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내부역량없이 오픈 이노베이션 성공없다’
LG경제연구원 ‘내부역량없이 오픈 이노베이션 성공없다’
  • 장성근 연구위원
  • 승인 2011.06.07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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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성공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필요 기술이 명확히 도출되어야 하며,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정확히 평가하고 사업화하는 프로세스와 시스템 등 내부 역량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p&g 사례와 함께 구체 내용을 살펴본다.

최근 중소기업, 대학 및 연구소, 고객, 공급업체, 경쟁사 등 외부 기관의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하여 신제품이나 신사업 개발로 연결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r&d 활동과 성과 창출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경우에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지만 실행 측면에서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예를 들어, 어떤 기술을 외부에서 확보해야 하는지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 않다든지, 필요 기술은 정의되어 있더라도 신기술 발굴을 위한 실행 조직이 체계적으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든지, 유망한 기술을 발굴하더라도 내부적으로 활용하는 프로세스나 조직문화가 미성숙되어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반면 오픈 이노베이션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해외 기업들은 조직 내부의 튼튼한 r&d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p&g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혁신적인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는 것은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고 사업화하는 프로세스와 시스템, 조직문화 등 내부의 역량을 견고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요건을 p&g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필요 기술의 명확화기업이 외부 기술을 내부화하기 위한 프로세스는 크게 4단계를 거친다. 즉, 기업 내부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명확히 도출하는 단계 (want), 필요 기술을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여 찾는 단계(find), 가장 적합한 외부 기술을 찾아 계약을 체결하여 획득하는 단계(get), 획득한 기술을 신제품 개발 등에 활용하고 관리하는 단계(manage)를 거친다.

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기술의 사업화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필요 기술을 정의하고 확보해야 할 기술의 우선 순위를 도출하는 want 단계를 잘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기업 내부에서 원하는 기술이 명확해야 외부 기술 중 어떤 것을 활용하고 버릴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으며, 같은 기술이라 할지라도 내부에서 도출한 필요 기술과의 부합 정도에 따라 신제품이나 신사업 개발에의 활용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필요 기술은 한번 도출되면 고정되는 것이 아니다. 사업 전략이 바뀌거나 수집되는 새로운 기술 정보를 반영하여 업데이트 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해당 기업에 맞는 필요 기술과 확보 방안을 보다 명확히 할 수 있는 것이다.

p&g의 경우에는 외부에서 확보해야 할 필요 기술을 아래의 3가지 기준을 토대로 도출한다. 첫째, 매년 각 사업부로부터 소비자 니즈 top 10 list (무엇과 제공시점)를 취합·종합하고 기술 문제(technology problem)로 전환한다. 예를 들어 기존 포테이토 칩에 재미있는 그림이나 글을 새겨 넣은 프링글스를 개발하면 좋겠다는 소비자 니즈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잉크젯 프로세스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와 같이 소비자 니즈를 해결해야 할 기술 문제로 전환하고 technical brief를 작성한다.

둘째는 현재의 브랜드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인접 제품 및 컨셉을 추가적으로 파악한다. 예를 들어 crest 브랜드 안에 치약 이외에 미백 치약, 전동 칫솔, 치실로 확장할 수 있는 여지 등 관련성을 파악하고 구강케어(oral care)라는 보다 넓은 카테고리에서 신기술을 발굴한다.

마지막으로는 특정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다른 카테고리의 제품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를 분석하는 technology game board를 활용한다. 이를 통해 내부적으로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핵심 기술을 파악하고, 외부 아이디어를 탐색해야 하는 영역은 무엇이고, 탐색하지 않아야 하는 영역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한다.

관리시스템과 조직기업이 외부의 기술 확보를 위해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동안 경쟁사라고 가만히 있지 않는다. 결국 그 기술에 빨리 접근하여 정확히 평가하고 신사업이나 신제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내부 관리시스템을 누가 잘 갖추고 있느냐가 관건이 된다.

일반적으로 외부 기술의 경우 과대 포장되거나 접근이 어려울 가능성이 많다. 특히 벤처기업들은 대기업과의 제휴를 성사시키기 위해 보유 기술과 역량을 과대 포장할 가능성이 크며, 반대로 기술 도용을 우려해 완벽한 공개를 꺼리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기업은 이러한 제약조건을 염두에 두고 외부 기술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과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바탕으로 외부의 기술이나 지적재산권 등을 모니터링하고, 신제품 개발이나 기술 혁신으로 연계시켜야 한다.

p&g는 글로벌기술협의회, 혁신넷, 지식공동체, 기술사업가(technology entrepreneurs) 등 관리시스템과 조직 구축이 매우 잘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가운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술사업가 조직은 p&g의 c&d(connect and develop) 혁신을 이뤄낸 대표적인 내부 연결 지식허브다. 중국, 인도, 일본, 서유럽, 라틴아메리카, 미국 등 6개국에서 활동 중인 기술사업가 70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역 강점 기술을 발굴·연결하고 있다.

기술사업가들은 조직내부와 외부의 연결자(gatekeepers)로서 약 8,500명에 달하는 내부 연구원들과 전세계 200만이 넘는 연구자들로부터 특허, 과학문헌, 웹사이트 형태로 쏟아져 나오는 외부 기술 정보를 정교한 검색도구를 가지고 분석·선별하여 사내의 혁신가들에게 제공한다.

물론 기술사업가들은 인터넷 검색에만 머물지 않고 주재하고 있는 나라의 시장을 직접 누비며 현장에서 직접 외부 기술을 확보하는 경우도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mr. clean magic eraser’이다. 오사카의 잡화점에서 basf로부터 수입하여 가정용 스폰지로 판매되고 있던 basotech을 발견한 기술사업가는 일본 내의 시장성과를 평가한 후 p&g의 가정용 제품 개발과 마케팅 기준에 적합한지를 분석했다. 이어 해당 샘플을 p&g의 신시내티 r&d 센터로 보내 성능을 분석하고 내부의 ‘eureka catalog’ 네트워크에서 잠재 시장가치를 평가하였다. 평가 결과 제품에의 적용가능성이 높음을 확인하고 개발 포트폴리오 내에 편입시켰다. 곧이어 p&g는 basf와 basotech 관련 협력을 추진하고 획득한 외부 기술을 기반으로 마침내 mr. clean magic eraser라는 신제품을 개발하여 미국에 출시하였고, 유럽으로 시장을 넓혀가며 높은 수익을 창출했다. 지금까지 기술사업가 조직이 외부의 기술 정보를 분석·평가하여 p&g 내부에 제공한 신제품·신기술 아이디어는 1만 건 이상이라고 한다.

또한 p&g에는 혁신의 중개 조직이면서 외부 조직과 내부 사업 조직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외부사업개발팀(external business development)이 있다. 이 팀은 리스크가 낮은 아이디어는 기존 사업 조직으로 연결하고, 리스크가 높은 아이디어는 신사업 개발 조직인 퓨처워크(futureworks)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퓨처워크는 현 사업 범주를 벗어난 불연속적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전사혁신펀드(corporate innovaition fund)의 자금 지원을 받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한다.

한편 p&g는 기술 발굴 및 활용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운영한다. 예를 들어 니즈 기반 프로세스의 경우에는 니즈 제공자가 문제를 technical brief로 작성한 후 내·외부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배포하면 기술사업가 등이 기술을 발굴한다. 발굴된 기술을 관련 부문에 연결하면, r&d 부문에서는 기술 가치 평가를 하고, 니즈 제공자가 사업 가치를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좋은 기술 및 사업 가치 평가 결과를 얻으면 외부사업개발팀이 계약 등 후속 프로세스를 진행한다.

이처럼 p&g는 내부에서 매우 엄격한 아이디어 평가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외부에서 발견된 100개의 아이디어 중에 결국 1개 정도만이 신제품 개발에 활용되어 시장에 출시된다고 한다.

자체개발과의 균형 유지

오픈 이노베이션의 핵심은 튼튼한 자체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조직 내부에서 조직 외부로 기술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지, 내부역량 없이 외부 기술과 아이디어를 무분별하게 확보하는 것이 아니다. 즉, 아웃소싱과 오픈 이노베이션은 엄연히 다른 방식으로 아웃소싱이 한 기업이 다른 기업에게 제품 및 서비스의 개발을 의뢰하여 결과물을 얻는 거래 중심의 상호작용 모델이라면, 오픈 이노베이션는 외부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 및 기술을 들여와 그것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내부 역량에 초점을 둔 공동개발 중심의 상호작용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p&g가 성공적으로 추진했던 c&d는 기존 자체개발 r&d에 c(connect)를 추가한 개념으로, 기업 내부의 r&d 부문은 물론 외부의 관련 기관(정부, 공급업체, 학계, 경쟁사 등)과도 긴밀한 연결관계를 형성하여 전세계에 다양하게 흩어져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부화 해서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에게 만족과 감동을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의 자체개발력을 탄탄하게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되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력하게 추진한다는 이유로 자체개발력을 소홀히 하거나 약화시켜서도 안 된다.

p&g의 경우 c&d를 시행한 지 5년 만에 외부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신제품 비율이 전체 신제품의 50%에 근접하게 된다. 이는 c&d를 도입할 당시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놀라운 결과로서 p&g는 현재 외부 기술 확보 비율이 내부 자체개발 역량을 침해하지 않도록 적정수준을 유지하는데 힘쓰고 있다. 왜냐하면 외부와의 연결이 지나칠 경우 오히려 자체개발 역량을 저해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p&g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행한 후에 내부 r&d 인력을 한 명도 감축하지 않았으며 보다 높은 고객가치 창출을 위한 지렛대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결국 자체개발 역량을 튼튼히 유지하면서 외부와의 연결을 확대하는 것이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 비결인 것이다.

최근 p&g는 r&d company임을 다시 한번 재확인하며, c&d의 성공을 발판으로 c+d2.0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의 중점사항은 중소기업이나 정부연구소·대학에서 보유하고 있는 유망 기술에 보다 효과적으로 접근·활용하는 방안들을 다양하게 찾는 것이라고 한다.

열린 조직문화

일반적으로 r&d 조직에는 자신들이 직접 개발하지 않은 기술이나 연구성과에 대해 배타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nih(not invented here) 신드롬이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그들만의 리그’ 의식은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의 적극 활용을 핵심으로 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폐쇄적인 문화를 타파하고 열린 조직문화의 구축이 필요하다. 즉, 외부에서 온 아이디어라도 신제품 개발에 큰 기여를 했다면 출처에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칭찬하고 보상해 주는 문화가 구축되어야 한다.

p&g의 경우 외부 아이디어와 기술을 단순히 받아들이는 차원을 넘어 적극적인 보상을 실시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즉, 아이디어만 좋다면 내부 아이디어든 외부 아이디어든 상관없이 보상을 실시한다.

또한 외부 기술과 아이디어를 많이 도입하면 내부 개발 업무가 줄어 감원이 발생하거나 자체개발 역량이 약화될 것이라는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예를 들어, 성장전략을 구사하며 연구원의 스킬 개발을 독려하였고, 더 높은 수준의 개발 업무를 맡김으로써 이전보다 더욱 업무에 몰입하도록 하였다. 결국 이러한 노력을 통해 p&g는 폐쇄적인 nih 문화를 뛰어넘어 아이디어가 내부와 외부 어디서 오든 최고의 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pfe(proudly-found elsewhere) 문화를 구축하는데 성공하였다.

경영층의 몰입과 관여오픈 이노베이션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는 경영층의 몰입과 관여이다. 주로 부서단위로 업무를 수행하는 자체개발 방식과는 달리, 오픈 이노베이션은 전사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 즉, 자체개발 방식은 개발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기업 내부의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업부 혹은 부서 수준에서의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외부와의 연결을 중심으로 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과 기업간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중에는 기업의 존망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것이 다수 존재한다. 따라서 경영층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행하는 과정에 지속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즉, 오픈 이노베이션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제시하고 실행과정을 관리·평가하여 오픈 이노베이션이 성공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주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p&g의 경우에는 혁신&지식 담당부사장으로 하여금 c&d의 비전 수립과 실행, 평가를 총괄하여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모든 사업부의 c&d 리더들은 혁신&지식 담당부사장과 긴밀한 보고관계를 가지며, 가상네트워크와 허브네트워크 관리자, 기술사업가 모두 혁신&지식 담당부사장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이밖에 네트워크와 새로운 프로그램의 개발, c&d 전체 예산의 관리, c&d 활동의 생산성 평가 역시 혁신&지식 담당부사장의 책임이다.

아이디어 창출은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외부의 아이디어를 모니터링하고 평가해서 성장 기회로 만드는 것은 내부 시스템과 프로세스, 조직문화이다. 결국 튼튼한 내부 관리시스템 및 열린 조직문화가 뒷받침되어야 오픈 이노베이션이 경쟁우위 확보의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lg경제연구원 장성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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