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8개 기업 감사보수액 2022년 2949억…4년 새 1531억원 증가
삼성전자 감사보수 증가액 40억으로 최대…증가율은 애경케미칼 639% 최대
신외부감사법 영향 감사비용 늘어…상위 10개사 중 6곳은 IFRS9 적용대상인 금융사
지난해 500대기업 감사용역 보수가 4년 전 대비 10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기업 중 최근 5년간(2018년~2022년)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고 감사보수‧감사시간(실제수행내역)을 알 수 있는 30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감사용역 보수액은 2천949억4천500만원으로 4년 전 대비 107.9%(1천530억9천900만원)나 늘어났다.
이 기간 조사대상 기업들의 감사시간은 179만7천471시간에서 272만1천213시간으로 92만3천742시간(51.4%) 증가에 그쳤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조사 대상 308개 기업 중 감사용역 보수액이 2배 이상 늘어난 기업은 195곳(63.3%)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감사시간이 2배 이상 늘어난 곳은 전체 기업의 4분의 1 수준인 79곳(25.6%)이다.
비감사용역 계약체결 규모 역시 243억2천300만원에서 529억7천만원으로 286억4천700만원(117.8%)이나 증가했다.
CEO스코어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지난 2018년 11월 일명 ‘신외부감사법’이 시행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기업은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의무적으로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하고, 상장사는 일정 기간 정부가 지정한 회계법인을 선임해야 한다. 또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표준감사시간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신설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지출하는 감사용역보수가 자산 성장 대비 지나치게 커 과다 지출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22년 감사용역 보수액이 4년 새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은 삼성전자로, 2018년 44억원에서 2022년 84억2천400만원으로 40억2천400만원(91.5%)이 늘었다.
이어 삼성생명(22억9천800만원, 210.4%↑), SK하이닉스(22억5천만원, 236.8%↑), 우리은행(22억1천400만원, 128.2%↑), 한국전력공사(20억5천400만원, 150.5%↑), LG전자(19억5천만원, 82.8%↑), 한화손해보험(19억700만원, 525.3%↑), 한화생명(16억5천만원, 183.3%↑), 카카오(16억3천만원, 286.0%↑), 신한라이프생명보험(16억2천만원, 428.6%↑) 등이 증가액 톱10에 들었다.
같은 기간 감사시간 역시 삼성전자가 2만7천745시간(55.0%↑) 늘어 조사대상 기업 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어 LG전자(1만8천933시간, 74.4%↑), 삼성생명(1만8천269시간, 150.4%↑), SK하이닉스(1만5천153시간, 126.6%↑), GS리테일(1만2천347시간, 269.1%↑), 현대모비스(1만2천192시간, 150.1%↑), 한국전력공사(1만2천147시간, 59.9%↑), 한화생명(1만1천631시간, 114.0%↑), 카카오(1만1천593시간, 167.7%↑), LG유플러스(1만531시간, 150.8%↑) 순으로 감사시간 증가폭이 컸다.
감사용역 보수 증가율은 애경케미칼이 638.6%(4억4천700만원)로 가장 컸다. 애경케미칼은 2018년 감사용역 보수로 7천만원을 지출했지만 2022년에는 5억1천700만원이나 썼다. 이 기간 애경케미칼의 자산도 144.6% 늘었지만, 감사용역비 증가에는 미치지 못했다. 애경케미칼은 지난 2021년 에이케이켐텍과 합병했는데, 이에 따른 감사용역 비용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위는 크래프톤으로, 같은 기간 감사용역 보수가 1억3천500만원에서 9억4천만원으로 595.8%나 늘었다. 크래프톤은 2020년 펍지와 합병했고, 이듬해에는 IPO(기업공개)를 진행하면서 감사용역 비용이 대거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에서 2022년 사이에 자산도 4466.5%나 급증했다.
이밖에 감사용역 보수 증가율이 높은 기업은 한화손해보험(525.3%), 신영증권(521.2%), GS리테일(500.7%), 키움증권(447.3%), 신한라이프생명보험(428.6%), 광동제약(392.3%), 메리츠화재해상보험(371.0%), 메리츠증권(370.3%) 순이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자산 증가율은 한화손해보험(20.7%), 신영증권(19.9%), GS리테일(103.3%), 키움증권(155.1%), 신한라이프생명보험(109.4%), 광동제약(30.3%), 메리츠화재해상보험(75.1%), 메리츠증권(82.3%)에서 보듯이 감사비용 증가율을 대부분 밑돌았다.
감사용역 보수 증가율이 높은 상위 10곳 중 6곳은 금융사였다. 지난 2018년 금융사를 대상으로 도입된 IFRS9에 따라 바뀐 회계규정 적응을 위해 감사 비용을 늘린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4대 회계법인(삼일‧삼정‧한영‧안진)이 해당 기업에서 받은 감사보수액을 보면 삼일회계법인이 812억9천500만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삼정회계법인 786억6천800만원, 한영회계법인 706억800만원, 안진회계법인 401억3천900만원 순이었다. [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