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스케일업'으로 '벤처 붐' 조성한다.

벤처기업 '데스밸리' ... 스케일업으로 극복

2019-03-08     임권택 기자

요즘 금융시장과 벤처업계에서 최대화두는 ‘스케일업(Scale-up)’이다. 스타트업에서 스케일업으로 변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벤처붐은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된다. 전화기에서 나오는 광고를 들으면 전화료가 공짜라는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기업들이 등장, IT 붐을 일으키게 된다.

마침 갈 갈길 잃은 자금이 주식 상장이라는 대박의 꿈을 안고 스타트업에 뛰어들어 여기저기서 대박의 신호가 들렸다. 이른바 테헤란로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심지어 텐트회사가 IT이름으로 사명을 바꾸고 지금도 최고라 불리우는 회계법인의 손을 거쳐서 우회상장하는 사례가 비일비재였다.

김대중 정부는 큰 돈을 들이지 않고 벤처 붐을 일으켰으며, IT강국을 만드는 초석이 됐다.

그 결과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러나 IT생태계를 살리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게 된다.

테헤란밸리에서 지금은 구로 그리고 상암시대로 이동했지만 좀처럼 벤처 붐은 타오르지 못했다.

기술력을 가진 회사는 자금을 구하다 지쳐 쓰러진 회사가 한둘이 아니다. 또 대기업에 투자를 요청하다가 기술만 뺏기고 지금은 소송으로 집안이 거덜 난 기업인들도 수없이 많다.

결국 장부 조작하는 선수들만 키운 것이다. 주식시장은 주식시장대로, 스타업은 많아도 대부분 생계형이며, 정부에서 지원한 자금은 IT선수들이 돌아가면서 지원받는 상황이 연출됐다.

홍남기

마침 6일 정부에서 ‘벤처붐 확산전략’을 선보였다. 핵심은 벤처 붐 조성을 스타트업이 아닌 스케일업으로 잡았다는 점이다.

먼저, 벤처투자자(VC)와의 협업을 통해 신뢰도 높은 벤처투자자에게 투자받은 스타트업에 대출 등을 지원하는 실리콘밸리은행의 기능을 도입했다.

창업‧중소기업 금융지원에 대한 축적된 경험과 정보를 보유한 기업은행이 실리콘밸리은행을 담당하여 스케일업(Scale-Up) 지원을 강화한다는 게 골자다.

또, 향후 4년간(2019~2022) 12조원 규모의 스케일업 전용펀드도 운영하기로 했다.

현재 영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스타트업에서 스케일업으로 정책적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스케일업에 대해 정책적 관심이 높은 이유는 성장과 고용창출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자본시장포커스 5호 ‘스케일업(Scale-up)을 위한 벤처대출의 역할’에 따르면, 스케일 기업과 같은 고성장 기업이 성장과 고용창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영국 Nesta가 발간한 보고서 인용에 따르면, 2002년에서 2008년간 매출성장율 상위 6% 기업이 고용창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이다.

스케일업 기업은 과거 3년 간 평균매출 또는 고용성장률이 20% 이상이고 관측시작 시점의 종업원이 10명이상을 말한다.

박용린 연구위원은 “스케일업 기업의 성장자본 조달을 위해서는 벤처캐피탈과 같은 지분투자 뿐 만 아니라 부채성 자금도 필요하다”며 “부채성 자금조달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경영권 희석을 최소화하며 기업가치 상승시점까지의 자금수요 충족을 통해서 더 좋은 조건으로 지분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밝혔다.

즉 경영권 우려에서 벗어난 벤처대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간 미국과 유럽에서는 벤처대출(Venture debt)이라고 불리우는 자금조달방식이 많이 활용되어 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벤처대출은 벤처캐피탈 등 기관투자자로부터 투자받은 스타트업에게 제공하는 대출을 의미한다. 담보와 현금흐름이 부족한 스타트업에 대한 대출은 원론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자금공급형태이지만 벤처대출의 경우 벤처캐피탈의 후속투자나 이후 투자 단계의 벤처캐피탈 자금이 상환재원으로서의 벤처캐피탈의 투자가능성이 실질적인 신용공여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했다.

박용린 연구위원은 “혁신성장을 위한 자본시장 역할의 요체는 고성장 스케일업 기업의 발굴과 이들 기업의 성장에 따른 대규모 자금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시장 기제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 지금까지의 혁신 성장 정책이 혁신기업 전반에 대한 자금 공급의 양적확대에 주력했다면 향후에는 고성장 스케일업 기업의 성장 동기를 진작하고 소요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자금조달환경을 조성할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의 벤처기업 붐을 스케일업에 중점을 둔 것은 벤처생태계를 위해 바람직하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M&A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부정적인이다. 스케일일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누군가 큰 돈으로 인수하는 사다리가 살아나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스케일업 기업으로 돈이 몰리고 이들이 데스밸리에서 벗어나게 하는 정책적인 법과 제도를 통해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또한 현장에서 기업은행과 기술보증기금의 역할 또한 크다 할 것이다.[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