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금리정책의 디커플링, 새로운 글로벌 위기 부를 수도 있어’
‘국가간 금리정책의 디커플링, 새로운 글로벌 위기 부를 수도 있어’
  • 이창선 연구위원, 최문박 연구원
  • 승인 2010.07.1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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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가 간 상이한 경기상황을 배경으로 금리정책의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회복이 더딘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은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반면, 경기회복세가 빠른 일부 선진국이나 신흥국들은 이미 금리인상에 나섰거나 점차 긴축기조로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투자자금이 저금리의 주요 선진국에서 경기상황이 양호한 고금리 국가들로 흘러 들어가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을 볼 때 향후 미국 등 선진국이 고금리 정책으로 전환하는 시기에 국제투자자금의 흐름이 급격하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대규모 자본유입을 경험하고 있는 국가들 중 일부는 급격한 자본 유출로 인해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국가 간 금리정책의 디커플링(decoupling)이 향후 새로운 글로벌 위기를 낳는 시발점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급격한 자본유출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과거 급격한 자본유출과 외환위기의 발생구조

과거 신흥국들의 외환, 금융위기는 대부분 미국 등 선진국의 고금리시기에 발생했다. 국내외적인 충격에 의해 양질의 자산 및 안전자산 선호(flight to quality) 현상이 발생하여 경제적, 구조적 취약성을 지닌 국가들로부터 해외자본이 급격히 유출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고금리시기에 대규모 자본유출 발생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침체로 인한 저금리 시대에는 고위험, 고수익(high risk,high return) 투자 기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선진국 내 위험투자뿐만 아니라 해외의 고성장 국가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게 된다. 유동성이 풍부하고 금리가 낮은 선진국 통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려는 캐리트레이드(carry trade)도 활발해진다.

신흥국을 비롯하여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들 역시 선진국의 저금리 시기에는 자금조달의 용이성과 낮은 금리의 이점을 이용하여 해외차입을 늘리려는 수요가 커진다. 선진국의 저금리시기에 유입된 해외자본은 신용창출과 자산 가격 상승 등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반면, 경상수지 적자에 의한 외채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경기상황이 호전되어 미국 등 선진국이 인플레 우려 등으로 금리인상에 나서기 시작하면 고위험 투자에 대한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그 동안 급증했던 자본유입이 점차 축소되기 시작하게 된다.

특히 해외자본 유입으로 지속된 자산 가격 상승이 선진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유동성 공급축소로 더 이상 유지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 자산 가격 급락과 함께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기피,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해당 국가는 자산 가격과 통화가치의 대폭 하락으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과거 외환, 외채위기 등은 미국 등 선진국의 금리가 높을 때 발생빈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급격한 자본유출이 유발되는 조건

과거 선진국의 고금리시기에 급격한 자본 유출을 겪은 국가들의 경험을 통해 살펴보면 대규모 자본 유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본시장 개방, 금융자유화 등으로 자본유입의 붐(boom)이 나타나면 뒤이어 급격한 자본유출(bust)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유출 가능한 해외자본의 규모가 큰 국가들일수록 잠재적 자본유출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단기외채나 주식과채권투자자금과 같이 단기에 빠져나가기 용이한 해외자본의 비중이 높을수록 급격한 자본유출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둘째, 자본시장 개방 및 자유화정도가 높을수록 손쉽게 해외자본이 빠져 나갈 수 있으므로 위기 발생 시 자본유출의 규모가 커지게 된다.

셋째, 충분한 외환보유액의 존재, 경상수지 흑자 여부 등 급작스런 자본유출에 대한 대응여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해외투자자 또는 대출자의 급작스런 자금회수(run) 정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가계, 기업, 정부, 금융기관 등 각 경제주체의 재무건전성과 함께 통화가치의 고평가 정도 등이 실제 해외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여부를 좌우하게 되는 요인들이다.

1980년대와 90년대 중남미 위기, 아시아 위기

지난 1980년대와 90년대 주로 신흥국들에 집중되어 나타났던 대규모 자본유출과외환위기의 사례들은 모두 위에서 언급한 위기 발생의 조건들에 잘 부합된다. 우선 1980년대 초반 중남미 국가들의 외채위기는 미국의 고금리 정책으로 중남미에 대한 대출이 축소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1970년대에 유가 급등에 따른 오일머니의 유입으로 미국 상업은행의 대출여력이 급증한 데다, 중남미 국가들도 저금리의 이점을 활용하려는 해외차입 수요가 커지면서 상업차관 형태로 중남미 지역에 대한 대출규모가 급증하였다.

그 결과 중남미 국가들의 외채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1980년대 초반 오일쇼크에 따른 인플레 압력에 대응하여 미연준 의장이었던 볼커(paulvolcker)가 고금리 정책을 지속하자 중남미에 대한 대출이 회수되기 시작했다. 결국 1982년 8월 멕시코의 채무불이행선언을 시작으로 대다수 중남미국가들은 미국 상업은행의차입금 회수를 견디지 못하고 부도에 빠지는 외채위기가 발생했다.

1994년 말 멕시코 위기와 그에 뒤이은 1997~8년의 아시아, 러시아 외환위기 역시 1994년 2월부터 미연준이 금리인상에 나선 여파로 발생한 것이다. 멕시코, 아시아, 러시아 모두 공통적으로 위기 이전 해외자본이 대규모로 유입되었다. 경상수지 적자와 부족한 외환보유액, 통화고평가 등의 취약성으로 인해 미국의 고금리 기조 전환을 계기로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된 것이다.

멕시코와 러시아는 모두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발행된 자국통화 및 달러화 표시 국채상환이 원활치 못한 데서 위기가 비롯된 데 비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민간 금융기관들의 대외채무 상환이 여의치 않았던 때문이라는 차이가 있다.

2008년 글로벌 위기 때 대다수 국가 대규모 자본유출 경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을 진원지로 하여 발생한 충격이 여타 국가들로 확산되면서 많은 국가들이 대규모 자본유출을 겪은 것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와 이로 인한 대형 금융기관들의 손실 확대는 유동성확보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야기하고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을 수반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주요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대규모로 해외투자자금의 회수에 나서게 된 것이다.

1980, 90년대의 대규모 자본 유출과 위기가 일부 지역과 일부 신흥국에 집중되어 나타났던 것과는 달리, 2008년에는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대규모로 투자 및 대출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대다수 신흥국들이 주가 급락 및 환율 급등을 경험했다.

또한 그 동안 선진국으로 분류되던 국가들 중에서도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등과 같이 민간금융기관의 해외차입이 과다했던 국가들은 신규 차입이 어려워지고 기존 대출금에 대한 상환압박에 몰리면서 위기를 겪었다. 남유럽 국가들 역시 위기 극복 과정에서 늘어난 재정적자와 정부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최근 재정위기에 봉착했는데, 대부분 재정적자 보전을 위한 해외차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다.

단기유출 가능 해외자본과 외환보유액의 중요성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 각국의 통화가치 하락 정도는 유출 가능한 해외자본과 외환보유액 규모와 밀접한 관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난다. (단기외채+외국인증권투자/외환보유액)로 표시되는 대외취약성(external vulnerability) 정도가 높을수록 통화가치 절하 폭이 더 컸다. 유출 가능한 해외자본이 외환보유액에 비해 클수록 대외충격에 취약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취약성이 여타 신흥국들에 비해 큰 편이었으며 원화가치 절하율도 상대적으로 컸던 것으로 나타난다.

국가 간 금리정책의 디커플링과 국제자본의 흐름

최근 글로벌 경기 이후 상이한 경기상황을 배경으로 나타나고 있는 국가 간 금리정책의 차별화는 국제투자자금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리정책의 디커플링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서 각국은 국제 공조적 완화정책을 폈다. 특히 위기에 따른 신용경색과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은 재정지출 확대 외에 정책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했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금융안정과경기회복의 밑바탕이 되었다.

그러나 국가별로 경기회복 속도가 상이해지면서 국제공조 체제에도 균열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회복 속도가 빠른 국가의 경우 자산 가격 급등 및 물가상승 압력 등이 나타나자 이미 일부 국가들은 독자적인 출구전략에 나선 상태이다. 특히 위기 이전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적고, 금융부문의 부실이 심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빠르게 위기에서 벗어난 국가들의 경우 경기과열 방지 차원에서 금융 완화정책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었다. 지난 4월말 워싱턴에서 있었던 g20재무장관 회의 및 6월말 g20 정상회의에서도 국제 공조체제에서 벗어나 각국 상황에 맞는 자율적 출구전략이 필요함을 선언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나타난 금리정책의 디커플링 양상은 점점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이스라엘, 호주, 노르웨이가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올해 들어 말레이시아, 인도, 브라질, 페루, 캐나다, 대만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였다. 우리나라도 7월 들어 정책금리를 0.25%p 인상하여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하였으며, 중국 역시 연초 두 차례의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사실상 정책 기조의 정상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로 경기회복이 더딘 데다 일부 국가들은 재정건전화를 위한 재정지출 축소에 나서고 있어 통화정책 면에서는 저금리 상태를 유지하여 확장적 기조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빠르면 2011년 상반기가 되어서야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유로나 일본은 그보다도 늦을 가능성이 높아 주요 선진국의 저금리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경기 차이에 따른 국가 간 금리정책의 디커플링 양상역시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과거와는 다른 모습

최근의 공조 체제에서 벗어난다는 측면에서 일부 국가의 금리 인상이 특히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금리정책의 디커플링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각국의 금리정책은 글로벌 흐름과 함께 각국의 경제여건을 반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디커플링은 금리변화를 주도한 것이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과거의 사례와 구별된다.

지금까지 각국의 정책금리 추이를 살펴보면 대체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금리가 먼저 움직인 뒤에 신흥국을 비롯한 여타 국가들의 금리가 따라 움직이는 양상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에 이르는 금리상승 시기가 그러했고, 80년대 말과 90년대 초에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2000년대 중반 역시 미국의 금리가 먼저 급격히 상승하고 난 이후에 여타 국가들의 금리가 시차를 두고 동반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높은 수출의존도로 인해 선진국 수입수요의 영향을 크게 받는 나라의 경우 경기 사이클이 선진국 경기상황에 의존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과거와는 다르다. 금융위기의 타격을 크게 받았던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은 빠른 경기회복이 요원한 상황인데 비해 일부 국가들은 회복세가 가시화되면서 글로벌 경기는 금융위기 이후의 동조화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금리는 각국의 경기를 반영하여 서로 다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금리 정책 역시디커플링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경기호조를 보이는 고금리 국가로의 자본 유입

이러한 각국의 차별적 양상은 글로벌 투자 자금을 움직이는 요인이 된다. 최근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금리인 선진국에서 자금을 조달하여 경기회복세가 뚜렷한 신흥국 및 일부 선진국에 투자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채권은 금리 차에 따른 차익을 얻을 수 있고 주식은 빠른 경기회복의 수혜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회복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 유인이다.

최근 금리를 인상한 국가들의 경우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2008년 3분기부터 빠져나갔던 투자자금은 2009년 2분기부터 순유입으로 전환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항목별로는 주식 및 채권 등에 대한 투자로 이루어진 포트폴리오투자가 차입 및 무역관련 신용 등으로 구성된 기타투자에 비해 먼저 움직이고 있다.

금융위기에 접어드는 과정에서 포트폴리오 투자가 기타투자에 비해 먼저 유출되기 시작한 반면 경기회복 국면에 접어들 때에도 먼저 유입되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는 기타투자의 경우 만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반면, 포트폴리오 투자는 상대적으로 빠른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이후 기타투자는 해외 차입금 상환 등으로 아직 순유입으로 전환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금리수준 및 뚜렷한 경기회복세 등으로 이들 국가에 대한 포트폴리오 투자가 증가하여 투자자금이 순유입 되고 있다. 앞으로 세계 경기의 회복을 통한 수출 호조, 소비 및 설비투자 등 민간부문을 통한 경기회복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추가적 정책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국가에 대한 자본 유입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디커플링 해소의 잠재적 파급효과

현재 경기호조와 고금리로 인해 해외자본의 대규모 유입을 경험하고 있는 국가들은 경기과열 가능성과 빠른 통화가치 절상 압력 등에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정책적 어려움에 점차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향후 글로벌 거시, 금융 환경이나 투자자들의 예상 변화에 따라 급속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잠재적 위협에도 노출되어 있다.

당분간 고성장, 고금리 국가에 대한 투자 메리트 지속될 듯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내년 중에 금리인상으로 전환하더라도 여전히 저금리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여 고성장, 고금리 국가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유지되면서 자본유입의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들에 의한 금리인상의 시작은 곧 경기회복세가 탄탄해지고 경기부진보다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선진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로서는 선진국 경제의 회복은 수출시장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다. 선진국의 금리인상에 의한 유동성위축 효과에도 불구하고 실물경로를 통해서는 경기호전, 기업수익성 개선 등을 통해 해외투자자금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선진국의 금리인상 초기 국면에서는 유동성 위축 효과보다

선진국 경기회복에 따른 실물경로를 통한 투자자금 유입 효과가 더욱 클 가능성이 높다. 단지 미국 등 선진국이 금리인상에 나서는 시점을 전후하여 단기차익을 노린 캐리 트레이드 등이 청산되면서 자본 유입이 둔화되거나 일시적인 자본유출이 발생될 수는 있을 것이다.

수년 후 본격적인 국제자금흐름 변화 가능성

본격적인 자본유출은 수년 후 계속된 금리인상으로 미국 등 선진국의 금리수준이 크게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였던 국가들의 경기가 하락세를 보이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급격한 해외자본 유출은 글로벌 금융 충격의 재발 또는 자본유입국 내부의 문제로부터 기인되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시기에 나타날 수 있다.

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은 물론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도 막대한 재정적자와 정부부채에 시달리고 있어 국제 저금리 기조가 사라지면 고금리에 따른 국채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국가부채 위기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정부채권 투자로부터 막대한 손실을 입은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유동성 확보와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인해 투자자금 회수에 나설 수도 있다. 대규모 자본유입 시기에 단기차입이 급증하고 경상수지 적자 지속에도 불구하고 통화가치의 고평가 정도가 커진 국가들이 급격한 자본유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지역별, 국가별 차별화

과거 자본유출의 주요 대상이었던 신흥국들은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서 재정적자 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고 2000년대 들어 지속되어 온 외채 축소와 외환보유액 확대 등으로 대외부채의 건전성이 크게 높아진 상태여서 외환위기가 대다수 신흥국들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지는 않을 수 있다.

아시아와 중남미 신흥국들은 2000년대 들어 경상수지 흑자 유지로 외채 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외환보유액도 크게 확충되는 등 대외 건전성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동유럽 국가들은 2000년대에 서유럽지역으로부터의 자본유입에 기반하여 고성장을 유지했으나,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고 외채가 급증하면서 대외취약성이 크게 높아진 상태이다.

위기 방지를 위한 정책 대응 방향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에도 대외적인 충격이 발생할 때 대규모로 해외자본이 유출되면서 국내금융시장이 휘둘리는 취약성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서 외환보유액 대비 유동외채 등 외환건전성 상황이 과장되어 대규모 외화유출을 경험한 바 있다. 외환위기 경험국이라는 낙인(stigma)효과와 더불어 우리나라가 아직 국제금융시장 내에서 신흥국의 지위에 머물러 있는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선진국 금리 변화에 따른 자본유출 시기에 대규모 자본유출을방지하고 주요 선진국들과 궤를 같이하는 자본 흐름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 제고를 통해 외환위기 경험국의 낙인을 지우고 향후 급격한 자본유출의 재연을 방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단기 해외자본의 유입 축소

향후 급격한 자본유출을 근원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하고 과다한 해외자본의 유입을 줄임으로써 잠재적으로 유출 가능한 해외자본의 규모를 축소해 나가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경제에 있어 해외자본이 가지는 역할과 의미에 대해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과거 투자재원이 부족하여 해외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시기와는 달리 현재는 총저축이 총투자를 초과하여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추가적인 해외자본의 유입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경상수지 흑자의 상황에서 대규모 해외자본 유입은 환율안정 및 통화정책의 어려움을 야기하는 요인이 되기 쉽다.

따라서 직접투자와 같은 장기 투자 목적을 제외하고는 해외자본 유입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정책 기조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 것이 우리 경제에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해외 저금리의 이점을 누리기 위한 차원의 외자 도입역시 이제 환율의 변동 폭을 감안하면 더 이상 유효성을 상실한 상태이므로, 외화가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공기업 등의 외자 도입은 억제될 필요가 있다.


자본통제 수단의 필요성

자본시장 개방과 금융자유화로 인한 자원배분의 효율성 등의 이점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기성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을 보다 어렵게 하는 조치들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발표된 외국환은행에 대한 선물환 포지션 규제는 빈번하고 급격한 자본유출입을 제어하려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위기 이후 급격한 자본유출입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의 금융규제와 자본통제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용인하는 분위기이다. 지난해 10월 브라질이 주식과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에 2%의 금융거래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대만도 해외투자자의 저축성예금 가입에 제한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자본이동 통제에 대해 부정적이던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초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자본유입에 대응하여 자본통제 조치들을 고려할 만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선물환 포지션 규제의 실효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날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은행세, 금융거래세 등 보다 강도 높은 조치의 도입 역시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적정 외환보유액의 중요성

단기에 유출 가능한 해외자본과 수입액 등을 감안한 적정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유지함으로써 대외충격과 해외자본 이탈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완충장치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1997년 말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 두 차례에 걸쳐 나타났던 급격한 자본유출은 위기 이전에 대규모로 유입되었던 해외자본이 자본이동의 자유화로 인해 유출이 용이했던 데다,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확보하지 못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1997년 말에는 외환보유액이 단기유출 가능한 해외자본의 규모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 2008년 9월 무렵 외환보유액이 2,397억 달러에 달했으나 2,271억 달러의 유동외채(단기외채+잔여 만기 1년 미만 장기외채)와 유출 가능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확산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2010. 3월말 기준으로 유동외채(단기외채의 125%로 추산)와 외국인 주식투자 잔액(2,246억 달러)의 1/3을 합산하면 2,681억 달러가 되며, 여기에 3개월 수입액을 더하면 3,661억 달러가 된다. 6월말 현재 2,742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은 단기외채, 유출 가능한 외국인 주식투자 규모 등을 감안하면 충분하나 수입액까지 고려할 경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외환보유액을 최소한 3,000억 달러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늘려 나가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 공조체제의 구축

이 밖에도 급격한 자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거시경제의 건전성을 유지해야할 것이다. 건전 재정의 유지, 원화가치의 지나친 고평가 방지 등을 통해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g20를 통해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확대, 중앙은행간 스왑협정의 상시화, 제도화 등을 추진하여 위기 상황 발생에 대비한 외화유동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과의 스왑협정은 이미 지난 글로벌 위기 시 외환 등 금융시장 안정에 큰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입증된 바 있다. 급격한 자본유출입에 대비한 국제공조체제의 구축은 막대한 외화보유액 보유에 따른 비용과 부담을 손쉽게 덜 수 있는 수단이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연구위원, 최문박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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