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글로벌 통화의 길 아직 멀다
위안화, 글로벌 통화의 길 아직 멀다
  • LG경제연구원
  • 승인 2011.04.0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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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정부는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위안화의 국제화 추진은 달러화의 위상이 약화되고 중국경제가 부상하고 있는 배경과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막대한 외환보유에 따른 유무형의 부담과 비용을 경감시키려는 현실적인 요구에서 비롯되고 있다. 위안화를 이용한 무역결제는 2009년 36억 위안에서 2010년에는 4,394억 위안으로 100배 이상 증가했고 무역을 통해 수취한 위안화 자금을 예치,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홍콩 역외 위안화 금융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머지 않아 위안화는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주요 결제통화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 이상의 위안화의 통용력 확대는 상당기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역결제자금으로 위안화를 받았다 하더라도 이것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별로 없고 위안화 환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 시장도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문제들이 상당기간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위안화 국제화를 보다 온전하게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을 지금보다 훨씬 폭넓게 개방하고 외환자유화를 먼저 이뤄야 한다. 하지만 급속한 금융 자본 시장의 개방으로 인한 충격을 우려하고 있는 중국정부는 중국 본토 자본시장의 개방과 자유화에 대해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더 나아가 금융자유화 및 개방은 그간 중국경제가 성공리에 진행해 온 정부 주도의 경제발전모델과는 근본적으로 상충되는 측면을 지니고 있다. 정책운영의 정체성과 독립성과 재량성을 상당부분 내놓아야 하는 부담이 중국으로서는 특히 클 것으로 생각된다. 막대한 무역흑자국인 중국이 국제 금융시장에 충분한 위안화 유동성을 공급하기 어려운 것도 장애가 될 수 있다.

위안화 국제화의 큰 흐름은 당분간 속도를 내며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달러화와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통화로서의 위안화는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최근 위안화 국제화를 향한 중국정부의 행보에 가속이 붙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허용되기 시작한 위안화 무역결제를 최근 들어 더욱 확대시키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홍콩의 역외 위안화 금융시장의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접국가들에 대한 위안화 기반의 통화스왑과 차관 제공을 통해서도 위안화의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화와 같은 글로벌 기축통화의 지위에 오를 수 있을까? 과거 주요통화의 국제화 또는 기축통화로의 부상과정에 비추어 볼 때, 위안화는 향후 어떠한 경로를 거치며 그 세력 판도를 확대시켜 나갈 것인지를 가늠해보자.

1. 위안화 국제화의 추진 배경 및 이유

지난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산업의 혁신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에 힘입어 호황을 누려 온 선진국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또한 금융위기는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세계경제의 불균형과 그 근간을 이루어 온 달러기축통화 제도의 안정적 운용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위안화 국제화 논의의 빠른 확산은 이러한 현실인식과 향후 국제통화제도의 개편 또는 보완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기축통화로서 달러화가 누리는 독점적 지위와 그로부터 발생하는 부담과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제통화체제를 지금보다 더욱 다변화하고 imf의 특별인출권(sdr)과 같은 초국가적 지불·결제수단의 활용도를 높여나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위안화의 사용확대 및 위상제고는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그리스, 아일랜드 등의 재정위기를 통해 표출된 유로화의 구조적 문제점이나 중국 자본시장의 낮은 개방 정도를 감안할 때, 당분간 달러화를 대체할만한 대안통화는 나오기 어려우며, 위안화 국제화도 빠르게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중국정부가 지난 30여 년 동안 유지해 온 금융자유화 및 개방에 대한 소극적 정책기조를 변화시키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생 이후 제기되고 있는 국제통화제도의 변화방향과도 무관치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위기 이후 원자바오 총리나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 등 중국의 주요 정책담당자들은 국제통화제도 개편의 필요성에 부쩍 목소리를 높이면서, 그 개선방안으로 향후 sdr의 역할 확대라든가 국제통화 사용의 다변화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외화 준비자산 축적의 부담 경감 필요

하지만 보다 중국정부가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 쪽 요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중국은 2조8천억 달러, 세계 최대규모의 외환보유국이다. 이러한 외환보유는 자국통화의 국제적 통용력 및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유사시를 대비해 별도의 대외준비자산을 마련하는 것으로, 그 자체로 무역불균형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한 나라의 통화가 국제화된다는 것은 그만큼 국제적인 신뢰를 얻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위안화가 국제화되면 중국은 외환보유액 규모를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외환보유고 축적에서 비롯되었던 다양한 비용과 위험을 덜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외환보유는 대개 수익률은 낮지만 가치변동이 적은 안전자산에 투자된다. 이 때문에 대규모 준비자산 보유는 고수익의 기회를 포기하는 데서 비롯되는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또 중국이나 일본, 대만, 우리나라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외환보유고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도 상당하다. 여기에 최근처럼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달러화의 가치와 국제통화체제에 대한 불확실성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는 향후 달러가치 하락으로 인한 외환보유액의 잠재손실마저 우려된다. 중국의 경우 보유외환의 65% 정도가 달러 및 달러표시자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외환보유를 비롯해 가치저장수단이나 지급결제의 기준 측면에서 달러화에 대한 수요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다. 여기에 미국의 경상 또는 재정수지 적자가 누증돼 달러가치가 크게 하락하는 경우, 달러표시 자산의 비중이 높은 중국은 큰 투자손실을 입게 된다. 위안화의 국제화는 외환보유액에 대한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이러한 비용과 위험요인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다.

한편 대외준비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국채 또는 통화안정증권 등의 발행을 통해 외화와 교환된 자국통화를 환수해서 불태화하지 않는다면, 이 돈은 곧바로 시중으로 흘러 들어가 물가상승압력으로 연결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에도 시중 통화량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며 물가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에는 국내 유동성 관리를 더욱 용이하게 함으로써 인플레 압력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도 보유외환을 줄여나갈 유인이 큰 것으로 생각된다.

전세계적으로 위안화가 국제통화로서 수요되면 중국정부는 시뇨리지(seigniorage) 수입을 향유할 수 있다. 또 위안화 국제화는 글로벌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중국의 수출입 기업들로 하여금 불필요한 환전비용의 지출을 줄이고 환율변동 위험을 덜어냄으로써 경영환경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2. 위안화 국제화 추진 현황

1978년 개혁·개방이 시작된 이래 최근까지 중국경제는 수출과 투자가 주도하는 고도성장을 이루어 온 반면, 시장 메커니즘에 기반한 환율제도 운용을 비롯한 금융부문의 개방과 자유화에 있어서는 오랜 기간 상당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위안화 무역결제를 시범 실시함으로써 중국정부가 위안화 국제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이다.

’09년 4월 본격 시작한 위안화 무역결제, 최근까지 빠르게 확대

지난 2009년 7월 ‘위안화 결제 시범관리방법’ 제정·시행함으로써 상하이, 광저우, 선전, 둥관, 주하이 5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 및 아세안 10개국(asean-10)과의 무역거래에 대해 위안화 결제의 시범실시를 시작한 이래 중국정부는 무역결제 분야에서 위안화 사용을 제한했던 제반 규정 및 제도들을 지속적으로 완화해나가고 있다. 2010년 위안화 결제가 가능한 지역을 베이징을 비롯한 20개로 확대, 결제허용기업의 수를 크게 늘리는 한편, 해외 대상지역에 대한 제한도 철폐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위안화 무역결제가 가능한 지역을 중국 내 전역으로 확장했다. 한편 북한, 대만, 말레이시아, 러시아 등과는 정부간 접촉을 통해 양국간 교역에서 달러나 엔, 유로가 아닌 양국통화 결제를 늘려나갈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위안화 무역결제 실적은 2009년 하반기 36억 위안에서 2010년에는 4,394억 위안으로 1년 만에 100배로 늘어났다. 작년 한 해 동안의 위안화 무역결제 누계액 5,063억 위안(약 770억 달러)이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2% 남짓한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제도변화가 이루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은 중국 안팎에서 무역거래를 중심으로 위안화 선호가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위안화 결제에 참여하는 해외은행도 크게 늘어나, 2009년 말 기준으로 160개이던 국외은행의 은행간 위안화 결제계좌 수가 2010년 3분기에는 493개로 급증했다.

홍콩을 중심으로 한 위안화 금융거래도 크게 늘어

금융부문의 위안화 국제화 시도는 주로 홍콩지역을 역외 금융시장으로 육성하려는 노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홍콩 내 개인이 위안화 계좌 개설(2004년), 홍콩에서 일부 외국인투자자(2005년)나 중국정부 및 본토의 국책은행(2007년)의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 등이 수년 전부터 가능했으나, 그 규모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과 홍콩간에 ‘위안화청산협정’ 개정안이 체결되고, 중국 내 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투자자의 참여가 제한적이나마 허용되기 시작하면서 위안화 금융거래가 점차 증가하는 모습이다. 2010년 1월 말 기준으로 640억 위안 규모에 그치던 홍콩 내 위안화 예금액이 올해 1월에는 3,707억 위안으로 1년 사이 5배로 증가했다. 또 위안화 표시 채권의 발행잔액도 2009년 말 160억 위안에서 작년에는 357억 위안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홍콩시장을 통한 위안화 금융상품의 증가는 금융자유화 및 개방이 본토의 경제나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최소한으로 차단하면서, 무역결제를 통해 수취한 위안화를 예치 또는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을 제공한다는 의미도 동시에 지닌다.

해외원조를 비롯한 중국정부의 대규모 대외거래에서는 위안화 사용을 공식화하려는 의지가 보다 뚜렷하게 드러난다. 2008년 하반기 리먼사태의 충격으로 신흥국들이 외화유동성 위기에 빠질 조짐을 나타내자, 인민은행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8개국과 8,035억 위안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또 작년 8월에는 향후 정부조달에 대한 국제입찰이나 해외원조 또는 차관을 제공하는 경우 가급적 위안화를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3. 위안화 국제화의 걸림돌

일반적으로 통화의 ‘국제화’는 한 나라의 화폐가 발행국가 이외의 지역 및 국가에서까지 널리 사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기능적 측면에서는 국가간 무역이나 자본거래에서 계산단위로 사용되면서 그러한 교역을 매개하고, 더 나아가 가치저장의 수단으로 널리 선호되는 단계에 이르면 해당 통화가 충분히 국제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늘날 세계경제에서는 달러화가 가장 강력하고 광범위한 통용력을 지닌 국제통화로 기능하고 있다. 유로 및 엔화 또한 국제적인 투자통화이지만, 실물경제 측면에서의 사용과 유통은 각각 유럽과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국한되는 경향이 있다. 이밖에 달러 이전에 기축통화 지위를 누렸던 영국의 파운드화와 같은 영연방 국가 통화인 호주달러 및 캐나다달러, 그리고 스위스프랑 등이 국제통화로 간주된다.

국제통화로서의 이러한 위상은 기본적으로는 두말할 것 없이 발행국가의 경제력에 기반한다. 파운드화에서 달러화, 엔화와 유로화로 이어지는 주요 국제통화들의 이력은 발행주체의 경제력 판도와 그 부침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주요 국제통화들 가운데서도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그 발행국인 미국의 지배적인 경제력에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형성된 미국의 정치, 군사적인 패권까지 더해짐으로써 가능했던 결과이다.

위안화 무역 결제는 빠르게 늘어날 전망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중국경제의 고속성장이 지속되고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위안화의 해외유통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이 전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3%(시장환율 기준)로 지난 2010년을 기점으로 일본(8.7%)을 추월했으며, 교역규모도 일본(1조4천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 2조9천억 달러에 이른다. 향후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을 추월하는 시점에 대해 국제기구나 주요 연구기관 및 금융회사들은 이르면 오는 2020년경에, 늦어도 2030년을 전후해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경제규모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중국 본토 및 홍콩과 마카오와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간의 무역에서는 향후 위안화 결제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 국가들간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부품 및 반제품의 역내무역이 크게 활성화되어 있는데, 현재는 달러결제 비중이 높은 편이다. 설령 위안화를 사용하고자 하더라도 달러를 경유해야 하기 때문에 환전비용이 이중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말레이시아가 자국의 링기트화와 위안화를 직접 환전하는 스팟거래가 개시되는 등의 여건변화와 함께 동아시아 지역에서 위안화 무역결제비중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 및 자본시장의 낮은 자유도와 개방도가 위안화 국제화의 저해요인

중국의 실물경제 규모나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위상은 대단히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0년 기준으로 전세계 외환거래에서 차지하는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해, 헝가리(포린트)나 말레이시아(링기트), 태국(바트) 등 중소 신흥국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채권발행이나 은행간 대출 같은 국제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아직까지는 미미한 상황이다.

이는 중국의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이 외국인직접투자와 국내거주기업(주로 외국기업의 중국현지 법인)에 대한 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자금이동경로, 즉 주식, 채권과 같은 포트폴리오투자나 금융기관간의 대출 및 차입은 대단히 부분적으로만 개방되어 있기 때문이다. imf가 조사해서 발표하는 ‘자본거래 통제 및 제약에 관한 연차보고서(annual report on exchange arrangements and exchange restrictions)’에서도 중국은 거의 대부분의 항목에 대해 규제와 제약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주식시장의 경우 내국인과 외국인 투자자를 각기 다른 시장에 참여시킴으로써 분리하고 있으며, 국유기업의 자산 및 부채구조 개선을 위해 도입한 비유통주도 따로 관리된다. 발행금리를 규제하고 발행사로 하여금 담보까지 제공하도록 하는 등 중국 회사채 시장의 강한 규제들은 근래 들어서야 조심스럽게 완화되기 시작했다. 중국 내에서 외국기업의 회사채 발행이나 외국 금융기관의 채권거래가 부분적으로나마 허용되기 시작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외환거래의 경우에도 적지 않은 제약들이 존재한다. 중국은 지난 1996년 imf 8조국으로 이행함으로써 경상거래와 관련된 태환성과 자본이동을 형식상으로는 보장하는 체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외국환거래 업무를 취급할 수 있는 은행에 제한을 두고 비거주자의 위안화 계좌 개설을 금지하는 등의 적지 않은 제약요인들이 존재해 왔다. 더욱이 자본거래에 따른 외환거래에 대해서는 엄격한 사전심사와 자금출처조사 등의 실시를 통해 원천적으로 제한을 가하고 있다.

단기간내 자본시장 개방 및 외환자유화 어려워

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는 위안화 금융상품에 이처럼 근본적인 제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무역결제를 통한 위안화 사용확대에도 중대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해외의 수출업자가 수출대금으로 위안화를 수취하더라도, 그의 거래은행이 위안화를 운용할만한 자산이 없거나 있더라도 적지 않은 제약이 따른다면, 위안화 수취를 기피하게 되면서 그 가치도 절하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장애요인을 극복하고 위안화 국제화를 보다 온전하게 추진해나가기 위해서는 중국정부는 자본시장을 지금보다 훨씬 폭넓게 개방하면서 위안화의 외화 사이의 완전한 자유태환을 보장하는 외환자유화를 먼저 이뤄야 한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당면 목표는 위안화 국제화의 신중하면서도 점진적인 추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위안화 국제화가 가져다 줄 이익보다는 그 추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비용에 초점을 맞춰,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 전반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단시일 내 금융자유화 및 개방화를 단행할 수 없는 것은 이러한 충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 위안화의 실질가치가 큰 폭의 저평가 상태에 있어 향후 절상이 예상되는 데다 지금까지 금융시장을 제한적으로만 개방해 왔기 때문에, 지금의 규제체제를 일거에 완화하게 되면 핫머니를 비롯한 해외자본이 대거 유입되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국가외환관리국(safe)이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핫머니 유입 억제책을 마련해 오고 있는 것도, 선진국의 저금리 지속에 대한 대처로서뿐만 아니라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금융시장을 점진적으로 개방하고 자유화해 나가기 위한 과정의 일환인 것으로 여겨진다.

더 나아가 금융자유화 및 개방은 그간 중국경제가 성공리에 진행해 온 것으로 평가 받는 정부(공산당) 주도의 경제발전모델과는 근본적으로 상충되는 측면을 지닌다.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외국인투자의 증가는 금융시장을 통한 정책수단에 있어 독립성과 재량, 유효성의 저하를 의미한다. 현재 중국경제는 경기변동이나 대외충격 문제로부터 중장기적인 경제구조의 개선에 이르기까지 국가경제의 많은 부분을 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조정보다는 정부의 권위에 기반한 의사결정 및 인위적 조정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현재 이를 대체할만한 경제 및 사회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하는 중국정부의 관리능력 저하는 그간 달성해 온 고도성장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됨을 의미할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에 옮기는 중국의 집권층이 스스로의 국정관리능력 저하와 그로 인해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는 정책을 단시일 내에 도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또 경제의 양적 성장과는 별도로 중국경제의 작동원리가 변화, 발전해나가는 데에는 앞으로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이러한 연유에서 비롯되는 본토 금융시장의 소극적인 개방 및 자유화를 보완하기 위해 중국정부는 홍콩지역을 역외 위안화 금융시장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를 통한 점진적인 개방의 성과는 앞에서 살펴본 대로 어느 정도 가시적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또 2020년경에는 이러한 모델을 국제금융센터 설립을 계획하고 있는 상하이로까지 확장시켜 나갈 계획인 듯하다.

4. 향후 전망

향후 위안화는 중국의 실물경제의 성장속도보다는 느리게 서서히 국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가전략 차원에서 우선순위가 부여된 브라질, 호주 등 자원부국 과 함께 중국 입장에서 수입의존도가 높은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교역에서 위안화 사용을 장려함으로써, 최소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달러화와 더불어 주요한 결제통화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될 듯하다. 최근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가 대중국수출입 기업 104곳과 중국진출법인 136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위안화 결제를 하지 않는 기업 가운데 향후 위안화 결제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의 비중이 76.5%에 이르렀다. 또 응답기업의 46%가 중국 바이어로부터 위안화 결제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해, 중국 쪽 수입업체로부터의 위안화 결제압력이 생겨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외자기업, 즉 일본이나 우리나라 소재 기업의 중국 현지법인이 모기업과 거래하면서 위안화 결제를 늘릴 유인도 작지 않다. 이들 모기업과 현지법인 사이에서는 부품이나 반제품 교역을 매개로 하는 가공무역의 비중이 큰 데다, 안정적인 거래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환위험을 제거하고 불필요한 외환업무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위안화 결제를 도입할 유인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내 주요 무역결제통화로 부상할 전망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위안화 무역결제의 확대 또한 중국의 금융자유화 및 개방이 어느 정도 전제된 상태에서만이 달성 가능하다. 즉 무역결제를 통해 받은 위안화를 예치하고 다른 결제에 쓸 수 있어야 하며, 금융기관 또한 고객이 예탁한 위안화 자금을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홍콩 및 상하이 중심의 위안화 금융시장 조성에 성공해 위안화 무역결제가 어느 정도 늘어나더라도, 그 정도의 부분적인 개방으로는 투자 및 보유통화의 단계까지 국제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궁극적으로는 중국 본토 금융시장의 개혁, 개방 같은 가시적인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위안화 국제화는 지역 내 주요 무역통화 가운데 하나가 되는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과거 일본의 경우에도 1970년대부터 엔화 국제화를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의 엔화 국제화 시도는 미·일간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미국의 압력에 의해 추진된 측면이 있었다. 또 일본의 경제, 금융정책 당국자들에게도 금융시장의 자유화 및 개방으로 인해 일본경제에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다는 관념이 만연해 있었다. 그 결과 일본 국내금융시장은 끝내 일본 국내 금융시장의 개혁에는 이르지 못했고, 그 결과, 일본 밖에서의 엔화 사용은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무역결제 용도에 그쳤다. 특히 1990년대 들어 자산버블 붕괴와 함께 금융불안이 심화되고 일본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빠져들면서 투자 및 보유통화로서의 엔화에 대한 신뢰는 크게 타격을 입었으며, 무역결제 용도의 해외사용도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다.

다만 일본의 경우는 버블붕괴 이후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금리가 제로 수준에 가깝게 유지되면서, 조달통화로서의 매력이 커졌다. 여기에 1980년대 국내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자유화하는 대신, 유로자금 시장에서 엔화의 조달을 용이하게 만든 비대칭적 규제도 일본으로부터의 자금조달에 의한 투자, 즉 엔 캐리 트레이드를 늘린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전세계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엔 캐리 트레이드가 실행되었지만, 그 기간 동안 국제금융거래나 외환보유액에서 엔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해서 하락해 왔다.

일본도 과거 엔화 국제화 추진하면서 금융시장 개방에는 소극적

고도성장기 일본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점증하고 있는 위안화에 대한 신뢰 또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지속과 대외순자산의 증가에 따른 것이다. 특히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의 일본을 훨씬 능가한다.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국제통화로서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능은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도 있다. 일본은 자본시장 개방에 대한 소극적 태도와 버블붕괴로 인한 경제의 안정성 상실로 인해 엔화 국제화의 좌절을 경험했다. 중국정부가 추진하는 위안화 국제화 또한 비슷한 경로를 경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무역수지 흑자기조와 고성장에 따른 해외자본 유입 유인으로 인해 위안화 유동성을 해외로 공급하는 것이 쉽지 않은 구조이다.

미국이나 영국은 경제가 고성장하고 경상수지가 흑자를 나타내는 시기에 기축통화 지위에 올라섰으나, 영국의 경우 식민지 개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우방 및 약소국 지원 등을 통해 투자자금을 해외로 공급하면서 자국통화를 해외에 유통시킬 수 있었다. 경상수지 구조가 성숙기로 들어서면서, 두 나라는 모두 경상수지가 만성적인 적자구조로 반전되었다. 경상수지 적자국의 경우 국제 유동성 공급기능은 오히려 더욱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반면, 통화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게 되는 취약성, 즉 트리핀의 딜레마(triffin’s dilema)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중국경제는 전세계적으로는 무역흑자국이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역내에서는 무역적자국의 처지이다. 따라서 중국의 수입업체가 위안화 지급을 늘리는 것을 시작으로 동아시아 지역 내에는 위안화의 국외유통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중국경제의 성장률이 역내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기 때문에 동아시아 국가들의 수출기업들은 금융기관을 경유해 수취한 위안화 자금을 다시 위안화 표시 자산에 투자할 수도 있다. 중국 금융시장의 적절한 개방과 자유화를 전제로, 동아시아 역내에서 위안화의 위상은 주요한 무역결제 통화의 지위를 넘어 투자 및 외환보유 통화로도 어느정도는 선호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내 금융안정 및 글로벌 불균형 완화에 기여

위안화가 역내 주요 통화로 자리잡으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 및 기업들은 높은 달러의존에서 비롯되었던 환 변동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위안화 국제화를 통해 국제통화 사용을 보다 다원화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달러화에 집중되었던 기축통화로서의 특권과 부담을 동시에 경감시키고 글로벌 불균형 완화를 통해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제고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중국 금융시장의 개방 및 자유화의 진척이 더딘 가운데 정부주도 경제성장 모델의 지속가능성 여부와 향후 개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핫머니 유입 등의 부작용이 인근국가에까지 파장을 미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자료출처: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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