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물가고…한국, 물가잡기 고심
세계적 물가고…한국, 물가잡기 고심
  • 이성재 기자
  • 승인 2011.06.24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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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3월 4.7% 이후 상승세 꺾여

물가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안정’에 있다. 물가가 급히 오르는 것도, 그 반대인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비상시에는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양호한 평가를 받는다. 경기부양으로 유동성이 확대돼 소비자 물가가 오를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전세계 물가를 끌어올리던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이에따라 각국 정부는 금리인하 등 물가 안정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세계 물가를 끌어올리던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이에따라 각국 정부는 금리인하 등 물가 안정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시장은 치솟는 환율을 두고 둘로 갈라졌다. 물가안정이냐 수출성장이냐를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성장이 우선이라는 측에서는 고환율이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수입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과는 양쪽 모두가 맞았다. 환율상승으로 인한 가격경쟁력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우려했던 대로 물가도 많이 올랐다. 2008년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4.7퍼센트 상승했다.

전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2.5퍼센트에 비해 갑절이나 높은 수치였다.

중국·유럽 등 인플레 우려 속 묘책 못 찾아

하지만 2009년 이후에는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수출은 강력한 증가 추세를 이어 간 반면 물가는 안정을 찾았다.

2009~2010년 한국은 2년 연속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던 환율도 진정됐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가셨다. 2009년과 2010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2.8퍼센트, 3.0퍼센트로 2008년에 비해 안정세를 보였다. 성장과 물가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최근 세계경제 최대 이슈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이다. 2010년 하반기 이후 세계 각국의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실물경기 회복과 대규모 경기부양이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각국 정부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를 하면서도 쉽게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리를 올리면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4일 중국 인민은행은 은행의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5퍼센트포인트 인상했다. 올 들어 벌써 6번째 인상이다. 이에 따라 중국 은행들의 지준율은 21.5퍼센트에 이르게 됐다.

중국이 지준율을 연거푸 올리는 이유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다. 중국의 5월 물가상승률은 5.5퍼센트로 3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식료품과 부동산가격의 상승, 원유를 비롯한 수입물가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린 이유다.

하지만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웠다. 경기침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준율 인상은 금리인상을 피하면서 물가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중국의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준율은 고객 예금 중 고객에게 돌려줄 돈을 중앙은행에 맡기는 비율이다. 지준율을 올리면 중앙은행에 맡겨야 할 돈이 많아져 시중자금이 감소하고 그 결과 물가를 안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유럽의 상황은 중국보다 심각하다. 영국 경제는 중국처럼 고속 성장하고 있기는커녕 오히려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이 와중에 물가마저 오르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지난 1분기 물가상승률은 4.1퍼센트로 3.3퍼센트였던 2010년보다 0.8퍼센트포인트 높았다.

4월에는 4.5퍼센트로 더 올랐다. 경기위축과 인플레이션이 함께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세계 각국 경기 위축 우려로 금리인상 카드 주저


 
그럼에도 영국 역시 이렇다 할 묘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빠르게 상승하는 물가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사상최저치인 0.5퍼센트에 묶어 두고 있다. 물가를 잡으려다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집권한 현 정부가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공공지출을 축소하는 등 긴축재정을 실시하면서 경제가 위축된 터라 금리인상은 앞으로도 쉽게 꺼내들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도 치솟는 물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3.2퍼센트로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에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전월 대비 근원소비자물가가 전문가 예상치인 0.2퍼센트포인트를 상회하는 0.3퍼센트포인트 상승해 3년여 만에 최대폭으로 올랐다.

미국의 물가상승 역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탓이 컸다. 지난해 10월 배럴당 80달러 내외였던 wti 가격이 지난 4월 1백14달러로 치솟으면서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렸다.

영국과 같은 이유로 미국 역시 금리인상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전미은행협회(aba)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향후 1년간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고용부진과 주택가격 하락세 지속 등을 이유로 정부의 ‘출구전략’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도 지난 1분기에 4.1퍼센트 오르는 등 올해 들어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역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탓이 컸다.

하지만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한 석유류 제품가격이 안정되면서 지난 3월 4.7퍼센트에서 4월 4.2퍼센트, 5월 4.1퍼센트로 소비자물가의 상승세는 한 풀 꺾인 모습이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지난 6월 10일 기준금리를 0.25퍼센트포인트 인상했다.

소비자물가는 안정되고 있지만 석유류와 농산물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이 지난 5월 23개월 만의 최고치인 3.5퍼센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물가안정을 경제운용의 최우선순위로 두기로 하고 다각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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