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일본의 엔高대응력’
삼성경제연구소 ‘일본의 엔高대응력’
  • 구본관 수석연구원
  • 승인 2011.01.0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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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는 seri 경제 포커스 제321호 ‘일본의 엔高대응력’ 보고서를 발표했다.

1. 엔高에 대한 경계심 약화

엔/달러 환율 80엔대의 엔高상황이 지속

2010년 11월 1일 엔화 환율이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일본경제가 超엔高상태에 직면. 2007년 중반까지 일본경제의 정체와 저금리를 배경으로 110~120엔대의 추이를 보이던 엔/달러 환율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거진 2007년 7월 이후 하락세로 전환. 이후 일시적인 등락은 있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전반적인 하락세를 지속. 2010년 9월 15일에는 일본정부와 중앙은행이 6년 만에 대대적인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엔화의 초강세 상태는 지속. 2010년 11월 1일 엔/달러 환율(도쿄시장)은 80.47엔으로 1995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

최근의 엔高기간은 1990년대 전반의 엔高시기에 비해 장기화. 1990년대 전반은 월평균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하회한 기간이 1994년 7월~1995년 8월의 13개월간이었던 데 반해, 최근에는 2008년 11월 이후 2010년 12월 현재까지 26개월째 지속. 월평균 엔/달러 환율이 80엔대의 超엔高지속 기간도 1990년대 전반의 엔高시기에 비해 장기화

엔高를 기회로 활용하자는 주장도 등장

최근 일본 내에서는 엔高를 두려워하기보다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여 공격경영을 추진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 내수 성장이 정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수출에 의존하여 성장하고 있는 일본경제에는 엔高가 부정적인 영향. 하지만 엔高의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하며 수비적인 입장을 취하기보다 엔高의 이점을 살리자는 주장이 수면 위로 등장하는 분위기. 일본기업 중에서도 특히 제조 기업은 엔高대항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오히려 엔高를 기회로 공격경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 해외 현지법인의 매출 급증이 일본기업의 수익원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엔高는 일본기업의 구매력 향상으로 연결되므로 글로벌 전략을 추진할 절호의 기회. 심지어 일부 언론매체는 엔高가 일본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

엔高에 대한 위기감 약화 배경

① 실제로는 정도가 약한 엔高상황

명목상 현재의 엔高상황은 1990년대 전반의 엔高상황에 비해 심각. 2010년 10~11월 현재 엔/달러 환율(도쿄시장 종가 기준, 월평균)은 81.8~82.4엔으로 과거 엔高가 절정에 달했던 1995년 4월 당시의 83.5엔보다 더 낮은 수준

하지만 각국의 구매력, 물가수준 등을 감안한 실질실효환율 기준에서 보면 엔高진행 정도가 상대적으로 약해 엔高의 충격이 약화된 것으로 평가. 일본 중앙은행이 산정(42개 교역국·지역 기준)한 실질실효환율에서 보면 현재의 엔화 환율은 1990년대 전반 시점보다 약 30% 저평가. 1990년대 전반에는 39개월간(1993년 6월~1995년 8월)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이 130 이상을 지속했던 반면, 2010년 10월 현재 엔화의 실질실효환율(2005년=100)은 104 수준에 불과. bis(국제결제은행)가 산정(27개국·지역 기준)한 실질실효환율을 보더라도 같은 기간 엔화는 달러나 유로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절상. 유로나 달러의 실질실효환율은 1990년대 전반보다 고평가되거나 비슷한 수준. 따라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엔화 가치는 고평가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 오히려 일본경제가 전후 최장의 경기확대기를 구가한 2000년대 중반에 형성된 110~120엔대의 엔/달러 환율이 엔화의 실제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된 것으로 평가

엔高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일본의 무역수지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 2010년 분기별 평균 무역수지(달러 기준)는 228억 달러로 금융위기 이전(2002~2008년) 평균(230억 달러)에 근접. 對미, 對eu 무역흑자 감소분을 對아시아 흑자 확대로 보전

② 일본기업은 엔高상황에서도 흑자 전환에 성공

엔高에도 불구하고 일본기업의 수익력이 빠른 속도로 회복. 2010년 들어 엔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일본기업의 매출과 이익은 빠른 속도로 회복. 2010년 일본기업(전 산업)의 매출 및 경상이익(1/4~3/4분기 누계)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3%, 90.9% 증가. 2009년 1/4분기 전후 사상 처음 적자(경상이익)를 기록하였던 제조업은 2010년 매출액 경상이익률이 위기 이전의 역사적 평균을 상회. 2010년 1/4~3/4분기 누계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4.2%로서 1990~2008년의 평균(3.9%)보다 0.3%p 높음

상장기업의 경상이익은 금융위기 직전의 96% 수준까지 회복. 2010년 상반기(2010년 4∼9월 기준) 일본 상장기업의 경상이익(연결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2.4배로 당초 예상을 훨씬 상회. 경상이익이 금융위기 직전(2008년 상반기)의 96% 수준으로 회복. 2009년 상반기 경상이익 적자를 기록하였던 전기전자, 자동차 등 일본주력 수출업종들이 모두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

2. 일본기업의 엔高대응력

① 해외생산 확대를 통해 엔高대응력을 제고

일본 제조 기업들은 엔高에 대응하여 해외직접투자를 확대. 과거 일본기업들은 급격한 엔高에 직면할 때마다 해외직접투자를 활발히 추진. 과거 일본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엔高가 진행되면 늘어나고 엔高가 진정되면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감소하는 양상을 반복. 특히 엔高는 일본 제조 기업이 해외로 생산거점을 이전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 최근 엔高의 대응책으로 생산설비의 해외 이전을 활발히 검토

일본기업은 해외직접투자를 통해 해외생산 비율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엔高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 제조기업 중 해외생산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의 비율은 1990년 40.3%에서 2009년 현재 67.5%로 증가. 특히 전기전자, 자동차 등 가공조립업의 경우 아시아를 중심으로 분업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엔高에 따른 가격경쟁력 저하를 저지. 해외생산 기업 증가 등으로 일본 제조업의 해외생산 비율은 1990년 4.6%에서 2009년 17.8%로 빠르게 증가. 해외생산 비율은 향후에도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

그 결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 사업이 일본기업의 핵심 수익원이 되는 단계에 도달. 과거 엔高극복 과정에서 해외 진출을 확대한 결과 최근 아시아 경제의 호조를 배경으로 일본 현지법인의 매출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등 일본기업에는 커다란 수익원으로 작용. 일본 상장기업의 지역별 이익 구성비에서 선진국 비중이 낮아지고 신흥국의 비중이 확대. 2010년 3월기와 2000년 3월기의 영업이익 규모는 비슷하나 영업이익의 지역별 구성비를 보면 일본, 북미 등 선진국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고 중국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의 비중이 급증

② 제품경쟁력을 바탕으로 엔화 결제 비율을 제고

수출거래에서 엔화 결제 비율을 높임으로써 환율 변동에 따른 매출 감소의 영향을 경감. 일본의 총수출에서 엔화 결제 비율이 2000년 36.1%에서 2010년 41.0%로 증가. 같은 기간 달러 결제 비율은 52.4%에서 48.6%로 감소. 반면, 총수입에서는 엔화 결제 비율이 2000년 23.5%에서 2010년 23.6%로 거의 불변. 같은 기간 달러 결제 비율도 70.7%에서 71.7%로 거의 불변

제품의 품질 경쟁력 확보, 세계시장에서의 독과점적 위치 확보 등으로 가격협상력을 제고함으로써 환율변동에 따른 원가부담을 해외로 전가. 역사적으로 엔/달러 환율이 엔高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시 엔화 결제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일본기업의 가격교섭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 환율변동에 따른 가격변동분을 해외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교섭력 확보를 위해서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이나 품질력 등이 필요. 무라타(村田)제작소는 세라믹 콘덴서를 비롯하여 세라믹 필터, 고주파 부품, 센서 등 대부분의 주력제품들에서 압도적인 세계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가격교섭력을 확보. 캐논 역시 광학 분야에서 독자 개발한 핵심기술과 부품을 토대로 고기능·고품질의 카메라, 프린터 시장을 주도함으로써 가격교섭력을 확보

③ 공정혁신, 낭비제거, 합리화 등으로 극한의 원가절감 추진

일본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철저한 원가절감으로 적은 매출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전환. 일본기업은 2009년도에 공정합리화, 현장 낭비요소 제거, 인건비 삭감 등을 통해 손익분기점 매출 비율을 대폭 인하함으로써 엔高에 따른 영향을 극소화

이러한 원가절감 노력의 결과 일본 자동차 업계와 전기전자 업계는 엔高 또는 단가하락으로 인한 영업 손실의 상당부분을 흡수. 도요타, 닛산, 혼다자동차 3사가 원가절감을 통해 달성한 영업이익 개선효과(2,970억 엔)는 엔高로 인한 영업 손실(2,241억 엔)을 크게 상회. 파나소닉, 히타치, 도시바 전기전자 3사 역시 엔高와 단가하락으로 인한 영업 손실 규모가 6,959억 엔이지만 원가절감 효과는 7,408억 엔

④ 일본기업은 어떤 환율 수준에서도 적응 가능한 체제를 구축

결국 일본기업은 엔高에 직면할 때마다 발 빠르게 대응함으로써 어떤 환율 수준에서도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 일본기업은 급격한 엔高로 채산성 확보가 곤란하다고 하소연하면서도 실제로는 ‘마른 수건을 짜는’ 듯한 노력으로 엔高에 대응. 일본정부가 조사한 ‘일본기업의 채산환율 추이’를 보면 엔高가 진행되더라도 그 환율에 맞춰 채산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

일본기업은 엔高를 공격경영의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

현재로서는 경기전망이 불투명해 일본기업들이 방어경영을 하고 있지만 수요 확대 등 사업기회가 포착되면 공격경영에 나설 가능성. 현재 일본기업들은 현금 보유를 늘리고 있는 상황. 2010년 9월 말 현재 일본기업의 현금·예금 보유액은 206조 엔으로 사상 최고 수준. 상장기업의 경우 2010년 9월 말 현재 이자부채(168조)는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한 데 반해 현금성자산(64조 엔)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하며 사상 최고 수준. 부분적으로는 설비투자가 확대되기 시작. 아직 미약하지만 설비투자가 4분기 연속 전 분기 대비 증가세를 시현.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경우 설비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 히타치, 도시바, 샤프는 애플의 ipad 수요 확대 등에 힘입어 2012년 가동을 목표로 액정패널(중소형 액정) 공장 건설을 추진. 엔高의 이점을 활용하여 해외기업 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 2007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크게 위축되었던 일본기업의 해외기업 m&a가 2010년 들어 큰 폭으로 확대. 이 m&a 가운데 아시아 기업을 대상으로 한 m&a가 39.8%를 차지

한국기업은 환율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대응역량’을 확보

역사적으로 볼 때 엔화와 반대로 원화는 전반적으로 약세 추이를 보여 왔기 때문에 한국기업이 원高에 대한 대응력을 갖출 기회가 부족. 과거 원화 가치는 전반적으로 약세 추이를 보이는 가운데, 외환위기 등의 위기에 직면하면 대폭 하락한 후 완만하게 상승되는 패턴을 반복. 대폭적인 원화 평가절하에 등에 힘입은 수출 확대로 위기상황을 극복한 측면도 있지만 이후 원高상황에서 고전하는 패턴을 반복

향후 진행될 원高상황에 대응하여 중장기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할 필요. 글로벌 금융환경이 급변하지 않는 한 향후 원화 가치는 절상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전망. 중기적으로는 철저한 합리화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함으로써 원高에 따른 손실 전가 능력을 제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생산현장의 끊임없는 개선 노력과 노하우 축적이 필요.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해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한

대응역량도 확보. 일본 사례에 비추어 볼 때 해외직접투자 확대에 따른 산업공동화의 가능성을 두려워하기보다는 해외직접투자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 해외직접투자를 통해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한국기업과 현지기업 간 분업을 확대할 경우 수출 확대로 연결 가능 [삼성경제연구소 구본관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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