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지속적 혁신 기업의 길’
LG경제연구원 ‘지속적 혁신 기업의 길’
  • 박광원 기자
  • 승인 2011.08.23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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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IT 산업을 중심으로 스마트화와 컨버전스의 변혁이 불어 닥치면서 혁신(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시대를 초월해 모든 기업들이 이노베이터를 꿈꾸지만, 시대의 변화 흐름에 맞게 효과적이며 차별적인 혁신 방안을 지속 확보하는 일은 어렵다.

기업들이 지속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혁신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혁신의 흐름을 인식하고 이러한 관점에서 혁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혁신의 길은 시간적인 선후발 여부에 관계없이 고객 가치 실현, 실질적 시장 선도,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 혁신 등을 이끌어 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 갈 수 있는 혁신을 위해서는 ①창안적 혁신에 집중하기 보다 해당산업 분야 내부 혹은 외부에서 이미 검증된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져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재조합적 혁신에 역점을 두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②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의 발굴, 물리적인 시장 창출 여부에 관계 없이 새로운 고객 가치를 만들어 내는가의 관점으로 혁신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③이제까지 기업들이 주로 기존 제품 서비스 자체의 혁신을 추구해 왔다면 고객 가치 혁신의 관점을 제품 서비스의 탐색·구매→배달→사용→보완→유지·보수→폐기·처분에 이르는 고객 경험 사이클 전반으로 확대하여 문제점을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혁신으로 혁신의 관점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④시간적 선발 진입 그 자체 보다는 실질적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느냐에 혁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지속적인 혁신 기업이 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Fast Follower’ 전략을 전면 수정하여 ‘First Mover’로의 전환을 추구하는 것이 능사가 아닐 수 있다. 모든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창안적 혁신을 이루어 내기는 힘들고. 기존 사업 역량이나 체질을 한꺼번에 바꾸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Fast Follower’의 질은 분명히 바꾸어야 한다. 단순한 모방과 추종이 아닌 혁신을 이끌어 내기 위한 ‘Innovative Follower’로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지속적 이노베이션의 필요성

최근 IT 산업을 중심으로 소위 ‘애플 발 충격’이라고 일컬어지는 스마트화의 변혁이 불어 닥치면서 혁신(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디지털 시대에 구사해온 Fast Follower(빠른 추종자) 전략의 유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는 새로운 기술·제품을 창안하여 시장의 선발 진입(First Move)을 통해 이노베이터(Innovator)가 되지 않으면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화 시대에 접어 들면서 혁신의 중요성이 보다 부각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첫째, 스마트화로 인해 S/W 기술 기반의 UI 및 기능 융합이 급진전되었기 때문이다. S/W 기술 중심의 융합은 이전의 H/W 기술간 융합에 비해 복제가 용이치 않아 기술·제품의 블랙 박스(Black Box)화가 가능하다. 즉 선발 혁신을 통해 자사 제품을 블랙 박스화할 경우 후발자들이 빠른 추종을 통해 이를 모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90년대말부터 디지털 시대가 본격 전개되면서 부품의 모듈화·표준화의 급진전으로 기술의 이식 및 복제가 가능해져 기술·제품의 범용화가 일어났다. 또한 다양한 기술·제품의 등장으로 고객 선택의 폭이 증대된 반면, 고객 니즈의 복잡화로 불확실성은 더욱 증폭되었다. 이와 같이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충분한 대비가 부족한 상태로 시장에 먼저 진출해 갖가지 난관을 맞는 것 보다는 시장·고객 니즈의 방향성이 명확해진 이후 빠르게 맞춤화한 제품으로 대응하는 Fast Follower 전략이 당시에는 유효했던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주도적 흐름이 H/W가 아니라 S/W 기술 중심의 융합으로 흘러가면서 Fast Follower를 통한 따라잡기가 쉽지 않게 된 측면이 있다.

둘째, 컨버전스를 통한 영역간 경계가 붕괴되면서 전자기기, 통신서비스, 컨텐츠·미디어, S/W 및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간의 전면 경쟁 또는 협력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과거 단일 기업 중심의 경쟁 양상이 생태계 형성을 통한 기업군 간 경쟁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즉 기업들이 혁신 역량을 기반으로 공급자·파트너를 규합하여 강력한 생태계를 선발 형성할 경우, 이를 바탕으로 진입장벽을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셋째, 개인화·맞춤화 경향이 심화되면서 기존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대량 맞춤화)을 통한 제품·서비스 개발이나 고객 가치 충족 방법으로는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미세분화되고 있는 고객 니즈를 개별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혁신적인 방안이 필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사항은 혁신의 파괴력과 그 필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는 반면, 자원의 한계, 역량과 체질의 차이, 기존 사업 기반 붕괴에 대한 우려 등으로 한 기업들이 자사가 속한 모든 사업 영역에서 지속적인 혁신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때 혁신 기업으로 위상을 떨쳤던 기업들이 영속적으로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날로그 시대 혁신의 선봉장이었던 제록스나 코닥, 워크맨 신화의 주역이었던 소니, 다이렉트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한 델 컴퓨터,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었던 모토롤라, 디지털 시대를 선도했던 노키아 등 한 때 혁신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기업들의 빛이 바래고 있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반면 90년대 중반 연이은 적자로 추락하던 애플이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등으로 이어지는 혁신 제품 또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내면서 최근 최고의 혁신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대를 초월해 모든 기업들이 이노베이터를 꿈꾸지만, 시대의 변화 흐름에 맞게 효과적이며 차별적인 혁신 방안을 지속 확보하는 일은 어렵다. 과거 성공한 혁신 방안의 고수, 없는 것을 만들어 내려는 집착, 남보다 먼저 만들어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는 편견 등이 지속적인 혁신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혁신이란 과연 무엇이며, 기업들이 지속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하에서는 혁신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과 새로운 흐름을 비교해 살펴봄으로써 최근 패러다임에 맞는 혁신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다. 기업들이 혁신의 의미에 대한 새로운 흐름을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활용할 때, 혁신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 지속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노베이션에 대한 새로운 이해

전통적으로 또는 일반적인 상식으로 혁신은 ▼기술 혁신을 통한 발명(혁신 대상과 가치 제공 방법 측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의 발굴(시장 창출 유형 측면), ▼기존 제품·서비스 공간 내 혁신(고객 가치 창출 방안 측면), ▼선발 진입(시장 진입 타이밍 측면) 등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하 혁신에 대한 기존의 인식과 대비되는 새로운 흐름을 제기하고, 이를 받아들여야 할 필요성에 대해 다양한 사례 분석을 통해 설명한다.

‘기술 혁신을 통한 발명’ 보다는 ‘모방과 재조합적 혁신’

전통적으로 혁신은 창안적 혁신(Innovation as Invention) 관점에서 유무형을 막론하고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며, 미래를 찾는 것으로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하며, 독창적인 답을 찾기 위해 ‘Think Outside of box’ 방식의 접근을 요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모방과 혁신은 양립할 수 없으며 모방은 혁신의 장애물처럼 여겨지는 경향도 있었다. 즉 모방이나 추종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은 차별적인 제품·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없으며, 이에 따라 시장을 선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 수많은 산업, 사업, 기술·제품들이 새롭게 창조되고 쇠퇴·소멸되는 현상이 반복되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기존에 없는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는 일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지고 있다. 더구나 창안적 혁신의 경우 추진과정에서 엄청난 투자 비용과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해당 산업 분야의 내외부 세계에서 이미 검증된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져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재조합적 혁신(Innovation as Recombination)이 보다 효과적인 혁신 방안으로 대두되었다(‘How Breakthroughs Happen’, Andrew Hargadon, 2003). 재조합적 혁신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디에, 어떤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있는지를 감지할 수 있는 폭넓은 조사 및 검색망, 포착된 기존 기술이나 아이디어의 본질을 이해하는 역량, 자신이 속한 고객·시장의 요구에 맞게 적절히 커스터마이징(맞춤화)하는 능력 등 일종의 ‘혁신적 모방’ 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모방은 혁신의 장애물이 아니라 혁신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접점이 존재한다. 오히려 혁신을 완성시키고 의미 있는 시장을 창출하는 것은 모방에 의해서이다. 혁신과 모방 기업 모두, 기업 내외부에서 생성되는 새로운 정보·지식을 빠르게 포착·평가하는 한편, 다양한 사업 모델들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그 중에서 가장 유망하고 차별적인 대안 모델, 그리고 그 변형 및 조합 모델 등을 선택하고 분류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기업이든 모든 사업 분야에서 창안적 혁신을 지속할 수는 없다. 즉 몇 가
지 핵심적 사안에 창안적 역량을 집중하고, 모방 역량을 바탕으로 한 재조합적 혁신을 동시에 진행할 경우 효과적이며 지속적인 혁신을 이루어 나갈 수 있다(‘Copycat’, Oded Shenkar, 2010). 여기서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모방과 재조합을 활용해 진정한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의 여부는 그 대상과 가치 제공 방법을 어떻게 차별화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모방과 재조합의 대상을 먼곳에서

먼저 모방과 재조합의 대상을 차별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모방의 대상을 자사가 속한 동종 산업, 같은 제품 범주, 같은 지역 환경 또는 선진 지역, 최신 트렌드 속에서만 집중적으로 찾아 왔으며, 자사가 속한 산업 내에서 평판 있고, 성공한 기업이나 혁신적인 제품·서비스를 중심으로 모색해 왔다. 그러나 이는 유사 사업 내 수많은 기업들의 벤치마킹 또는 모방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를 모방할 경우 혁신으로 연결시키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혁신적 모방, 재조합적 혁신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가까이가 아닌 보다 먼 곳에서 그 대상을 찾아야 한다.

멀리 떨어진 시간 및 지역, 멀리 떨어진 타 산업 분야 사례, 과거 실패한 사례, 소규모 기업 등이 그 대상이 된다. 최근 호텔이 항공사의 고객 충성 프로그램을, 은행이 제조업의 플랫폼 표준화 모델을, 스낵 회사인 프리토레이가 자사의 유통 사업에 페텍스의 물류 기술을 모방·활용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연유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과거에 실패한 제품·서비스라고 해서 이를 외면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즉 비슷한 컨셉의 제품일지라도 출시 타이밍에 따라 기존 제품의 성숙도, 인프라 여건 등이 달라져 그 성공 여부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애플의 아이패드를 필두로 한 테블릿PC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사실 테블릿PC는 90년대말 ‘웹패드’라는 명칭으로 사이릭스, 후지츠, 큐빅 등의 기업들이 선 보인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2000년대 초반 기존 ‘웹패드’ 컨셉에 씬 클라이언트(Thin Client) 기술을 접목한 ‘Mira’라는 명칭의 ‘휴대용 스마트디스플레이’를 내세워 e-home 전략을 추진한 바 있다. 홈 서버와 무선으로 연결된 ‘Mira’를 들고 가정 내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 검색, 음악감상, e-book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개념이었다.

이러한 과거 ‘웹패드’ 제품들은 그 시장 형성에 실패했었는데, 그 실패 이유로는 배터리 성능이나 디스플레이 화질의 미흡, 터치 인식 민감도 미약 등의 기술적 불완전성, 불완전한 네트워크 인프라와 이용 가능한 컨텐츠·애플리케이션의 한계 등을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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