년)과 벌금(최대 2억원) 그리고 과징금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부과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일례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사업자 간 가격·생산량 등의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만으로도 담합 합의로 추정될 수 있다. 이 경우 징역과 벌금이 병과될 수 있으며 과징금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더해지면 최대 4중 제재가 가능하다.

공정거래법 제40조는 가격, 원가, 생산·출고·재고·판매량, 거래조건 등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일정 거래 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사례]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 씨는 점포 앞에 테라스를 만들고 손님들의 편의를 위해 가벼운 천막 지붕을 씌웠다는 이유로 지자체로부터 ‘무허가 증축’으로 고발당했다. B씨는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도 몰랐고, 가벼운 천막이라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법원의 판단에 따라 최대 징역 3년에 처해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건축법에 따르면 사전 허가 없이 도시지역에서 건축(신축·증축·개축 등)하거나 건폐율 및 용적률 기준을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될 수 있다. 점포 앞 테라스, 외부 계단 가림막용 새시(경량 철골) 및 아크릴판 설치 등 영업 편의 목적의 경미한 구조물 변경도 법적으로는 ‘증축’으로 간주하여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

건폐율은 대지면적(건축 가능한 토지 면적)에 대한 건축면적(건물이 대지 위에서 차지하는 면적)의 비율이며, 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하여 지하층을 제외한 지상층 면적합계(연면적)의 비율을 말한다.

또한 임시로 설치하는 가설건축물을 허가나 신고 없이 건축하는 행위도 형사처벌 규정(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될 수 있다.

이는 안전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미한 사안이라도 허가·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그 즉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다.

[사례] A 씨는 도매업체로부터 납품받아 온라인에서 화장품을 판매해왔다. 일부 제품의 라벨이 훼손된 채 입고되었지만, 내용물에는 이상이 없다고 판단한 A 씨는 제품을 판매했다. 그러나 A씨는 라벨 훼손 제품 판매를 이유로 화장품법 위반으로 최대 3년의 징역형을 부과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화장품법에 따르면, 화장품 판매자가 직접 라벨을 제거하지 않더라도 기재·표시 사항이 훼손된 제품을 판매하거나, 판매 목적으로 보관·진열만 해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한경협은 K-뷰티 산업이 중소기업 중심으로 성장하며 해외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현행 처벌 규정은 법무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 또는 창업 초기 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례] 기업 공정거래법 담당자인 C씨는 매년 제출해야 하는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준비하던 중, 동일인의 특수관계인주7) 현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동일인의 혈족 4촌과 인척 3촌 범위를 확인하여 이들의 주식 소유 현황을 조사해야 했지만, 일부 친족들은 개인정보 제공을 거부했고, 소원한 친척 관계로 인해 연락조차 닿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C씨는 파악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자료를 제출했으나,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4촌 친척 중 한 명의 지분율이 누락되었음이 밝혀졌다. 실무자의 의도적인 허위 제출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C씨와 소속 기업은 자료 허위 제출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어 최대 징역 2년 또는 벌금 1억 5천만 원에 처해질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동일인은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로서 자연인 혹은 법인을 지칭을 의미하며, 특수관계인은 해당 회사를 사실상 지배하는 자, 동일인관련자(배우자, 혈족 4촌 및 인척 3촌 이내의 친족, 동일인이 지배하는 회사 등), 경영 지배의 목적을 갖고 기업결합에 참여하는 자 등을 말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기업은 매년 특수관계인 현황, 주식 소유 현황 등 지정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미제출 또는 허위 제출할 시 최대 징역 2년 또는 벌금 1억 5천만 원의 벌금에 처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동일인이 사실상 사업 내용을 지배하는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 회사집단으로 지분율·지배력을 기준으로 계열회사를 판단 (92개 기업집단·3,301개 소속회사 지정, 2025년 5월)한다.

기업 현장에서는 실무자의 단순 업무 착오, 친족의 개인정보 제공 거부 등 의도치 않은 자료 누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이를 형사처벌로 규율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대다수의 OECD 국가는 경쟁법상 담합,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중대 위반에 한정하여 형사처벌을 운용하고 있어, 현행 규정은 글로벌 스탠다드와 괴리가 있다. 한경협은 기업집단 지정자료 미제출과 같은 단순 행정 의무 위반의 경우 행정질서벌로 전환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중복제재와 단순 행정 의무 위반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현 제도는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경영 리스크를 높이는 주요 요인”이라며, “정부가 경제형벌 합리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 개선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