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硏 "대외 리스크 확산 속 민간의 경제심리 안정에 주력해야"
현대경제연구원,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2026년 1분기)' 분석 향후 한국 경제의 방향성은 - 트럼프 통상 전쟁 2라운드에 따른 교역 환경 불확실성 - 오일 쇼크 발 인플레이션 압력 증폭 우려 - FED의 통화 정책 방향 불확실성 -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지속 가능성 - 건설투자의 장기 침체
현대경제연구원은 '대외 리스크 확산 속 민간의 경제심리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일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2026년 1분기)'에서 현재 한국 경제는 여전히 부진한 국면에 위치하고 있으나 침체의 폭을 줄여나가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의 방향성은 저점에서 중장기 성장 추세에 접근하는 우상향으로 예상되나, 대내외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경제성장력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수출 경기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구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고용 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IT 위주의 수출 호조는 내수 회복을 크게 견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수의 강도와 지속성을 결정하는 투자(설비투자, 건설투자)가 현 시장 여건상 빠른 회복세를 보이기 어려워 내수 시장의 더딘 개선세를 전망했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 숫자상으로는 하반기 경 잠재성장률 기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나, 여기에는 지난해의 초저성장(연간 경제성장률은 1.0%인데, 1960년 이후 66년 동안 다섯 번째로 낮은 수준)에 대한 반등 효과로 착시 현상이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수출과 내수의 K-양극화, 수출 산업 내 디커플링 등의 성장 불균형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민간 주체들의 체감 경기는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렸다.
연구원은 향후 한국 경제의 방향성은 트럼프 통상 전쟁 2라운드에 따른 교역 환경 불확실성, 오일 쇼크 발 인플레이션 압력 증폭 우려, FED의 통화 정책 방향 불확실성,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지속 가능성, 건설투자의 장기 침체 등의 리스크 요인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했다.
먼저, 연방대법원의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근거한 상호관세 위헌 판결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 정책이 유발하는 글로벌 교역 환경의 악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상호관세 무효화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임시적으로 보편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향후 품목 관세 범위 확대, 전방위적 국별 관세 부과 등의 수단이 총동원될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했다.
최근의 미국 내 정치적 지지율의 하락에 따른 중간선거 패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트럼프 라운드를 더욱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특히, 지지율 제고를 위해 기존 패키지딜로 합의를 본 외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압박의 수단으로 시장의 예측 범위를 넘는 관세 인상 조치(관세법 338조를 동원한 국별 고율 관세 부과)를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음으로, 최근 미국-이란 전쟁의 영향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이 세계 및 한국 경제에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특히, 한국 경제는 높은 원유의존도를 가지기 때문에 오일 쇼크 발 국내 물가 불안으로 내수 부문의 실질 구매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우려했다.
현대경제연구원(2026)에 따르면 2026년 국제 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80달러 내외 수준만 되어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0.4%p 증가시킬 것으로 분석됐다. 나아가 국제 유가 배럴당 100달러 시 소비자물가상승률 1.1%p 상승, 배럴당 150달러 시 2.9%p 상승이 예상됐다. 국제 유가의 급등은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서민들의 실질구매력을 약화시켜 내수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FED의 통화 정책 방향 불확실성도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5월 이후 캐빈 워시 연준 의장이 이끄는 FOMC에서도 금리 인하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에 대해 불확실한 측면이 존재한다. FOMC는 ‘12인의 현자(賢者)’로 불리는 위원들로 구성되는데, 캐빈 워시 의장 취임 이후에도 완화적 통화정책의 기조를 가지는 비둘기파가 절대 다수를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됐다.
FOMC 12인 중 의장을 포함한 이사 7명 중 트럼프 대통령이 선임한 이사는 캐빈 워시 포함 4명에 불과하다. 또한, FOMC에 참여하는 지방연방은행총재 5인의 경우 최근 발언을 살펴보면 빠른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드물다.
따라서 제롬 파월(Jerome Powell)이 의장으로 있는 4월 FOMC까지 금리가 동결 기조를 지속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캐빈 워시가 의장으로 주재하는 6월 이후 FOMC에서의 금리 경로가 매파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최근 미-이란 전쟁 발발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여전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여 금리 인하의 명분이 크지 않은 것으로 연구원은 판단했다.
또한 반도체 업황 호조에 따른 강한 수출 경기가 내수 부진에 따른 전체 경제 성장력 저하를 방어하고 있어, 글로벌 반도체 산업 사이클의 방향성이 중요한 상황이다. 한국 수출 경기는 반도체 수출에 의존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향후 반도체 업황이 전반적인 경기 흐름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수출 경기의 호조는 반도체 업황의 호황 때문으로 지난해 전체 수출증가율은 전년대비 3.8%를 기록했는데, 반도체 수출이 22.2%가 증가하면서 전체 수출 경기를 견인 중이다.
올해 들어서도 반도체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이에 따라 총수출에서 반도체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2월 18.4%에서 2026년 2월 37.3%로 크게 높아졌다. 반도체 수출 호황은 글로벌 시장의 수요에 달려 있으며, 수급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견조한 수요를 예상했다.
다만, AI 버블, 시장 내 투기적 수요에 대한 우려 등으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호황이 올해 중으로 종결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올해에도 건설업의 장기 불황이 경제 성장력의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지속하면서 경기 방향성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 파급효과가 큰 건설업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경제 성장과 고용창출력의 위축을 우려했다.
국민계정(실질)상 건설투자는 2025년 전체 GDP의 11.3%에 달하고 있는데 2025년 건설투자 증가율이 -9.9%임을 감안하면, 만약 2025년 건설투자가 경기 호황이 아닌 제로 성장(0% 증가율)만 했어도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실제치 1.0%가 아닌 2.0%를 기록했을 것으로 봤다.
특히, 건설업은 고용창출을 통해 내수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산업으로, 2023년 기준 건설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0억 원당 9.1명으로 제조업(5.1명), 전산업(8.2명), 반도체(2.4명)를 크게 상회한다.
한편, 건설투자는 2018년 이후 약 8년 동안 불황을 지속하고 있는데, 올해에 기저효과로 소폭 반등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건설투자의 선행지표인 수주 지표가 뚜렷한 반등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올 건설 경기는 실질적으로는 불황 국면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올해에도 건설투자는 여전히 한국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연구원은 판단했다.
이에 연구원은 최근 증폭되는 국내외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확고한 경기 회복 추세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경제는 곧 심리'다라는 명제를 전제로, 최근 경제 주체들의 심리 지표 개선이 실물 지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제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음으로, 2차 트럼프 관세 전쟁에 대응하여 한·미 간 우호적인 통상 관계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교역 질서의 또 다른 재편 가능성도 대응해야 할 것이라 했다. 아울러,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인한 비용요인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 압력 급증에 대비하여 지속적인 물가 안정 노력도 요구했다.
또한, 금융 시장의 변동성 급증에 대응하여, 금융 당국의 대외 신인도 제고 및 시장 내 심리 안정 노력이 지속되어야 하며, 지금과 같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한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동안 GDP의 절반에 달하는 민간 소비 시장의 활력을 크게 높여 경기 안전판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기에다, 단기 고용 창출과 중장기 성장잠재력 확충에 모두 도움이 되는 투자 활성화 노력도 시급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K-양극화의 고착화를 막기 위해, 취약 부문에 성장의 과실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