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의 실행 과제
출구전략의 실행 과제
  • 박원암 칼럼
  • 승인 2009.10.0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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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올해 경제성장이 당초 예상한 -1.5%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종합주가지수가 1,700선을 돌파하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와 인플레 걱정도 커지고 있다. 정부와 통화당국의 과감한 위기대응정책으로 경기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자산시장이 과열되고 물가가 불안해질 염려가 커지면서 지금까지 시행된 통화 및 재정확대 정책으로부터의 출구전략을 실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실 경제안정을 위한 출구전략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의 정책 과제가 되고 있다. 9월 24-25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도 출구전략에 대한 정책 공조가 주요 의제로 등장할 전망인데,

이에 앞서 9월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린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출구전략의 실행이 아직 시기상조이고 g20 국가 간 정책적 공조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이 채택한 정책 내용에 차이가 있으므로 출구전략의 내용도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심각한 경제 침체 후 빠른 회복이라는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으므로 국가 간 정책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향후 세계경제 전망과 관련해서는 위기 이전 잠재성장으로 빠르게 회복하는 v자형, 서서히 회복하는 u자형, 다시 경기침체를 겪는 w자형 시나리오가 모두 제시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세계경제 회복을 낙관하고 섣불리 v자형 시나리오에 입각한 출구전략을 수립하기 보다는 w자형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출구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리 경제는 지난 2분기 중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2.3% 성장했다. 이렇게 경제회복 속도가 빨라지자 경제전망기관들은 올해 경제전망을 상향조정하였으며, 내년에는 위기 이전 잠재성장률 연 4%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은 v자형 경기회복으로 자산가격 및 물가가 불안해질 가능성도 높아졌으므로 출구전략을 수립할 필요성도 커졌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v자형 경기회복이 대외 경제여건의 급속한 개선에 기인한 것임을 인식하고 다른 나라와의 정책 공조를 통한 출구전략을 실행함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출구전략을 실행하면서, 다른 나라는 경기확대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출구전략의 실행이 어려워지는 것은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는 가운데 다시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는 w자형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더블 딥의 근거로는 우선 이미 시행된 재정정책의 효과가 약화되는 가운데 각국이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대규모 재정확대정책을 펼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는 재정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어려울 때 투자, 소비 등 민간수요가 살아나야 하는데, 현재 민간수요 증대는 재고소진에 따른 재고투자 증대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므로 재고가 늘어나면서 다시 더블 딥 국면에 빠질 것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과잉 유동성으로 발생한 위기를 유동성 공급으로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금융혁신 등을 통하여 극복해야 하는데 이와 같은 구조조정이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기 어려우므로 다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점이다.

내년 중 v자형 경제 회복을 전망하는 가운데 w자형 이중 침체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면 출구전략의 실행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올해와 같이 재정을 대규모로 확대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인식하여 재정확대를 제한해야 할 것이므로, 통화정책에의 의존도를 높여야 한다. 한편 우리나라는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으로 고용 안정을 도모하면서 물가 안정을 위해 출구전략의 시점을 결정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위기로 부실해진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고용을 안정시키지 않는 한 경제안정을 담보하기 어려우므로 통화 및 재정 확대 정책으로부터의 출구전략뿐만 아니라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위기대응을 위해 확대된 통화 및 재정정책을 수속하면서 미시경제적 구조조정정책으로 시장의 신뢰를 쌓아야 비로소 고용과 물가 안정을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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