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오르는데, 예금금리는 떨어져
대출금리 오르는데, 예금금리는 떨어져
  • 이성재 기자
  • 승인 2011.09.14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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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ㆍ예금자 `비명'‥은행은 최대 이자마진에 `함박웃음'
대출금리를 일제히 올린 은행들이 이제는 예금금리를 내리고 있다.

신규 대출금리가 대폭 오른 데 이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급등으로 기존 대출자들의 이자 고통 또한 커지고 있다.

반면 은행들은 시장금리와 반대로 가는 CD금리의 고공행진을 은근히 부추기는 실정이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인 이자마진이 주 수익원인 은행들은 사상 최대 이익을 바라보고 있지만, 대출금리 급등에 이자수익 감소가 더해진 서민들의 얼굴은 어둡기만 하다.

대출자는 CD금리 급등에 `악' 소리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CD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따라서 오르는 CD금리 연동대출은 전체 가계대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이 나오기 전까지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CD금리 연동형이다.

그런데 이 CD금리가 올해 들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신한은행의 CD금리 연동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지난해 말 연 4.4~5.8%였다. 최근 이 금리는 5.2~6.6% 수준까지 올랐다. 무려 0.8%포인트 가량 오른 것. 다른 은행 CD금리 연동 대출의 오름폭도 이와 비슷하다.

집을 사기 위해 1억원을 빌린 사람은 대출금리가 0.8%포인트 오르면 연 이자부담이 80만원 늘어난다. 2억원을 빌린 사람이라면 무려 160만원 늘어난다.

회사원 김모(37)씨는 "오랜만에 통장 정리를 하다보니 주택대출 월이자가 지난해보다 10만원 가까이 늘어 깜짝 놀랐다"면서 "은행에 알아보니 CD금리가 많이 올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모(38)씨도 "작년 초 1억5천만원 가량 대출을 받았는데 5.3%였던 대출금리가 지금은 6.1%로 뛰었다"며 "계산해 보니 연이자가 120만원 가량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기존 대출자가 CD금리 급등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신규 대출자는 은행들의 의도적인 대출금리 인상에 신음하고 있다.

시중은행 창구 직원은 "신규 대출을 줄이다 보니 대출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며 "연 4%대 대출이 가능했던 우량고객이라도 지금은 연 5%대 초반보다 더 낮은 금리는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신규 대출자들이 많이 받는 코픽스 연동 대출의 금리를 높여 이자수익을 키울 수 있다. 나아가 코픽스 연동형과 CD 연동형의 대출금리 격차를 줄여 대출자들이 중도상환수수료를 무릅쓰고 금리가 싼 코픽스 연동형으로 갈아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꿩 먹고 알 먹는' 셈이다.

예금자는 금리 낮아져 `울상'

신규 대출금리가 연 5%대로 훌쩍 뛰어오른 반면 연 5%대 예금금리는 자취를 감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전체 정기예금 중 연 5%대 예금의 비중은 1.2%에 달했지만 7월에는 0.1%로 뚝 떨어졌다.

정기예금 금리 인하는 지난달 더 가속화됐다.

연합인포맥스 집계에 따르면 국민, 기업, 산업, 신한, 외환, 우리, 하나, 씨티, SC제일은행 등 9개 은행의 정기예금(12개월) 평균금리는 지난달 초 연 4.19%에서 이달 초 4.05%로 떨어져 연 4%선이 위협받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대형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를 조사한 결과 지난달 예금금리가 전반적으로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각 은행들은 대표 상품의 예금금리를 속속 낮추고 있다.

우리은행은 7월말 연 4%에 달했던 `키위정기예금'의 금리를 현재 3.7%로 낮췄다. 신한은행은 `월복리 정기예금'의 금리를 4.25%에서 4.0%로 떨어뜨렸다.

외환은행의 6개월 만기 `YES큰기쁨 정기예금'의 금리도 연 3.75%까지 떨어졌고, 국민은행의 `국민수퍼정기예금'도 금리가 인하됐다.

곽모(35.여)씨는 "저축은행도 위험하다고 하니 시중은행에 돈을 맡기는 수밖에 없는데, 물가상승률에도 훨씬 못 미치는 예금금리를 더 떨어뜨린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3%에 달해 2008년 8월(5.6%) 이후 3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은행은 최대 이자마진에 `함박웃음'

문제는 은행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신규 대출금리를 올린 것은 물론 CD금리의 고공행진마저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석달째 금리를 동결하자 시장금리는 뚝뚝 떨어지고 있다. 시장금리의 대표격인 국고채 3년물은 7월말 연 3.85%에서 지금은 3.36%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CD금리는 이 기간 고작 0.01%포인트 떨어졌다. 몰려드는 예금으로 자금이 풍부해진 은행들이 CD 거래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영증권 홍정혜 연구위원은 "은행들로서는 가만 있으면 높은 수준의 CD금리가 그대로 유지될 텐데 거래를 굳이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조남희 사무총장은 "CD금리 연동 대출이 시장금리를 따라간다고 믿은 대출자들만 바보로 만든 격"이라며 "예금금리는 시장금리를 따라 떨어뜨리면서 대출금리는 고금리를 유지시킬 수 있으니 (은행들로선)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 장사"라고 말했다.

수신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는 2006년 이후 2%대에서 맴돌았는데 올해 들어서는 3%포인트를 넘어섰다.

더욱이 최근 대출금리는 오르고 예금금리는 떨어져 그 차이는 더 커질 전망이다.

올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들이 남몰래 `함박웃음'을 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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