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덩어리"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출 과정
"부실덩어리"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출 과정
  • 신영수 기자
  • 승인 2012.05.03 1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 투표 과정에서는 대리투표가 자행됐고, 현장투표에서는 당원이 아닌 사람이 투표에 참여한 `유령 투표'의 흔적이 발견됐다.

통합진보당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책임을 지겠다는 방침이지만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부정 경선 어떻게 이뤄졌나 =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출 경선은 온라인 투표와 현장 투표로 나뉘어 진행됐다.

온라인 투표의 경우 선거 관리 업체가 시스템을 수정하기 위해 4차례에 걸쳐 (투표 결과를 알 수 있는) 소스코드를 열어본 사실이 확인됐다. 온라인 투표에서 프로그램 수정은 투표함을 여는 행위와 같다.

여기에 기표오류를 수반한 결함도 발생해 투표를 중단하고 투표데이터를 수정하기도 했고, 동일한 IP에서 여러 명이 투표를 한 사실도 드러나 대리투표 등의 부정 의혹도 불거졌다.

또 온라인 투표에 필수적인 `형성관리 프로그램'을 깔지 않아 조직적인 조작이 이뤄졌는지에 대해 알 길이 없어졌다. 형성관리 프로그램은 소스코드를 열어볼 경우 어떤 작업을 했는지 기록을 남기는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투표 관리 능력이 없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하고, 선거관리위원이 아닌 사무총국 직원의 임의적 판단과 지시에 따라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수정한 사실도 확인했다.
현장투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사위는 전체 200여개의 투표소 가운데 3분의 1 가량의 투표소를 조사했는데, 다양한 형태의 부정선거 흔적을 발견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투표마감 시간 이후에 당원이 아니거나 선거인 명부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이 현장투표에 참여한 사실을 확인했다.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은 "당원관리 부실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관리 능력 부재로 총체적 부실ㆍ부정선거가 진행됐다"며 "이번 선거가 정당성과 신뢰성을 잃었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하며, 책임소재가 분명한 사안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정상적인 선거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거를 강행한 중앙선관위와 사무총국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고, 지역선관위와 선거사무원, 그리고 이를 묵인 방조 또는 방치한 단위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권파ㆍ비당권파 피튀기는 싸움 예고 =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진상조사 결과를 놓고 정면으로 맞붙는 양상이다.

당권파인 민주노동당 출신의 이정희 대표와 비당권파인 국민참여당 출신의 유시민 대표, 새진보통합연대(진보신당 탈당파) 출신의 심상정 대표 등은 이날 저녁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접점을 찾을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우선 당권파는 조사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진상조사가 자의적으로 진행됐고 조사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가 노출됐으며, 조사결과에 대한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날 발표에 대해 당권파를 고립시키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당권파인 이의엽 정책위의장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진상조사위가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객관성이나 공정성 자체에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참여당을 중심으로 하는 비당권파는 부정선거 사실이 확인된 만큼 당권파에서 정치적ㆍ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진보통합연대 진영은 한발 물러서 있는 모양새지만, 당권파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참여당 진영과 손을 잡고 당권파를 협공할 태세다.

◇통합진보당의 미래는 = 핵심은 비례대표 당선자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다.

통합진보당은 총 6명의 비례대표를 당선시켰는데, 여성몫인 1번(윤금순 전 민노당 최고위원)과, 남성몫인 2번(이석기 전 민중의 소리 이사)은 일반 경선을 통해, 3번(김재연 전 한국대학생연합 집행위원장)은 청년 비례 경선을 통해 선정했다. 경선 부정 의혹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는 말이다.

이 가운데 2ㆍ3번은 당권파다. 4∼6번은 영입 인사들이어서 이번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이 없다.

결국 당권파는 2ㆍ3번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며 비당권파는 이들을 낙마시키고 이번 경선과 무관한 후순위 비례대표 후보들을 비례대표로 당선시켜야 한다고 맞설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대립은 다음 달 3일 열리는 지도부 선출대회에서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당내 최대 계파인 당권파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비당권파에서는 민노당 진영이 다시 당권을 잡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대대적인 반격을 벼르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당권을 잡는 진영이 본 게임인 대선후보 선출 경선에서 앞서나갈 수 밖에 없어 당권파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양측이 끝까지 수습방안을 찾지 못할 경우 지난해 12월 진보대통합에 성공한 이후 불과 5개월만에 당이 공중분해되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86-12 금성빌딩 2층
  • 대표전화 : 02-333-0807
  • 팩스 : 02-333-0817
  • 법인명 : (주)파이낸셜신문
  • 제호 : 파이낸셜신문
  • 주간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8228
  • 등록일자 : 2009-4-10
  • 발행일자 : 2009-4-10
  • 간별 : 주간  
  • /  인터넷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825
  • 등록일자 : 2009-03-25
  • 발행일자 : 2009-03-25
  • 간별 : 인터넷신문
  • 발행 · 편집인 : 박광원
  • 편집국장 : 임권택
  • 전략기획마케팅 국장 : 심용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권택
  • Email : news@efnews.co.kr
  • 편집위원 : 신성대
  • 파이낸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셜신문. All rights reserved.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