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사회보험 본질적 가치 훼손...정부의 적극적 개입 필요"

보험연, '공·사 건강보험 상생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

2025-12-08     임영빈 기자

이재명 정부가 앞으로 비급여 의료비 관리제도 개선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은 전체 비급여 진료비의 규모와 내용 등 의료계 실태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학계 내 주장이 제기됐다.

8일 보험연구원은 서울 용산구 KDB생명타워 동자아트홀에서 '공·사 건강보험 상생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5세대 실손의료보험 도입과 의료 개혁 환경 속에서 공·사보험의 지속가능성과 상생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김진현

김진현 서울대학교 교수는 '비급여 관리제도 개선 방안' 주제 발표에서 "비급여가 건강보험의 의료보장 기능을 저해하고 사회보험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지난 35년(1990년~2025년) 동안 국민의 건강보험료율은 3.1%에서 7.1%로 2배 이상 증가했으나, 보장률은 63% 내외에서 정체되고 있는 등 혼합(병행) 진료가 건강보험의 보장 기능과 공적 건강보험체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비급여는 진료기준이 없어, 의사는 아무런 제한 없이 비급여 의료서비스의 가격과 진료량을 마음대로 결정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교수는 "의료기관의 비급여보고제도는 1∼2개월분의 일부 항목 자료만 보고하고 있어 정부는 비급여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공적 건강보험환자가 부담하고 있는 전체 비급여 진료비의 정확한 규모와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제대로 된 대책 수립에 한계가 있으며, 이마저도 매우 더디게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비급여 관리제도 개선 방안으로 김 교수는 "현재 제한된 항목에 대해 1∼2개월분만 보고하는 의료기관 비급여 보고자료의 범위를 확대해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 진료비를 청구할 때, 공보험 환자에게 시행한 비급여 진료비의 모든 항목과 내용을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이 낮아 치료적 비급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므로 당분간 이를 허용하되, 정부는 비급여의 명칭과 코드 표준화, 목록 정비, 표준가격 혹은 가격상한선을 설정해 사회보험으로서 공보험의 의료비 보장 기능을 확보해야 한다"고 함께 설명했다.

다음으로 김 교수는 "새로운 비급여는 반드시 정부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선진입 의료기술 평가제도는 기업 이익보다 국민 생명이 우선이므로, 선진입 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법적 근거와 조건부 급여체계를 강화하고, 주기적 재평가를 통해 비급여 퇴출 기전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소비자에게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의료인에 대한 교육프로그램 강화가 필요하다"고 함께 제안했다.

김경선

김경선 보험연 연구위원은 '5세대 실손의료보험 도입에 따른 공·사보험 상생 방안' 주제 발표에서 "5세대 실손보험 연착륙과 공·사 건강보험 건전화를 위해 비급여 관리를 중심으로 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며 "정책당국과 보험업계가 긴밀히 협력하여 의료개혁 정책과 실손보험 제도가 정합적으로 작동하는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의료비 증가·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 모두 재정 부담이 누적되는 구조"라며 "일례로, 실손보험 손해율은 전 세대(1∼4세대)에서 100%를 상회하며, 지급보험금 중 도수치료·비급여 주사제와 같은 비(非)중증 비급여 항목의 비중이 크고 신의료기술 관련 비급여 치료가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내년 초 도입될 5세대 실손보험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중증질환 중심으로 보장을 강화하고 비중증 비급여의 과잉 이용을 억제하는 구조로 개편될 예정"이라며 "급여(주계약) 외래는 실손 자기부담률을 건보 본인부담률과 연동함으로써 보건당국과의 정책 연계성을 강화하고, 비급여는 중증(특약1)과 비중증(특약2)으로 구분하여 비중증 비급여에 대한 보상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편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연구위원은 공·사보험 정보 연계 미흡으로 허위청구·이중수급 문제가 지속되고 있으며, 신의료기술 및 첨단재생의료 치료 등은 적용 대상·범위의 불명확성에 따른 과잉 진료 위험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김 연구위원은 "감사원 분석에 따르면 건강보험-실손보험 간 청구 정보 불일치도가 높고 허위·이상청구 가능성이 존재하며, 제도 간 이중지급 문제로 재정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며 "첨단재생의료는 치료 대상 중 '난치질환'에 대한 엄격한 정의 부재(不在)로 치료가 필수적이지 않은 환자까지 대상에 포함되거나 미용 목적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 연구위원은 공·사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려면 비급여 관리 강화, 공·사보험 정보 연계, 실손보험 요율 정상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먼저 그는 "의료기술 재평가를 통한 비급여 정보 비대칭 완화, 관리급여 제도를 활용한 과잉 비급여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 비급여관리법 제정 및 비급여 가격 규제를 통한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건강보험-실손보험 간 중복지급 차단 및 이상청구 방지를 위해 공·사보험 정보 연계를 위한 법적 근거와 기술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실손 요율 정상화를 통해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이때 실손보험 조정한도 규제의 적정성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신문=임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