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미디어 산업이 살려면 콘텐츠 유통의 변화 필요하다’
‘차세대 미디어 산업이 살려면 콘텐츠 유통의 변화 필요하다’
  • 서기만 연구위원
  • 승인 2012.04.17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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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유료 방송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던 넷플릭스가 가입자 이탈과 주가 하락이라는 위기를 맞았다. 최근 들어 다소 반등에 성공하는 모습이지만, 영업 손실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넷플릭스 위기론은 현재 진행형이다. 넷플릭스의 영업 손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바로 콘텐츠 소싱 비용이다.

콘텐츠 소싱 비용이 미디어 사업자에 영향을 미쳤던 사례는 넷플릭스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IPTV 사업자들도 과거에 유사한 경험을 했었다. 현재 대표적인 IPTV 사업자로 꼽히는 프랑스 텔레콤과 PCCW 등은 모두 콘텐츠 소싱 비용의 거품을 빼는 방법으로 수익성을 달성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콘텐츠 소싱 방법이 미래에도 계속된다면 스마트 TV나 N스크린을 비롯하여 향후 등장하게 될 모든 뉴미디어 서비스들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산업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현재의 판권 모델은 나름의 장점도 있지만 콘텐츠의 가격을 높여 미디어 사업자의 수익성을 훼손하거나, 소비자가 내야할 요금을 높일 수도 있다. 또한 프리미엄 콘텐츠를 소유하지 못한 콘텐츠 사업자의 설자리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소비자 선택권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면 시장 구조의 판권 모델을 탈피하여 양면 시장형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는 것을 대안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넷플릭스라는 사업자가 소위 OTT(Over-The-Top) 방송서비스라 불리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유료 방송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아직 북미를 비롯한 영어권 시장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는 사업자인만큼 우리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이름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국내 방송 및 통신 업계의 많은 관계자들이 오래 전부터 넷플릭스를 주목해왔다. OTT 방송서비스라는 영역을 새롭게 개척한 넷플릭스의 사업모델과 성공요인이 국내에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일 것이다.

넷플릭스는 상당히 성공한 사업자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작년 7월 이후 4개월간 주가가 1/5 수준으로 급락하고 가입자가 80만 명이 이탈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미래가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으며 우리나라에서 전적으로 추종되어야 할 모델인지도 의문이다.

과거의 성장세보다는 오히려 넷플릭스가 현재 직면한 위기야말로 국내에 큰 의미를 던져줄 수 있다. 특히 스마트TV, N스크린 등의 새로운 미디어 사업에서 강자가 되고 싶어하는 국내 업계에 넷플릭스의 현재 상황은 큰 시사점을 제공한다.

경영 환경 악화에 직면한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원래 우편을 통해 DVD를 대여해주는 사업자였다. 이후 초고속 인터넷의 등장에 맞춰 온라인을 통한 VOD(Video On Demand) 사업을 병행하기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온라인 사업의 성장세가 가팔랐다.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2009년 1,229만 명에서 2년 만에 2배로 성장하여 2011년 말 기준으로 2,439만 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승승장구에 따라 주가 역시 급등했다.

하지만 지난 7월 넷플릭스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요금 인상과 우편 DVD 대여 서비스 사업의 분리를 선언하면서부터 위기론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증폭되기 시작했으며, 가입자 이탈과 주가 하락이 이어졌다. 넷플릭스측은 우편 DVD 대여 서비스 사업 분리 계획을 취소했지만, 악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11년 3/4분기에만 80만 명이 서비스를 해지했으며, 주가는 304.79달러에서 4개월 만에 62.37달러로 급락하기도 했다.

4/4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이러한 가입자 이탈과 주가 급락 현상은 일단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업계의 많은 전문가들은 넷플릭스에 대해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왜냐하면 영업이익이 두 분기 연속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업손실의 원인으로는 OTT 서비스 경쟁 과열과 이에 따른 콘텐츠 소싱 비용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의 콘텐츠 소싱 비용 증가는 매우 가파르다. 넷플릭스는 DVD 구매 비용을 제외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방영권에만 2011년에 9억 달러를 넘게 투자했으며, 올해는 이 금액이 2배 가량 증가하여 18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2012년 넷플릭스 전체 예상 매출인 37억 달러의 약 50%에 이르는 적지 않은 액수이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 증가를 해소할 만큼의 요금 인상이 쉽지 않기 때문에 영업이익 감소 현상을 당분간 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넷플렉스의 이러한 콘텐츠 투자에도 불구하고 몇몇 콘텐츠 사업자들이 요구하는 방영권 가격을 맞추기 힘들어 재계약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소니픽처스와 월트 디즈니의 온라인 및 유료 방송에 대한 권리를 소유하고 있는 스타즈(Starz)는 더 이상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재계약 거부 의사를 통보했다. 양사는 2008년에 4년간 매년 3천만 달러를 지급하는 계약을 맺었으나, 스타즈측이 2012년부터 매년 3억 달러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콘텐츠 사업자들이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하고 나설 게 분명하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의 성공에 힘입어 아마존, 버라이즌 등의 사업자들도 OTT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해 콘텐츠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차별화를 위한 시도로 사업자들은 자체 콘텐츠 제작에도 나서고 있어 콘텐츠 소싱 단가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아직까지 콘텐츠 확보에 있어서는 다른 사업자들보다 앞서 있다고는 하지만, 넷플릭스 역시 재원 마련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일부 주요 콘텐츠를 소싱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IPTV의 경험

그런데 넷플릭스의 이러한 상황은 결코 낯설지가 않다. 일종의 데자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인데, 그 대상은 바로 IPTV이다.

국내의 경우 IPTV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통신사업자들은 가입자 현황과 매출 등은 공개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IPTV가 기존 초고속 인터넷 망을 이용하고 결합상품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수익을 정확히 구분하기 힘들다는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아직까지 충분한 수익을 내고 있지 못해 공개를 꺼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당초 유료 방송 시장을 한단계 도약시킬 수 있다는 장밋빛으로 포장되었던 IPTV가 그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중요한 것 하나는 바로 콘텐츠 소싱 비용이다. IPTV 사업자들은 이미 유료 방송 보급률이 상당 수준에 올라 있었던 국내 시장에 뒤늦게 뛰어 들었다. 후발 주자이다 보니 케이블 사업자들과 위성 방송사업자에 비해 콘텐츠 소싱 관련 협상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결국 IPTV 사업자들의 수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됐다.

그렇다면 해외 IPTV 사업자들은 어떨까. 글로벌 사업자들 역시 국내 IPTV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대표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과 AT&T는 IPTV 사업의 확장보다는 기존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수익성 강화에 초점맞추는 전략으로 선회했으며, 영국의 BT는 독자 노선보다는 BBC와 ITV와 같은 방송사업자들과의 제휴 모델에 치중하고 있다. 몇몇 IPTV 사업자들은 탄탄한 수익을 자랑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과거에도 수익성 문제, 특히 콘텐츠 비용 증가로 인해 고전한 경험이 있으며 콘텐츠 소싱에서의 거품을 과감히 빼고서야 비로소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콘텐츠 관련 채널을 매각 중인 프랑스 텔레콤

IPTV 대표 사업자 가운데 하나는 프랑스 텔레콤(이하 FT)이다. FT는 IPTV 사업 개시 시점과 맞물려 콘텐츠 부분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특히 독점적 콘텐츠 제공이 사업 성공의 핵심이라고 생각하여 이에 집중 투자했다. FT는 할리우드 대표 영화 및 유럽의 주요 축구 중계를 위해 자체 채널까지 개국했다. 심지어는 2006년부터 매년 10~15편의 영화에 직접 투자도 하고 있다. 이러한 독점적 콘텐츠 확보 노력에 힘입어 FT는 2011년 12월 기준으로 약 437만 명의 IPTV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FT 역시 콘텐츠 소싱에 따른 부담을 경험했다. 2009년부터 FT의 내외로부터 콘텐츠 비용 증가가 가파르다는 지적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는데, 당시 IPTV에서는 리딩 기업에 올랐지만 이익 측면에서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0년에 FT는 콘텐츠 사업에서의 부분적인 철수를 공식화하는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에는 콘텐츠 소싱 비용을 파트너와 부담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으며, 구체적인 방법으로 자체 채널인 ‘오렌지 스포츠’와 ‘오렌지 시네마 시리즈’의 지분 매각이 제시됐다. 또한 FT는 지분 양도와 관계 없이 무분별한 콘텐츠 소싱은 가능한 자제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러한 전략 하에 FT는 오렌지 시네마 시리즈의 지분 50%를 경쟁사인 카날 플뤼(Canal Plus)에 매각했으며, 오렌지 스포츠의 경우 구매자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FT는 오렌지 스포츠가 보유하고 있던 프랑스 리그 1의 2012/13년 중계권에 대한 재계약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09년을 기점으로 FT의 콘텐츠 소싱 비용이 서서히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 중계권 포기로 이익이 급증하는 PCCW

FT와 함께 IPTV의 쌍두마차로 거론되는 사업자로 홍콩의 PCCW가 있다. PCCW가 IPTV 사업을 개시할 당시 홍콩의 유료 방송 시장은 케이블 사업자인 아이케이블(i-Cable)이 독점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었다. FT와 마찬가지로 경쟁사를 압도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부분에서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전략하에 PCCW는 독점적 콘텐츠 확보에 주력했다. 이에 따라 PCCW는 수년 만에 아이케이블과 대등한 위치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FT와 마찬가지로 2009년부터 PCCW의 독점 콘텐츠 전략으로 인한 효과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PCCW의 IPTV 사업 부문 EBITDA(영업이익에 순금융 비용과 감가상각비 포함)를 살펴보면 2009년까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이는 가입자 증가로 인해 콘텐츠 비용 부담이 상쇄되는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유료 방송 시장이 확대되어 가고 있는 추세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 유료 방송 시장이 포화단계에 접어든다면 수익 악화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를 감지한 PCCW는 독점 콘텐츠 소싱 전략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콘텐츠 가격의 거품을 본격적으로 제거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Barclays Premier League, 이하 BPL) 중계권의 포기이다. BPL 중계권을 놓고 아이케이블과 입찰 경쟁이 붙었지만, PCCW는 무리한 투자 대신 효율적인 투자를 선택했다. 당시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BPL 계약 불발은 더 많은 대체 콘텐츠 소싱과 비용 절감의 두 가지 효과를 PCCW에 안겨 주었다. 이후 2009년부터 EBITDA가 급격히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만약 당시 무리한 금액을 투자했다면 현재와 같은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과열 경쟁 양상을 보였던 싱가포르 유료 방송 시장

싱가포르의 스타허브(Starhub)는 오래 전부터 케이블을 통한 유료방송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런데 1위 통신사업자인 싱텔(Singtel)이 IPTV를 통해 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양사간의 콘텐츠 확보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특히 이들 사업자들은 유럽의 축구 콘텐츠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BPL 중계권 경쟁이다. 홍콩에서 PCCW와 아이케이블이 BPL 중계권 경쟁을 펼쳤다면, 싱가포르에서는 스타허브와 싱텔이 이를 확보하기 위해 접전을 벌였다. 결국 BPL 중계권은 3년간 총 3억5,000만 싱가포르 달러를 제시한 싱텔의 손에 넘어갔으며, 스타허브는 대체 콘텐츠를 확보해야만 했다. BPL 중계권 확보 실패로 인해 최근 스타허브의 TV사업 부문 매출은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콘텐츠 비용 절감이라는 효과도 거두었다. 특히 가입자가 이탈되지 않았기에 더욱 고무적이었다. 반면 싱텔의 경우 IPTV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BPL에 대한 과도한 비용 지불로 인해 스타허브 대비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미디어 사업과 관련한 불편한 진실

지금까지 넷플릭스와 IPTV 사업자의 수익성에 콘텐츠가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가 비단 OTT 서비스와 IPTV 서비스에만 발생하는 특수한 상황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IPTV에서 발생한 문제였고, 현재 OTT 서비스가 동일한 상황을 겪고 있다면, 향후에는 스마트TV와 N스크린 서비스, 혹은 미래에 등장하게 될 새로운 미디어 사업 역시도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현상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와 뉴미디어 산업간의 근본적인 문제점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콘텐츠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왜곡이 문제의 근본 원인

뉴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사업자가 늘어나면서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콘텐츠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은 과연 뉴미디어에 의한 콘텐츠 수요가 진정한 수요라고 볼 수 있는가이다.

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이 된다. 그렇다면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누가 하는 것일까. 답은 미디어 사업자가 아니라 최종 소비자들이다. 소비자의 여가 시간 증가로 인해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는 있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그런데 뉴미디어 시장은 과열되는 양상이다. 특히 뉴미디어가 기존의 미디어들과 다른 소비자 가치를 제공한다면 모르겠지만, 단지 기술 방식이 다를 뿐 본질적으로 기존 미디어와 동질적이기 때문에 이들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콘텐츠 제공업체들의 공급과 최종 소비자에 의한 수요로 콘텐츠 가격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중간에 있는 미디어 사업자들의 경쟁 논리에 의해 콘텐츠 가격이 결정되고 있다. 최종 소비자의 수요는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올라간 콘텐츠의 가격을 보상받을 만큼의 요금 책정도 쉽지 않다. 정리하자면 소위 판권이라고 불리는 방영권과 중계권을 거래하는 시장이 존재하게 되면서 최종소비자의 수요와 콘텐츠 사업자의 공급 사이에서 시장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판권 중심의 시장 구조로 인한 부정적 영향

물론 판권 중심의 비즈니스도 나름의 장점은 있다. 콘텐츠 사업자 입장에서는 투자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 될 수도 있으며, 미디어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가 없을 때에는 거래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가능하다. 또한 브랜드나 지적재산권 보호 측면에서도 판권 비즈니스를 유지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판권 거래 시장이 존재함으로써 시장이 왜곡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콘텐츠 소싱 비용의 상승은 여러 가지 부정적인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미디어 사업자 측면

먼저 뉴미디어 사업자 입장에서 콘텐츠 비용 상승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수익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지금까지 미디어 사업자들에게 프리미엄 콘텐츠의 독점적 제공은 막대한 투자를 보상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인식되어 왔다. 늘어나는 콘텐츠 소싱 비용을 가입자 증가로 만회할 수 있다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이는 결코 지속 가능하기 힘들다. 해외의 IPTV 시장이 그랬고, 넷플릭스가 그랬다.

특히 미디어 사업자간의 콘텐츠 투자 경쟁은 일종의 치킨 게임처럼 진행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M&A에서 승자의 저주와 비슷한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했던 싱가포르 유료 방송 시장에서의 BPL 중계권 확보 경쟁이 그러했다.

만약 콘텐츠 가격이 급등한다면 뉴미디어 사업자들은 재원 부족으로 인해 새로운 가치 발굴을 등한시할 수도 있다. 즉 확보된 콘텐츠에 대해 소위 ‘뽑아 먹을때까지 최대한 뽑아 먹자’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특히 통신사업자들의 경우 네트워크 투자 등의 핵심 사업에 소홀해지면서 본원적 경쟁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 프랑스의 FT의 경우 지난 2010년에 콘텐츠 부분의 투자 축소 전략을 발표하면서 투자 절감 부분을 FTTH와 LTE 등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 구축비로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콘텐츠 비용 증가로 인한 통신사업 약화를 미연에 방지한 움직임인 것이다.

콘텐츠 사업자 측면

미디어 사업자간의 콘텐츠 확보 경쟁 과열로 인해 콘텐츠 비용이 상승한다면 언뜻 보기에 콘텐츠 사업자들의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사업자들이 소위 ‘웃돈’을 더 주고서라도 확보하기를 원하는 프리미엄 콘텐츠를 보유한 사업자라면 그럴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 사업자의 재원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소위 프리미엄 콘텐츠를 소유하지 못한 업체들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이들이 미디어 사업자들과의 판권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 자체가 힘들어 지거나, 아니면 헐값으로 자신들의 콘텐츠가 거래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또한 프리미엄 콘텐츠를 제공한 사업자들도 장기적으로는 마냥 즐거워할 수는 없다. 콘텐츠를 확보한 미디어 사업자가 높은 가격에 소비자에게 제공하려 한다면 오히려 소비자들은 이를 외면하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콘텐츠를 습득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식적으로 제공되는 VOD를 거부하고 불법 다운로드를 받는 경우가 여전히 계속될 수 있다. 또 위성방송이나 케이블 방송을 해킹해 몰래 보는 일도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소비자 측면

콘텐츠 소싱 비용의 상승은 소비자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먼저 미디어 사업자들은 콘텐츠 판권료 증가를 소비자들에 대한 요금 인상으로 대응하려고 할 것이다. 물론 소비자들의 반발, 규제 등으로 인해 비용 증가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요금을 60%까지 인상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또한 콘텐츠 단가의 상승으로 미디어 사업자들이 중소형 콘텐츠를 확보하기 힘들어지게 되면 그만큼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제한을 받게 된다. 미디어 사업자로서는 최대 한도로 콘텐츠에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막상 소비자가 체감할 만큼의 양적 성장은 더디다면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기는 쉽지 않다.

판권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 극복 방안

지금까지 판권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 정착되어 있는 시장에서 야기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알아봤다. 그렇다면 어떠한 대안이 가능할까.

양면시장의 도입 가능성

미디어 시장에서는 콘텐츠 제공업체가 판권을 판매하고, 미디어 사업자가 이를 구매하여 소비자에게 적절한 가격의 상품으로 포장하여 제공하는 일방향 단면(One-Sided) 구조 체계가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스마트TV나 N스크린과 같은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들이 기존의 IPTV나 OTT가 겪은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단면 구조를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로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의 도입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양면시장이란 판매자와 구매자가 플랫폼을 통해 상호작용하면서 가치를 증대시키는 시장을 말한다. 양면 시장을 구축한 대표 사례로는 애플의 앱스토어를 들 수 있다. 콘텐츠 제공업체로부터 이통사를 거쳐 이용자에 이르기까지 기존 통신시장은 단면 시장에 가까웠다. 하지만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을 통해 개발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구조를 만들어 냈다.

스마트TV나 N스크린과 같은 서비스들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모델의 도입을 검토해 봄직하다. 콘텐츠 제공업체의 시장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애플 역시 애플TV라는 OTT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기존의 단면 시장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성과가 미약하다. 소위 ‘iTV’라는 애플이 출시할 것으로 보이는 TV 세트에 사람들이 바라는 것도 바로 이러한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일 것이다.

콘텐츠 사업자의 결단력이 필요

물론 콘텐츠 사업자 입장에서는 현재와 같이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판권 판매를 통해 수익을 거두는 모델이 매우 안정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환경은 변화하고 있다. TV가 스마트폰처럼 바뀌고 있으며, 다양한 단말기를 통해 콘텐츠 제공이 가능하다. 기존의 판권 모델 역시 새로운 환경에 맞게 변화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콘텐츠 사업자들도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때다.

콘텐츠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해도 여기에 콘텐츠를 제공할 때 추가적인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 한계비용이 0에 가까운 것이다. 이럴 경우 투자에 대한 보상이 절실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신규 미디어 사업자들로부터 판권 판매를 통해 고정비를 뽑아낼 필요성이 줄어들게 된다. 오히려 새로운 미디어에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기 위해 지난한 협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미디어가 출현할 때마다, 새로운 사업자가 진입할 때마다 콘텐츠를 우선 공급하여 향후 이용료를 정산 받는 방법이 더욱 효과적일 수도 있다. 특히 N스크린과 같이 다양한 매체로 콘텐츠가 확대되어 가는 환경 속에서 사업자와의 계약 협상이나 법적 공방 등의 시간은 오히려 거래 비용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 1부 리그를 중계하는 에레디비지에 라이브(Eredivisie Live)의 경우 특정 사업자에게 독점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 대신 케이블, IPTV, 위성 등 모든 미디어 사업자들에게 채널을 제공한다. 또한 중계권을 일방적으로 판매하지 않고, 미디어 사업자와 매출을 나눠 갖는 방식을 도입했다.

물론 국내외 많은 콘텐츠 사업자들도 이러한 모델이 향후에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준비도 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해 확신이 없고, 판권 비즈니스 모델을 포기하기에는 이르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뉴미디어 사업자는 콘텐츠 사업자의 도우미 역할을 해야

뉴미디어 사업자들이 판권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콘텐츠 사업자들도 이를 검토·수용하게 될 것이다. 즉 앱스토어처럼 콘텐츠 판매에 따른 일정 수수료만 취하고 대부분의 수익을 콘텐츠 사업자가 가져갈 수 있게 해준다든지, 에레디비지에 라이브와 같은 수익 배분 모델을 도입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새로운 모델이 기존의 판권 모델보다 더 큰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이는 전적으로 뉴미디어 사업자들의 역량에 달려 있다. 즉 콘텐츠 업체들은 자신들의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배급해 주고 활용도를 높이고 부가가치를 높여 줄 수 있는 등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해 주는 뉴미디어 사업자를 선호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N스크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라면 콘텐츠를 다양한 스크린에 맞게 자동으로 포맷을 변환시켜 주어 콘텐츠 사업자들의 노력을 최소화시켜 준다든지, 시청 기록 등을 정확히 카운트해준다든지, 매체나 기기별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협력 모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콘텐츠 사업자들이 수익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다면 비싸게 방영권을 팔려고 노력하기보다 새로운 매체에 자발적으로 뛰어들 수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버라이즌이 도입하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 서비스(Digital Media Service, 이하 DMS) 시스템은 주목할 만하다. DMS는 버라이즌이 3억 7,000만 달러를 투입해 만든 시스템으로, 디지털 미디어 변환, 콘텐츠 관리, 배급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버라이즌은 DMS를 통해 콘텐츠 사업자와 이용자를 직접 연결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까지 DMS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단순하고 간편하게 만들어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성격이 강하지만, 향후에는 이용자들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나 타겟 광고도 가능하게 되어 콘텐츠 사업자들의 수익 기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들의 선택권 높일 수 있는 모델로 가야

현재의 판권 모델의 경우 경쟁자의 비용을 증가시키거나 진입 장벽을 필요 이상으로 높여 시장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측면이 있다. 또한 일부 콘텐츠 사업자만이 초과 이윤을 누리는 구조가 발생할 수 있다. 프리미엄 콘텐츠가 한 두개 미디어 사업자에게만 제공될 경우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받을 수 있다. 양면 시장 모델의 경우 이러한 문제점을 바로잡는 데에 도움이 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사후적으로 특정 사업자의 플랫폼을 콘텐츠 사업자들이 선호한다면 그쪽으로 쏠림현상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소비자들의 선택에 의한 것이지 사업자들의 인위적인 쏠림 현상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물론 양면 시장형 모델이 성공을 보장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현재의 판권 모델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측면에서 시도해 볼 만 하다. 물론 양면시장형 플랫폼 모델이 유일한 해결책도 아닐 것이기 때문에 뉴미디어 사업자들은 기존의 비즈니스와는 차별된 모델을 끊임없이 발굴해야 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서기만 연구위원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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