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확장 공사 축소 조짐, 논란 '확산'

대구공항 과잉 중복투자 우려…영남권 신공항 사업 왜곡

2017-02-21     김바울 기자
▲ 김해공항 기존 활주로와 김해신공항 건설에 따른 신활주로. 신활주로는 주민 주거지역인 김해시내 방향.(사진=연합)
KDI, 예비타당성조사 수요 축소 이어 사업비 낮춰
최인호 “당초 계획보다 후퇴…소관부처 책임”제기

대구공항의 이전 부지를 앞두고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 규모 축소 움직임이 제기되자 경상남도 등 지역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김해공항을 '24시간 운항이 가능한 신공항'에 이어 새 활주로 길이가 3.8㎞ 미만이면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김해공항 확장 예비타당성조사를 하면서 2040년 항공수요를 3800만 명에서 2800만 명으로 축소하고, 총사업비도 5조원 이하로 낮추려 한다는 움직임이 일자 논란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김해공항은 원래 인천공항에 이은 제2의 관문공항을 영남권에 건설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중복투자가 우려되는 정부가 지난 16일 대형 대구공항 이전 사업을 발표하면서 김해공항이 찬밥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팽해 있다.

대구공항은 도심 가운데 군 공항이 위치해 있어, 도시가 발전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서 이전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대구공항을 이전하려는 국방부의 방침이 김해공항을 신공항 수준으로 확장하려는 국토교통부의 계획과 충분히 조율된 것인지 의문마저 나온다.

김해공항을 2026년까지 확장하는데 4조2천억원, 대구공항을 이전하는 데는 2023년까지 7조2,500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영남권에만 11조가 넘는 대규모 공항건설 사업이 동시에 추진되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까지 김해공항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완료하겠다고 약속했으나, 해를 넘긴 현재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KDI가 최근 김해공항의 이용객 수를 2,400만 명으로 축소해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자 김해공항의 확장공사가 당초 계획보다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제기된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원래 영남권 신공항을 가덕과 밀양이 아닌 김해공항을 확장해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김해공항의 수요를 3,800만명으로 추산한 바 있다.
국토위 소속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이 사업은 영남권에만 11조원 넘게 들여서 2개의 공항을 동시에 건설하는 대규모 사업”이라면서 “(대구공항) 과잉 중복투자가 되지 않도록 국토교통부와 국방부가 서로 긴밀하게 협의해야하지만, 전혀 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공항 이전 사업 규모가 김해공항 확장 사업보다 커, 이전될 대구공항이 영남권 신공항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신공항 수준에서 김해공항을 확장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국민을 기만하는 결과를 빚는다면, 영남권 신공항 사업을 왜곡한 소관부처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해공항 확장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 내용에 대해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서병수 부산시장은 20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24시간 운항이 가능한 신공항 등 정부가 약속을 지키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