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집중 등 금융권 후진관행 여전
권력 집중 등 금융권 후진관행 여전
  • 임혜현 기자
  • 승인 2009.05.12 08: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첨단 경영이론도 친정체제 봉사합리화 도구로 변질?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국내 금융기관이 체질 개선 요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파도 속에서도 1인자 중심의 권력 집중 현상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국 제도를 옮겨 심어도 묘하게 1인자의 권한 집중에 봉사하는 기현상도 빚어진다. 더욱이 ceo와 특수한 인연이 있는 인사가 후임으로 바톤터치를 하는 경우, 전임자에 대한 견제나 경쟁력 강화에서 회사가 손해를 보기도 한다.

◆우리금융 친정 강화·하나금융 매트릭스 제도 변질

우리금융은 지난 연말에 부행장급을 대거 교체하는 등 인사 물갈이를 단행했다. 여기에 '자회사 최고경영자 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고, 계열사 인사권을 넘겨받는 문제도 추진했다.

금년 들어서도 친정 체제 강화로 읽힐 만한 인사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8일 황성호 신임 우리투자증권 사장 내정에 대해서도 해석이 무성하다. 모회사인 우리금융지주가 지난달 말 임원 인사를 하면서 이팔성 회장의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의 연장이라는 시각인 셈이다. 이 회장과 황 신임시장은 연세대 출신이 강세를 보이는 금융계에서 얼마 안 되는 고대 인맥이라는 인연이 두드러져 이번 인선이 친정체제 강화의 '화룡점정'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사진=을지로 하나금융 본사>
하나금융 역시 김승유 체제가 굳건하다. 매트릭스 체제가 도입돼 있지만, 원산지인 서구의 합리성과는 달리 카리스마가 강한 1인자가 버티는 상황에서 오히려 이 체제는 2인자 그룹간 견제와 분산을 통한 김승유 체제 강화 효과를 주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 해 개인금융·기업금융·자산관리 등 매트릭스 체제로 조직을 개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조직개편 전 하나금융의 2인자로 전명에 두드러졌던 윤교중 전 부회장 대신 여러 간부들이 역할을 나눠 맡게 됐다. 그러나 하나금융의 '실험'은 시행 1년 만에 기업금융 부문을 맡은 윤 전 부회장이 물러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특히 당초 기대한 계열사간 시너지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매트릭스 조직 효과가 몇 년 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희생양 찾기 과정에 간부진이 교체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 부문간 견제와 업무 중심 체제로 참모진의 발언권이 약해지는 대신, 책임은 이전과 같이 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을 낳는 대목이다. 첨단 경영기법 중 하나인 매트릭스 기법이 뚜렷한 2인자 없이 보스 체제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현대차그룹과 유사하게 흘러가는 기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임 행장이 키운 신임 행장들, 능력 등 의문 제기

신임 신한은행장으로 등장한 이백순 행장의 경우 현재 지주회장인 라응찬 회장이 은행장이던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인연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엘리트 코스인 일본 근무를 거치면서 처음 라 회장과 인연을 맺은 이 행장의 코스가 발탁성 인사라는 해석을 낳은 것. 이에 대해 발탁성 인사라기 보다는 능력을 인정받은 케이스라는 반론도 행내외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발탁상 인사인가 전형적인 행내 엘리트 코스를 밟은 케이스인가를 막론하고 전임자와 인연이 깊은 '물려받기'가 이뤄지는 경우 내부 감시 체제가 사실상 가동되기 어렵다는 문제가 드러나 이 자체만으로도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이백순 신한은행장은 부임 직후 라응찬 지주회장의 석연찮은 돈거래 정황이 드러나 행내 경고음이 제대로 상향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샀다.>

이 행장이 새로 등장한 지 얼마 안 돼 '박연차-라응찬 50억원 거래'라는 수상한 자금 흐름이 수사기관에 포착된 것이 드러난 것.

문제는 이미 2007년 4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라 회장이 신한은행 수표 50억원을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러한 이상자금 흐름에 대해 은행 내에서 경고음을 제대로 내지 못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행장은 문제가 불거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정확한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즉답을 피했는데, 실제 보고나 인계를 받지 못한 경우도 문제이고, 이 행장이 이런 흐름을 알고 있었으나 직언을 못했어도 문제인 셈.

대구은행의 경우도 전임 이화언 행장의 판단이 후임자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으나, 아직 하춘수 신임 행장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대구은행은 대주주 입김이 강하지 않고 공채 출신이 강한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이런 상황에서 이 전 행장이 연임을 포기하고 용퇴를 결정하면 이는 바로 하 당시 수석부행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효과로 이어지는 구조인 것. 행장추천위원회가 만장일치로 하 행장을 추천한 것을 봐도 이 전 행장의 굳혀주기가 큰 반대 없이 이뤄졌음을 방증한다.

문제는 한화증권이 지난 2월, 이 전 대구은행장의 퇴임 선언이 나온 이후 대구은행의 목표 주가를 내려잡는 등 이런 승계 작업에 대해 불안한 시각을 보이는 움직임이 증권가에 없지 않았다는 것. "대구은행이 전임 행장의 주주중시 경영전략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지 불확실성이 있다"는 평가다. 대구은행의 경우, 대주주가 아닌 행장 중심의 경영 체제이기 때문에 신임 행장에 따라 주가가 출렁일 수 있는데 사실상 이-하
<사진=이화언 전 대구은행장 용퇴로 바톤터치를 한 하춘수 대구은행장>
행장간 인계에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이제 취임 한 달여인 하 행장 체제가 아직 완전히 뿌리내렸다는 평가를 얻지 못하고 있고, 대구은행의 1분기 실적도 306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는데 당초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평가다. 우리투자증권이 "당분간 수익성 개선은 건전성 관리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자산건전성의 추가적인 악화를 축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남은 고비를 걱정한 것처럼 하 행장의 경영 능력과 더 나아가서는 이 전 행장의 후임자를 고르는 눈에 대해서도 조만간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kb금융의 사외이사 체제가 견제 기능을 강하게 발휘하거나, 고위 임원 인선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발휘한 모범 케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역할 모델에 대해 실험과 개선작업이 끊이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산업자본쪽에서는 이미 극복 대상이 되어 가고 있는 ceo 권력 집중 현상이 금융자본쪽에서는 아직 잔재가 남아있는 데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이 따라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86-12 금성빌딩 2층
  • 대표전화 : 02-333-0807
  • 팩스 : 02-333-0817
  • 법인명 : (주)파이낸셜신문
  • 제호 : 파이낸셜신문
  • 주간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8228
  • 등록일자 : 2009-4-10
  • 발행일자 : 2009-4-10
  • 간별 : 주간  
  • /  인터넷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825
  • 등록일자 : 2009-03-25
  • 발행일자 : 2009-03-25
  • 간별 : 인터넷신문
  • 발행 · 편집인 : 박광원
  • 편집국장 : 임권택
  • 전략기획마케팅 국장 : 심용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권택
  • Email : news@efnews.co.kr
  • 편집위원 : 신성대
  • 파이낸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셜신문. All rights reserved.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