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1년 평가와 향후 정책과제
금융위기 1년 평가와 향후 정책과제
  • 김인준 칼럼 (서울대 경제학교수)
  • 승인 2009.09.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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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경제는 아직 어두운 터널 속에 빠져 있지만 올 해 2/4 분기 들어와 터널 끝이 보인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는 1930년대와 같은 대공황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때와 달리 금융정책, 재정정책, 구조조정 정책 등 여러 가지 정책 수단이 개발되었고 글로벌 차원의 정책 공조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 제공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못지않은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우리 경제 현안들이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부 충격과 뒤엉키면서 경제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의 경제 현안으로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여부, 단기 외채의 급등, 국제수지의 악화와 환율 급등, 주가 폭락과 한국미국의 주가 동조화, 부동산 시장의 거품, 그리고 세계 경기 악화로 인한 급격한 수출 감소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들어 우리 경제가 2009년 2/4분기에 바닥을 쳤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imf도 올 해 우리 경제상장률을 -4%에서 -1.8%로 상향 조정하였고 정부 또한 -1.5%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또한 주가가 2009년 8월 들어 1600선 가까이 올랐으며 경상수지도 6개월 연속 흑자를 보이고 강남 3구에서 부동산 경기도 꿈틀대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올 들어 전 분기에 비해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정부가 그 동안 택한 팽창 금융과 재정 정책 그리고 고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그렇지만 전년 동기에 비해서 설비투자와 수출은 아직도 두 자리 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우리는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고 금융과 산업의 구조조정을 과감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구조조정과 경기부양 간에는 이해가 상충(conflict of interest)되는 것이 사실이다.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실업 증가가 불가피하고 그에 따른 민간 소비도 악화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경기가 급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경기 급락세가 더 이상 계속될 것 같지 않은 시점이 구조조정의 호기다. 만약 우리가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경쟁력 없는 기업을 계속 끌고 가게 됨으로써 경제를 정상적 궤도에 올리는데 그 만큼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게 될 것이다.

물론 금리를 낮추고 통화 공급을 늘림에 따라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뒤따르고 세금을 감면하고 재정 지출을 늘림에 따라 재정적자와 정부 부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그에 따른 부작용이 클 것이다.

그러나 소비, 투자,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상황에서 정부가 통화를 환수하고 재정지출을 억제하는 때 이른 출구전략을 쓰면 우리 경제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통화환수와 재정적자를 줄이는 출구 전략은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시점에 맞추어 세워야 할 것이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면서 우리 경제는 어떠한 형태로든지 구조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1997년 외환금융위기 당시 우리 경제는 무엇보다도 수출에 힘입어 필요한 외환을 확보하고 안정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경제가 침체되어 있고 글로벌 불균형도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것은 앞으로 수출보다 내수 진작이 우리 경제 회복의 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내수 진작과 관련 우리는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여 우리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다른 oecd 국가들의 경우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이 제조업의 90% 수준에 이르는 반면 우리는 아직도 2/3 수준이다.

우리는 의료, 금융, 교육, 물류 등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을 높여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지금 동아시아 지역은 어느 곳보다도 역동적인 경제 지역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 지역 경제의 역동성을 최대한도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경기회복 과정에서 우리경제가 가진 문제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997년의 외환금융위기와 이번의 글로벌금융위기로 소득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었다. 부동산 시장 투기로 인해 부(wealth)의 분배가 악화된다면 그만큼 사회불안 요인이 되면서 경제 회복을 더디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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