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창조적 갈등의 3가지 촉매제’
삼성경제연구소 ‘창조적 갈등의 3가지 촉매제’
  • 이상우 수석연구원
  • 승인 2010.11.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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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내 갈등은 구성원의 불만을 낳고 협력을 저해하며 결과적으로 성과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의사결정에서 나타나는 구성원 간의 관점, 아이디어나 의견의 차이를 의미하는 과업 갈등(task conflict)은 오히려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촉진함으로써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창조경영 시대에는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하고 토론하는 과업 갈등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1. 좋은 갈등, 나쁜 갈등

조직성과에 도움이 되는 과업 갈등

집단 내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크게 과업 갈등과 감정적 갈등으로 대별. 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두 갈등의 개념을 구분하고 각각의 발생 원인과 영향에 대해 연구. 과업 갈등(task conflict)은 각종 의사결정에서 나타나는 구성원 간의 관점, 아이디어나 의견의 차이를 의미. 반면, 감정적 갈등(emotional conflict)은 대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긴장, 짜증, 적대감 등을 나타냄. 하지만 두 갈등의 개념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함으로써 ‘갈등은 무조건 좋지 않다’는 인식이 고착

과업을 둘러싼 갈등은 오히려 성과 창출에 크게 기여. 과업 갈등은 효과적 의사결정을 촉진함으로써 성과에 긍정적 영향 (좋은 갈등). 과업 갈등은 토론 주제에 대한 이해를 촉진하고, 집단 의사결정에 대한 수용도를 높이는 데 탁월한 효과. 반면, 감정적 갈등은 구성원 간의 반목을 낳고 일체감과 협력을 훼손함으로써 기업의 생산성과 구성원 만족을 저해(나쁜 갈등)

과업 갈등은 창조적 성과 창출의 핵심 원천

창조경영 시대에는 과업 갈등 촉진이 더욱 중요. 과거의 방식을 조금 더 개선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고, 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 창조와 혁신을 위해서는 ‘남과 다르게’, ‘과거와 다르게’ 사고하고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되도록 의도적인 동기부여가 필요

異見이 존재할 때 구성원들은 더 유연하고 창조적으로 사고함으로써 창의적 문제 해결에 도움. 만장일치보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견해가 쏟아질 때 조직 학습과 창의적 통찰력(insight)이 강화되어 조직 창조력이 증진. 과업 갈등은 특히 r&d, 광고 기획 등 창조적인 과업의 성과 향상에 더 큰 도움. 이견을 허락하지 않는 일체감과 조직 구성원의 동질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집단적 사고(group thinking)’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 브러더스社파산의 이면에도 이사회와 구성원의 맹목적인 로열티 우선 풍조가 존재

2. 창조적 성과 창출을 위한 갈등 관리

창조적 성과 창출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3가지 과업 갈등 촉진 전략이 필요

① 지적 다양성 확보: 인적 속성뿐만 아니라 지적 다양성을 지닌 인재를 확보해 다양한 직무 경험을 쌓도록 함으로써 창조적 마찰(creative abrasion)의 토대를 마련

② 나쁜 갈등 제거: 조직 구성원의 배경과 사고방식의 이질성이 감정적인 대립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의사소통을 촉진하고 인사제도를 개선함으로써 협력적 조직문화를 구축

③ 좋은 갈등 촉진(창조적 마찰 극대화): 건설적 논쟁은 촉진하고 도전적 실패를 용인하여 조직의 창조적 마찰을 극대화

① 지적 다양성 확보

다양한 인재 확보 및 활용으로 창조적 마찰의 토대 마련

조직 다양성은 창조적 조직성과 창출의 기반이라는 인식이 확산. 다양한 배경과 지식을 지닌 구성원은 아이디어와 사업기회 발굴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창조적 조직문화 구축에도 효과적. 선진기업 hr 전문가 중 91%는 다양성 관리가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응답

인적 속성뿐만 아니라 경험과 지식이 다양한 인재를 채용(인재 확보). 인종, 성별, 출신지역 등 표면적(surface-level) 다양성과 더불어 가치관, 지식, 경험 등 ‘知的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 서로 다른 지식과 기술을 갖춘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은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봄으로써 창의적 문제 해결이 가능. “각기 다른 영역, 배경,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을 공유할 때 창조적 혁신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짐” (프란스 요한슨, ‘메디치 효과’의 저자)

인력 재배치를 통해 지적 다양성을 촉진(인재 활용). 직무 순환(job rotation), 직무 공모(job posting) 등을 통해 다양한 직무를 경험케 함으로써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아이디어 창출 기회를 부여.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eli lilly)는 부서 배치 시 상사와 직원이 ‘육성 합의서(development agreement)’를 작성하고, 육성 목표를 달성하면 새로운 부서 및 직무로의 이동을 고려. 직무 순환은 다양한 경험을 통한 학습 촉진과 인적자본 축적 외에 직원에 대한 동기부여 효과도 존재

선진기업들은 다양성을 핵심가치로 표방하고 전담조직을 구성해 다양성 확보와 유지를 전략적으로 관리. 다양성 관리 조직은 다양한 인력의 채용 및 교육, 소수자(minority) 커뮤니티 운영, 다양성 지표 관리 등을 수행

② 나쁜 갈등 제거

협력적 조직문화 구축으로 지적 다양성 등에 기인한 감정적 갈등 예방

구성원 간 이질성에서 오는 몰이해와 반목 등 부정적 갈등 발생 소지를 사전에 차단. 조직의 다양성이 높아질 경우 배경과 사고방식의 차이로부터 감정적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함께 증가. 감정적 갈등이 발생하면 구성원들은 과업 자체보다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

직원 간의 의사소통을 활성화함으로써 상호 이해와 지식 교환을 촉진. 직원들이 형식에 관계없이 자주 만나고 편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사무실과 휴식 공간을 개선. 물리적 거리가 가까울수록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 각기 다른 업무에 종사하는 구성원 간의 비공식적 잡담은 아이디어 획득과 지식 창조에도 도움. 업무, 부서 간 경계 없는 상호작용과 잡담이 3m, dupont, ge 등 혁신기업의 창의성 촉진 요인이라는 주장도 존재

막연하게 협력의 가치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실행해 조직 문화로 정립. 다양성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다양한 가치를 포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교육. 존슨앤드존슨은 다양성 대학(diversity university)을 통해 다양성 관리 방법을 직원들에게 상시적으로 교육(온라인 교육).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거나 업무상 갈등 관계에 놓이기 쉬운 부서 간 교류를 확대하고, 협력 실천의 모범을 보인 사람은 공개적으로 시상

개인주의나 부서 이기주의가 발현되지 않도록 인사제도를 재설계. 실적 달성을 위한 내부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될 경우 동료, 부서 간 관계가 적대적으로 바뀔 우려. 성과 평가 시 개인과 팀(집단)의 성과를 균형 있게 평가하고, 개인 성과급과 집단 성과급을 조합한 보상 구조를 설계. 생산성 격려금(productivity incentive), 이익 배분제(profit sharing) 등을 활용해 개인 간 보상 격차를 완화

③ 좋은 갈등 촉진(창조적 마찰 극대화)

건설적 논쟁을 촉진하고 도전적 실패는 용인

건설적 비판과 대안 제시를 촉진하기 위해 ‘제대로 논쟁하는 법’을 교육. 브레인 스토밍, triz16)와 같은 문제해결 기법과 바람직한 회의 운영 방법 등을 구성원에게 전파. 조직 내·외부의 다양한 집단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방법론 도입도 바람직. 집단의 지배적인 견해의 정반대에서 바라볼 수 있는 ‘악마의 옹호자(devil’s advocate)‘ 역할을 장려. 선진기업들 역시 건설적인 논쟁을 촉진하기 위해 이를 핵심가치화하고 구체적인 노하우를 교육. “회사 운영에 대한 쟁점이 있을 때, 이를 덮어두지 않고 적극적인 토론을 통해 발전적으로 해소하도록 한 ’건설적인 대결 문화가 인텔 성공의 가장 큰 원동력”(앤디 그로브, 前인텔 ceo)

리더 스스로 ‘내가 가장 옳다’는 생각을 버릴 때 건설적 논쟁이 가능. 리더가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면 토의 분위기는 가라앉고 조직 구성원들은 찍히지 않기 위해 침묵을 지키게 되는 결과를 초래. 과거 절대 권력을 쥐고 있던 왕들도 국정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졌을 때에는 ‘구언(求言)’의 슬기를 발휘. 구언은 ‘임금이 신하의 바른 말을 널리 구한다’는 뜻으로, 왕의 잘못에 대해 신하들이 비판하게 하고 이 내용을 의사결정에 반영

토론 결과에 대한 실행(execution)에 집중하고, 도전적 실패는 격려.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결과가 도출되더라도 실행되지 않으면 무의미. ‘중요한 것을 아는 것과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 선진기업 벤치마킹이나 막대한 비용지출을 통해 얻은 경영 컨설팅 결과가 사장되는 것도 결국 실행의 문제.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적극적인 도전에 나서기를 기피하지 않도록 성패 여부와 무관하게 시도 자체를 인정하고 격려. “멋진 실패에 상을 주고 평범한 성공을 벌하라”(톰 피터스)

※‘악마의 옹호자’ 허조를 끝까지 중용한 세종대왕
세종대왕은 신하들과의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위민(爲民)정치를 실현. 황희, 맹사성 등 세종 치세에 기여한 여러 인물이 있으나, 그중 창조적 마찰 관점에서 허조(許稠)의 역할이 매우 중요. ‘세종실록’에 의하면 허조(1369~1439)는 늘 소수의견과 반대의견을 제출. 정책을 세울 때 ‘말라깽이 송골매 재상’이라는 별명만큼이나 철저하게 발생 가능성이 있는 문제점과 최악의 경우를 집요하게 파고듦. 세종은 토론할 때마다 반대의견을 일삼는 허조에 대해 ‘고집불통(‘세종실록’15/10/23)’이라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으나 끝까지 그의 의견을 경청했고, 제기된 문제점을 해결한 후에야 그 정책을 시행(자료: 박현모 (2008). ‘세종처럼’. 서울: 미다스북스. pp. 203~233.)

3. 시사점

조직 내에서 금기시되던 갈등의 가치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필요. 과업 갈등은 촉진하고, 감정적 갈등은 최소화할 때 성과 창출에 도움. 다양성을 확보하고 갈등 관리를 병행할 때 비로소 창조경영이 가능

창조적 갈등 촉진은 여러 가지 불편함과 동행하는 과정. 창조의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그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경쟁우위 획득이 불가능. 논쟁 활성화로 인한 일체감 훼손을 우려할 수도 있으나, 건설적 논쟁을 거친 이후에는 더욱 견고한 실행력과 일체감이 형성.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갈등을 회피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할 경우 오히려 위기 앞에서 쉽게 균열될 우려

창조적 마찰 극대화를 통해 획기적 성과를 창출하는 데 조직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 때로 덜 숙성된 주장이나 지속적인 반론이 제기되더라도 경청하고 포용하며, 도전적 시도에 따른 실패를 용인. 조직 관리자는 직원들의 창의적인 시도가 좌절되지 않도록 보호. 과업 갈등의 촉진이 감정적 갈등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유의 [삼성경제연구소 이상우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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