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 근무에 여섯 끼니 공항서 떼웁니다”
“48시간 근무에 여섯 끼니 공항서 떼웁니다”
  • 신영수 기자
  • 승인 2011.01.12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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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국경검역 현장…”현기증 나지만 최선 다해야죠”
농림수산식품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소속 인천국제공항에 근무하는 검역원들은 구제역이 발생하자 국경검역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비상근무에 나서고 있다. 평소에는 30명의 검역원(일부 파견근무 등으로 실제는 25명 수준)이 24시간 근무 후 이틀을 쉬는 방식으로 근무했지만, 지금은 48시간 근무 후 하루 쉬는 게 못이 박혔다.

인천공항을 들고나는 동물 및 휴대 축산물 검역, 미신고 축산물 찾아내기, 축산관계자 신고 및 소독까지 이들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1인 다역을 요구하고 있었다. 특히 구제역 유입의 1단계 차단막이라고 할 수 있는 축산관계인 신고 및 소독은 이들의 중요한 업무가 된 지 오래다.

▲ ©신영수 기자
하루 평균 4만명이 이용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인천국제공항은 하루 평균 4만명이 이용한다. 성수기 때는 이보다 2배 많은 8만명 가량이 들고 나니, 특정장소에서 만나자고 미리 약속을 해 두거나 핸드폰 등 통신수단 없이는 사람을 찾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 만큼이나 어렵다.

인천공항 검역원들은 축산농가, 수의사, 인공수정자 등 축산관계자 입국 정보가 입수되면, 그들이 통과할 만한 길목에서 ‘○○○님 어디 계세요. 신고·소독 바랍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신고 및 소독 후 입국할 것을 독려하며 소독기가 설치돼 있는 입국장으로 안내한다.

“국내 축산관계자 20만명 중 10만3000명이 여권을 소지하고 있는데, 이들 중 해외여행을 마치고 입국할 때 2~3시간 전에 그 정보가 국경검역관리시스템을 통해 전달됩니다.”(이용선 검역2과장)

이 시스템은 지난해 5월부터 가동돼 운영 중이다. 입국하는 축산인 명단이 쫙 뜨니 그들이 신고 및 소독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신고 자체가 의무규정이 아닌 데다 이를 귀찮아 하는 경우도 있어 구제역이 터지기 전까지 신고율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다행히 지난해 12월부터 검역관 외 홍보요원을 배치하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면서 신고율은 60.7%(2010.12.1)에서 91.1%(2010.1.3)로 높아졌다.

▲ ©신영수 기자
비행기에서 내려 게이트를 빠져나오면 축산관계자의 신고 및 소독을 독려하는 포스터가 정면으로 보인다.

신고율을 높이기 위해 공항 입국장 곳곳에 동영상 광고를 띄우고 게이트 바로 앞에 포스터를 붙이고 매시간 마다 신고 독려 방송을 하고 있지만, 검역원들이 일일이 연락을 취하고 종이쪽지를 들고 찾아나서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입국장 c구역에서 만난 이상희 검역관은 지난 2009년부터 공항 근무를 시작했는데, 이번처럼 힘들기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신고대상 축산관계자들을 직접 찾아다녀야 하고 신고접수에서부터 전신소독 및 휴대가방 소독, 귀가 후 행동요령 교육까지 하나도 빠뜨릴 수 없다.

이상희 검역관은 지친 표정으로 “몸 상태요? 평상시와 비교하면 40% 정도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인 것 같아요. 집에 들어가면 아내와 아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만 하고 다시 나와야 하니, 가족들 보기에도 안쓰럽겠죠”라고 말했다.

▲ ©신영수 기자
인천공항 입국장 c구역에 설치된 전신소독기. 하루 250여명의 축산관계자들이 소독조치를 받는다.

‘공항 좀비녀’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최유진 검역관은 “48시간 근무하면서 공항에서 여섯 끼니를 해결해야 하고, 식사도 교대가 힘든 상황이면 늦게 먹거나 거르는 때가 많아요. 이렇게 검역에 최선을 다하는데 잠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일이 없어 노는구나’하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요”라며 억울한 심정을 털어놨다. 최근 임신 중인 동료가 과로로 인해 유산한 상황을 접한 그로서는 그 억울함은 더욱 컸을 것이다.

최유진 검역관은 축산관계자를 찾는 종이를 들고 입국장 앞에 서 있다보면 검역관으로서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고, 일일이 전화로 신고를 독려하는 것이 마치 콜센터 직원이 된 듯 하다면서도 “국경검역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현기증 나는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실과 다른 언론보도로 맥이 풀리기도 했다. 이용선 과장은 “어느날 아침 모 일간지를 보니 ‘공항 국경검역이 허술하다’는 비난의 기사가 실렸더군요. 내용은 마치 국경검역을 경험한 것처럼 썼는데, 실제 아닌 부분들이 많았어요. 억울하고 억장이 무너지죠”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 기사를 쓴 기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나서야 인터넷에서 기사를 삭제했다.

▲ ©신영수 기자
이상희 검역관이 ‘소독필’ 확인도장을 찍은 세관신고서를 보여주고 있다.

검역원은 지난 1월7일부터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와 세관 등의 협조를 받아 신고 및 소독대상 축산인 확인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세관신고서에 검역원 명의로 소독필 도장을 받지 않으면 세관을 통과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신고 및 소독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검역원 관계자들은 이 시스템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타 기관들의 요청으로 가축전염법예방법 시행 전까지로 한정 지은 것이 못내 아쉽다.

또 검역원은 3대의 전신소독기를 추가 설치, 5대로 늘려 1월10일부터 가동하고 이후 3대를 더 추가해 8대를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운용할 인력이다. 현재 인력으로도 3교대 근무방식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소독기 5대가 추가된다고 해서 제대로 관리가 될지 걱정이 크다.

게다가 조만간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을 통해 축산관계자 범위를 축산인 가족까지로 확대하고 신고를 의무화하게 되면, 현재 하루 250여명에 이르는 소독대상자가 최대 5배까지 늘어나게 되는데 현재 인력으로는 이를 소화하기란 역부족이어서 인력 충원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인천공항 검역원들은 국경검역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서 모든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국경검역은 구제역 등 각종 질병을 막을 수 있는 1단계 차단막일 뿐, 이후 2단계·3단계 조치들이 차질없이 이뤄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공항 검역과정에서 신고하지 않은 축산관계자들에 대해 해당 시·군 방역담당자에게 sms와 공문을 통해 2단계 조치를 요청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축산인 스스로가 해외방문 후 5일간 축사 출입을 자제하고 입고 있던 의류는 반드시 세탁하는 3단계 조치입니다.”(이용선 과장)

검역원 관계자들은 오랜 기간 구제역 청정국을 유지하고 있는 뉴질랜드나 호주 등을 보면 우리나라만큼 국경검역이 강력하지 않다면서, 국경검역도 중요하지만 축산관계자들이 최소한 ‘구제역이 뭔지 몰랐다’거나 ‘중국이 구제역 위험국인지 몰랐다’는 말은 하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 관심을 갖고 ‘구제역 방역’에 신경 써주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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