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석유화학 투자 확대, 전방위 공세 예고하나’
‘중동 석유화학 투자 확대, 전방위 공세 예고하나’
  • 박광원 기자
  • 승인 2009.08.0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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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속에서도 미래를 준비하는 중동 석유화학 산업의 투자 패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국영 석유 기업들 중심으로 초대형 정유 연계 석유화학 단지 구축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어, 향후 장기적으로 중동 석유화학 산업의 전방위적 공세가 예상된다.

석유화학경기 하강과 더불어, dow, lyondellbasell, total 등 서구 메이저 기업들의 미국, 유럽 등지 에틸렌 설비 폐쇄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중동의 석유화학 신증설 붐도 그 기세가 한풀 꺾인 듯하다. 최근 몇 년간 공격적으로 추진되어온 중동의 석유화학 신증설 프로젝트는 2012년이면 대부분 완공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신규 에탄 기반 신증설 계획 발표가 거의 들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 침체기 속에서도 2012년 이후를 준비하는 중동 석유화학 산업의 투자 패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자금 조달 방식에 있어서 수출입 금융 및 이슬람 뱅킹의 활용이 증가되고 있다. 국영 석유화학 기업뿐 아니라 민간 기업 및 국영 석유 기업들의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다양한 원료 활용 및 그에 따른 새로운 프로세스 적용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많은 부분에 있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과거 에탄 크래커 기반의 단위 공장 위주에서, 최근에는 기존 정유 설비와 통합된 초대형 정유-석유화학 단지 구축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영 석유 기업 중심으로 초대형 프로젝트 추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aramco)는 과거 유전 탐사 및 개발을 통한 원유 수출 위주의 사업 구조에서 나아가 석유 제품의 생산 및 수출 확대를 위해 최근 정유 설비를 대거 확장해왔다. 주목할 것은 단순한 정유 설비 확장이 아니라, 정유 연계 석유화학 설비까지의 확장이라는 것이다. 아람코의 2008년 사업 보고서에서도 ‘정유와 석유화학 설비의 통합’으로 전략적 방향 전환(“significant shift to the integration of refineries with petrochemical facilities”)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람코의 정유-석유화학 연계 전략은 2003년 석유화학사업 진출 발표와 함께 시도되었다. 페트로라빅(petro-rabigh)은 과거 sabic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석유화학 다운스트림 분야에 있어서 아람코의 첫 작품이다. 스미토모(sumitomo chemical)와의 50:50 합작으로 시작된 총 투자규모 약 100억 달러의 페트로라빅 프로젝트는 1단계로 기존 정유 설비 고도화 작업과 더불어 이와 연계된 석유화학 설비를 구축해 지난 4월 가동에 돌입했다. 현재 사우디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아람코와 스미토모가 각각 37.5%의 지분을 지니고 있으며, 1단계 프로젝트의 성공에 힘입어 2단계 프로젝트를 검토 중에 있다. 수직통합체계를 완성하기 위한 2단계에서는 정유 설비에서 생산되는 나프타 300만 톤을 활용해 pmma, pva, caprolactam, sap, 나일론-6 등 더욱 다양한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할 계획이며 2014년 가동을 목표로 추진 중에 있다.

글로벌 신용경색 등의 이유로 당초 일정보다 약 1년 정도 지연되어 추진되고 있긴 하나, 라스타누라(ras tanura) 정유-석유화학단지 또한 아람코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아람코는 미국 최대 화학 기업 다우케미칼과의 합작으로 약 200억 달러를 투자해 사우디 페르시아만의 원유 항만 라스타누라 지역에서 기존 정유설비를 석유화학 복합단지로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정유 설비에서 생산되는 나프타와 일부 에탄과의 혼합 원료가 사용될 이 초대형 프로젝트에는 정유 고도화 설비인 fcc(fluid catalytic cracking)와 방향족 제품 생산 플랜트 및 클로로-알칼리 생산 플랜트까지 포함될 전망이다. 그 외에도 아람코는 프랑스 total사와 합작으로 주바일(jubail)지역의 정유 설비 고도화 작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여기에는 방향족 석유화학 제품 생산 플랜트가 포함되어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 adnoc(abu dhabi national oil company)은 아부다비 투자청 및 ipic(international petroleum investment corporation) 등 국부펀드와의 합작으로 아부다비 국영 화학 기업(abu dhabi national chemical company)을 설립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나프타 기반 석유화학콤플렉스 켐아위얏(chemaweyaat)을 추진하고 있다.

adnoc의 정유 설비로부터 생산되는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1단계 프로젝트와 프로판 가스를 원료로 하는 2단계 프로젝트로 구성되는 켐아위얏은 완공될 경우 석유화학 제품 총 생산이 700만 톤 이상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정유 연계형 석유화학 프로젝트가 새로운 투자 모델로 주목 받는 배경

중동 기업들이 프로젝트 시장 침체기에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러한 대형 정유 연계 석유화학 프로젝트 사례들은 단편적이라기 보다는, 투자 패턴의 변화를 나타내는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인 것으로 판단된다. 중동 기업들에게 있어서 정유 연계형 석유화학 프로젝트가 새로운 투자 모델로 주목 받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 에탄 가스 부족

중동 석유화학 산업의 투자 패턴 변화는 일차적으로 에탄 가스의 부족에 기인한다. 지금까지 중동 국가들은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에탄 가스를 mmbtu당 0.75~2 달러의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왔다. 이는 아시아 나프타 또는 북미 에탄 가격의 약 1/6에 불과해 중동 석유화학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규모를 확장하는 원동력이 되어왔다. 그러나 차츰 에탄 가스 부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으며, 실제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는 2013~2014년경부터 에탄 balance가 (-)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에탄 부족 문제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에탄은 주로 유전 개발과정에서 산출되는 수반가스(associated gas)에서 얻어지는데, 수반가스 매장량이 높은 중동의 대형 신규 유전 개발이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에탄의 추가 확보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동 국가들이 에탄 원료의 대안으로 나프타에 눈을 돌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막대한 원유 매장량을 바탕으로 원유 수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석유 제품 판매를 위한 수출용 정유 설비를 확장하고 있는 중동 국가들에서 정제를 통해 부산물로 얻어지는 나프타는 언제나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부분 최적화에서 전체 최적화 전략으로 전환

중동은 지금까지 저가 에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석유화학 산업을 육성시켜 왔으나, 에틸렌 유도품에만 의존해서는 더 이상 기대하는 수준의 양적, 질적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젊은 층의 높은 실업률 해소 및 산업 다각화가 최대 정책 과제인 대부분의 중동 국가들은 무턱대고 개별 제품군, 또는 개별 기업의 고수익 달성을 보장해주기 보다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성과 더불어 다양한 기술 및 시장의 경험, 제품 다각화, 고용창출 효과 등 총체적인 효용의 극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으로서의 강점을 살리되 원유 수출 모델 및 에틸렌 유도품 수출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원료 공급자인 정유 부문과 석유화학과의 통합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나아가, 플라스틱 가공 등 석유화학 제품 소비 부문과의 통합도 가시화되고 있다.

아람코와 sabic은 2008년 상호협력조약을 맺고, 그의 일환으로 아람코가 sinopec, exxonmobil과 합작으로 중국에서 생산하게 될 석유화학 제품에 대해 sabic이 판매 및 마케팅을 담당키로 합의했다. 아람코는 상류부문의 강점을 살려 푸젠 정유-석유화학(fujian refining & petrochemical company)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세계 최대 수준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지닌 석유 메이저 exxonmobil로부터 정유 연계형 석유화학 프로젝트의 운영 노하우를 배우는 한편, 하류부문에서는 sabic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의 석유화학 제품 판매 노하우를 습득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람코의 부사장 esam mousli는 아람코가 공급사슬 전반에 걸쳐 보다 통합적인 관점으로 접근함으로써 사우디 발전에 더욱 큰 기여를 하고자 노력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향후 이와 유사한 형태의 win-win 사례가 다양한 분야에서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추진 중인 중동 지역의 주요 정유 연계 석유화학 복합 단지는 모두 연관 제조/서비스 산업 단지와 발맞추어 개발되고 있다. 켐아위얏 콤플렉스가 들어서게 될 타윌라(taweela)에서는 450만 평방미터 규모의 아부다비 폴리머 파크(abu dhabi polymers park)가 조성되고 있다. 아부다비 비전 2030(경제 산업 다각화 및 민간 부문 육성을 골자로 하고 있음)에 따라 2007년 설립된 국영 산업개발 및 투자 기업 adbic(abu dhabi basic industries corporation)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폴리머 파크에서는 다양한 플라스틱 가공 관련 기업들을 유치하고자 최고 수준의 인프라 제공 및 법인세, 소득세 전액 면제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사우디 아람코와 스미토모는 페트로라빅 콤플렉스의 인접 지역에 약 240만 평방미터 규모의 라빅 산업 단지(rabigh conversion industrial park)를 구축해 정유에서부터 석유화학 산업은 물론, 플라스틱 포장 소재, 자동차 및 가전 부품, 건설 자재 등의 연관 산업까지 통합적으로 발전 시킬 수 있는 발판을 다지고 있다.

정유 연계형 석유화학 프로젝트의 경제성 확보 전략

나프타는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상품으로서 국제무역기구의 규정에 따라 중동 국가들은 나프타에 대해 국제 가격에 준하는 내수 가격을 유지해야만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건비, 건설비 등의 투자비가 아시아 대비 높은 중동에서 나프타 기반 석유화학 프로젝트가 과연 경제성이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제품들에 있어서 단일 품목 하나하나의 관점에서는 중동에서의 생산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은 듯 보인다. 그러나 중동은 저가 원료의 혼합, 정부의 인센티브, 규모의 경제 등 유리한 조건들을 조합하여 지속 성장이 가능한 독자적인 석유화학 투자 모델을 고안해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높은 수익성을 지니는 제품들과의 적절한 조합을 찾기만 한다면 총 프로젝트 관점에서 평균을 상회하는 양호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저가 원료와 나프타의 혼합 원료 활용

현재 중동에서 추진되고 있는 정유 연계 석유화학 프로젝트에서는 나프타 원료와 더불어 일정 부분 에탄, 프로판 등의 저렴한 원료가 함께 사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3> 참조). 아람코 관계자에 따르면, 사우디에서 나프타 가격에 대한 직접적인 디스카운트는 장기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지만, 더욱 엄격해진 저가 가스 원료 제공 기준에 따라 나프타를 주요 원료로 사용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우선적으로 일정 비율 저렴한 가스 원료를 제공함으로써 프로젝트 경제성을 확보해주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에탄의 장기 고정 가격에 대해 최대한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동에서 석유화학 산업을 주도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국제무역기구 설립 멤버로서 자국 경제를 다각화시키기 위한 여러 조건들에 대해 많은 양허를 얻어낸 바 있다. 석유화학 투자 관련 각종 인센티브 제공 조치나 지역 내에서 석유화학 원료로서 사용될 수 있는 가스에 대한 가격 결정권을 정부가 지니는 것 등이 이에 해당된다. 중동 국가들 중 가스 가격과 관련해 가장 관대한 가격 정책을 펴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우에는 2005년 국제무역기구 가입 시 에탄의 장기 고정 가격 및 프로판, 부탄 등에 대해 시장 가격 대비 약 30%의 할인율을 적용해주는 가격 산정 방식을 지켜냈으며 이러한 방식은 향후에도 계속 적용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유리한 자금 조달 조건 및 정부의 직간접적 인센티브

중동 각국의 정부는 석유화학 사업에 대해 원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일부 자본 또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부의 요구 사항에 보다 부합하는 사회경제적 효용을 창출할 경우 정부로부터 다양한 직간접적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정유 연계 석유화학 복합단지 모델을 통한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의 확보는 고용 창출 및 산업 구조 고도화를 추구하는 중동 국가들의 정책적 의지와도 부합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중동 국가들의 경우 특히 풍부한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국부펀드 등 준정부기관(quasi-governmental) 차원의 금융기관이 발달되어 있어 이들을 통한 유리한 조건의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실례로 페트로라빅 프로젝트는 사우디공공투자펀드(pif)로부터 10억 달러를 차입했으며, 켐아위얏 프로젝트에는 아부다비 투자청과 아부다비의 국영 투자기업인 ipic가 80%의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대해 완공시점부터 약 10년간 tax holiday를 부여하거나, 관련 장비 등을 수입할 경우 수입관세를 면제해 주는 등의 세금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켐아위얏 프로젝트의 경우 일부 인프라 시설 건설 및 인근 산업 단지 조성을 정부가 맡아서 함으로써 정유 연계형 석유화학 통합 모델 구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월등한 규모의 경제 및 시너지 효과

정유 설비의 고도화 및 확장과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중동의 석유화학 복합 단지 구축 프로젝트들은 그 규모가 여타 지역의 일반적인 정유 설비 규모 또는 석유화학 단지의 규모를 월등히 능가하는 수준이다. 라스타누라, 라빅 등의 정유 설비의 석유제품 생산 규모는 하루 53만 배럴, 40만 배럴로 미국 텍사스 소재의 25개 정유 설비의 평균 규모(20만 배럴)보다 두 배 이상 크다. 산유국으로서 타 지역 대비 월등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유 설비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를 주요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 단지 또한 에틸렌 기준 130만 톤 이상의 초대형 규모이다. 쿠웨이트 국영 석유기업(kuwait petroleum corporation, kpc)의 ceo al-shuwaib에 따르면, 프로젝트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정유와 석유화학 부문의 통합을 고려할 경우, 시너지를 통해 통상 4% 수준의 경제성 상승 효과가 있다고 한다.

중동의 석유화학 제품 원료로서 나프타 활용이 대폭 확대될 전망

지난 6월 중동 전문 경제지 meed 주관으로 바레인에서 개최된 중동 석유화학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한 아람코 관계자는 “정유 설비는 성장을 위해 활용해야 할 자산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이미 그러한 자산을 충분히 가지고 있으므로, 최적의 원료 가격 산정과 그에 따른 최적의 석유화학 제품 포트폴리오를 개발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과제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사우디형’ 정유 연계 석유화학 사업 개발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카타르의 경우도, 현재 가동 중인 주요 석유화학 플랜트들이 모두 100% 에탄 원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반해, 신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에탄/프로판 및 나프타 혼합 원료를 검토하고 있다. 오만 또한 sohar 특별 경제 구역의 정유 시설에 고도화 설비 및 석유화학 방향족 제품 생산 플랜트를 건설한 데 이어 duqm 특별 경제 구역에 약 70억 달러 규모의 정유 연계 석유화학 단지(duqm integrated refinery & petrochemicals complex)설립을 구상 중에 있다.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도 수출용 정유 설비를 더욱 확대할 계획을 지니고 있어, 전세계 수요가 회복되고, 유가가 상승함에 따라 정유 설비와 연계된 석유화학 관련 투자 패턴은 향후 더욱 활기를 띌 것으로 판단된다. mckinsey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중동의 석유화학 제품 원료로서 나프타 활용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중동 석유화학의 전방위 공세 예상

중동 석유화학 산업의 투자 패턴 변화는 중동 기업들이 석유화학 제품 전 영역으로의 사업 진출 의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전략이 본격화될 경우 석유화학 전 분야에서 중동 기업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예컨대 현재 발표된 주요 정유 연계형 석유화학 프로젝트에서 생산될 pp 규모만 보더라도, 약 300만 톤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현재 한국의 전체 pp 생산 규모인 350만 톤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들이 가동을 시작하는 2015~2016년경에는 pe, pp, 방향족 제품을 비롯해 다양한 석유화학 다운스트림 제품들이 수 백만 톤씩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다.

한편 중동 국가들이 정유-석유화학 연계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경우 중동 이외 지역에서의 나프타 원료 수급이 타이트해질 가능성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 통계에 따르면 중동의 2006년 기준 나프타 수출량은 약 3,200만 톤 규모로,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위한 전세계 나프타 수요가 1억 6,200만 톤 규모임을 감안할 때 나프타 수급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동 석유 기업들이 자국 내 대형 석유화학단지에 대해 나프타 공급량을 늘려갈 경우, 역외 나프타 물동량이 크게 감소할 수 있는 것이다.

중동 석유화학의 공급 확대와 나프타 등 원료에 대한 자체 소비의 확대는 우리 기업에게 제품 경쟁뿐 아니라 원료 조달 비용 상승의 이중고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감지하고 대응 전략을 철저히 준비한다면 중동과의 전면전에서도 경쟁 우위를 잃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살아남은 종은 강한 종도, 우수한 종도 아닌 변화하는 종이다. 과거의 사업 방식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장기적 전략 방향을 재설정해야 할 시점이다. 깊은 고객 인싸이트가 필요하거나, 특히 현지 고객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제품들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하고, 고객들을 lock-in 할 수 있는 차별적 제품 개발 및 마케팅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더불어 안정적 원료 확보를 위해 중동의 석유화학 산업 투자 패턴 변화를 모니터링 하고 장기 원료 확보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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