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의 무덤’ 에스원, CEO 또 바뀔까
‘엘리트의 무덤’ 에스원, CEO 또 바뀔까
  • 임혜현 기자
  • 승인 2009.06.25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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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책임 ‘CEO 단명’ 관례,이번 사장은 6개월만에 대형사고
흔히 삼성그룹을 가리켜 ‘관리의 삼성’이라고 한다. 1등 제품을 잘 만들어 내는 스마트한 기업이기도 하지만, 문제 소지를 미리 찾아 예방하는 데 그만큼 명수라는 뜻이 담겨져 있는 별명이다. 경쟁사 입장에서는 어려운 상대이고, 기자입장에서는 취재가 어려운 기업이 되겠지만, 고객입장에서는 그만큼 믿을 수 있다는 뜻도 된다.

하지만 이런 ‘관리의 삼성’ 이미지에 전혀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이는 계열사가 하나 있다. 경비용역업체인 에스원. 에스원은 연이은 사고로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더욱이 최근 3년간 해마다 한 번은 충겨적인 사고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2007년: 소중한 고객 정보를 범죄에 활용 ‘충격’

2007년 가을, 에스원 직원 노 모 씨는 자신이 관리하던 고객의 집을 털고 강제추행을 했다가 체포돼 충격을 안겼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노 모 씨는 자신이 관리하던 고객이 계약을 해지, 경비가 중단된 점을 악용했다. 고객들의 소중한 정보가 언제든 범죄 계획 수립에 단서로 ‘전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었던 이 사건은, 여성 고객 2명을 강제추행하는 등 죄질 또한 극히 불량해 더 많은 비판을 받았다. 당시 사건을 맡은 1심 법원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되는 등 사법부 역시 엄중한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으로 당시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식 사과’를 하는 등 에스원이 입은 타격과 후유증은 엄청났다.

◆2008년: 해 바뀌자 이번엔 ‘골뱅이 성폭행 논란’

하지만 이렇게 몸살을 앓은지 불과 1년여만에 에스원은 또 한 번 직원들이 범죄 논란에 휘말려 들면서 이미지 추락의 악몽을 재현했다. 에스원은 2008년 9월 에스원 직원 김 모 씨가 회사차량에 지나가던 여성을 태워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으면서 다시금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설수에 오른 점은 만취한 여성을 범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만취해 판단력이 흐리고 저항 능력이 떨어지는 여성(속칭 골뱅이)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 범죄가 없지 않다. 그러나 경비업체 직원이 이같은 범행을 벌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경비업체에서는 범죄 활동을 예방하거나 제압한다는 명분으로 경찰과 비슷한 제복이나 경광등을 부착해 경찰과 유사한 차량을 쓰고 있다. 경찰의 빈 틈을 메꾸겠다(실제로 경비업체 직원을 전부 합하면 2007년 기준 12만 8730명으로, 전의경을 제외한 경찰 9만 6178명보다 많다. 그만큼 치안에서 큰 부분을 이들이 떠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7대 국회 김기현 의원실 자료) 는 대국민 약속을 입거나 타고 날마나 거리로 나서는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차량을 범행 도구로 사용했다는 점이 회사 이미지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2009년: 피비린내 나는 캠퍼스 복수극

그런가 하면 금년엔 에스원 직원이 어스름이 깔린 대학 캠퍼스에서 유혈낭자 활극을 벌여 충격을 주고 있다. 에스원으로부터 건국대 경비관리 업무를 위탁받은 하청업체의 직원 강 모 씨는 이 학교 직원 유 모 씨를 상대로 흉기 난동을 벌여(17일) 현재 서울 광진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건국대는 에스원이 경비업무를 맡고 있고, 이것이 다시 하청을 통해 다른 회사 직원이 업무에 종사한다. 과거 대학들은 경비직원을 직접 고용했지만, 비용 측면에서 단순 노무는 현재 외주를 맡기는 것이 유행이다. 이 틈을 비집고 전문성을 강조하고 나선 대기업 계열 경비대행업체들도 진출해 있는 것.

그러므로 대학 직원인 유 모 씨는 에스원과 그 하청업체로서는 고객인 동시에 사소한 업무 상황에 대해서는 관리 감독자라고도 할 수 있는 처지다. 하지만 유 모 씨가 강 모 씨의 태만한 근무방식을 나무라면서 비극은 잉태됐다. 삼성계열사라고 믿고 맡겼다가 허술하고 불성실한 근무 태도를 보자 불만을 가진 유 모 씨는 몇 차례 강 모 씨를 질책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강 모 씨는 이에 앙심을 품던 중 음주 후 흉기를 들고 유 모 씨를 습격했다. 건국대 학생들은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어수선한 분위기. 특히 자신의 안전을 책임져 줄 것으로 믿었던 경비업체 직원이 언제 흉기난동범으로 변신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더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에스원이 유사 분야에 용역계약을 맺고 진출하는 데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물론, 여타 경비용역업체들도 대학 경비업무를 맡는 데 애로사항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서준희 사장>
◆이번에도 ceo 문책할까, 유능한 인재도 에스원 가면 단명?

에스원 직원이 이렇게 다시 한 번 강력 사건을 만들면서 세인들의 관심은 에스원의 후속 조치와 반성에 쏠리고 있다.
에스원은 고객 정보 악용 강도 사건의 책임을 지고 이우희 전 사장이 물러난 데 이어, 그 다음 사장으로 등장했던 노인식 전 사장도 곧 물러난 전례가 있다. 그 뒤를 이어 현재 사장을 맡고 있는 서준희 사장은 금년 정월에 부임해 아직 재임기간이 반년에 불과하다.
이렇게 사장이 최근 3년새 단명한 것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충격적인 사건들을 에스원 직원이 일으킨 여파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이우희 전 사장은 삼성 계열사 임원진에 ‘회장집안 핏줄’을 잘 앉히지 않는 삼성 관례에도 이례적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인물. 구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인력팀장을 역임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은 인재였다는 것. 하지만 그런 그 역시 부하직원의 직업윤리를 저버린 범죄 행각으로 회사가 이미지에 타격을 입으면서 낙마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다음 등장한 노인식 전 사장도 그룹 인사팀장을 거치면서 앞서나가던 인물. 하지만 그가 사장으로 재임하는 기간 에스원은 취객 강간 논란으로 또 한 차례 이미지 추락을 겪었다.
현재 에스원 사령탑에 오른 서준희 사장은 연세대 정외과를 나와 삼성에 입사, 삼성전관, 삼성생명 등을 거쳤다. 특히 이건희 전 그룹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설립했던 삼성자동차에도 발탁돼 일한 적이 있고, 이후 삼성증건 pb사업본부장까지 거쳐 삼성그룹 내 보험, 전자, 증권 등 주요계열사는 모두 섭렵했다.
하지만 이번에 또 한 차례 에스원이 신뢰의 붕괴 상황을 겪게 돼, 내노라 하는 서 사장도 ‘ceo의 무덤’이라는 징크스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오히려 부임 6개월만에 복병을 만나면서, ‘초단명 ceo 낙마’라는 불명예까지 더할 부담을 안게 됐다.
이렇게 경기용역업계 1위이지만 직원들로 인해 늘 골머리를 앓고 있는 에스원. 삼성그룹의 외곽을 맡고 있는 에스원이 과연 언제쯤이면 ‘관리의 삼성’ 가족다운 문제 방지 대책을 짜낼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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