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정절벽 불확실성 줄었지만 안도는 '아직'

2013-01-02     신영수 기자
미국 정치권이 재정절벽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 국내외 경제와 금융시장을 짓누르던 미국의 경기침체 공포는 상당히 수그러들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올 1분기 경기의 최대 하방 요인으로 미국의 재정절벽 변수를 꼽아왔었다.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거대한 불확실성이 해소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미국이 재정 지출 삭감 여부를 2개월 뒤로 이연하는 등 아직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 정부 "긍정적인 진전"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은 31일(현지시각) 재정절벽 시한을 두 시간가량 남겨놓고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지었다.

여당(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은 1일 새벽 재정절벽 합의안을 처리했다.야당(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는 표결을 1일 이후로 미루기로 해 형식적인 재정절벽을 맞기는 하지만 연방정부의 재정지출 삭감과 6000억달러의 증세가 동시에 시작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모면하게 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회복을 억누르던 큰 불확실성이 해결 기미를 보인다는 데서 긍정적인 진전"이라며 "당초 기대만큼의 그랜드 바긴(Grand bargain)은 아니지만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고 회복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2013년 경제 전망ㆍ정책 방향'에서 올 1분기 최대 경기 하방 요인으로 미국의 재정절벽을 꼽은 바 있다.

다만 이번 재정절벽 협상 타결이 우리 정부의 경기 전망에 당장 영향을 줄 사안은 아니라고 재정부 관계자는 판단했다. 이는 정부가 경기 전망에서 미국이 재정절벽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전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불확실성 완만해진 정도…재정지출 이연 등 국내외 영향 더 지켜봐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정절벽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반길 일이지만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많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재정절벽 협상을 타결했다고 해도, 재정지출 삭감 여부를 2개월 뒤로 미뤄놓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내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불확실성으로부터 우리 경제가 받는 영향은 올 1분기, 길게는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재정 지출을 줄이면 이에 따른 경기 둔화가 불가피한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당초 봤던 것보다는 불확실성이 완만해진 것이지 불확실성이 사라진 건 아니다"며 "단 재정절벽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당초 예상보단 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美 20년 만에 고소득층 세율 인상

미국 정치권은 이번 협상에서 그동안 최대 걸림돌이었던 부자 증세의 기준점을 합의, 미국 의회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고소득층 소득세율을 인상(35%→39.6%)하게 됐다.

부자 증세의 기준은 부부 합산 연소득 45만달러, 개인 소득 40만 달러 이상이다. 반면 부부 합산 연소득 45만달러 미만의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세금 감면은 지속된다.

재정지출은 두 달 늦추는 선에서 합의했다. 이번에 만약 지출 삭감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면 연간 1090억달러에 달하는 예산 자동 삭감(sequester)에 돌입했어야 한다.

백악관과 여당(민주당)은 재정지출 삭감을 1년 더 미루자는 입장이고, 공화당은 수개월 정도만 이연하자는 입장이지만 일단 2개월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가 연초부터 재정절벽을 맞닥뜨리는 최악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이 재정절벽을 맞으면 경기가 침체하고 실업률이 9%를 넘을 것이란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