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시간의 갈증을 해소하면 혁신이 보인다’
LG경제연구원, ‘시간의 갈증을 해소하면 혁신이 보인다’
  • 조준일 연구위원
  • 승인 2012.10.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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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된 시간 공급에 반해, 시간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은 제한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무엇보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간의 가치와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시되고 있는 만큼 시간과 속도를 경쟁의 한 축으로 놓고 혁신한다면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들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경쟁의 축으로 부각

커피 1잔이 4분, 권총 1대가 3년, 스포츠카 1대가 59년… 모든 상품이 시간으로 거래된다. 모든 사람들은 25세가 되는 순간, 노화를 멈추고 그 모습 그대로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이와 함께 1년의 시간이 표시된 ‘바디 시계’가 팔뚝에 새겨지면서, 시계의 시각이 00:00이 되는 순간 그 사람의 생명은 끊어진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시간을 통해 상품을 구입하고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 받는다. 시간이 넉넉한 사람은 풍요로운 삶을 오래도록 누릴 수 있지만, 시간이 부족한 사람은 어떤 일을 해서든 시간을 벌면서 근근이 하루하루를 버텨간다. 이상은 ‘인 타임’이라는 영화의 주요 내용으로, 시간이 돈의 역할을 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효용을 추구하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하면서도 가장 큰 제약으로 작용하는 것은 무엇일까? 돈, 각종 에너지 자원, 토지, 지식·정보, 공간 이동의 자유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으나, 시간을 꼽는다고 해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만큼 시간은 인간이 가장 갈구하는 자원 중 하나이다. 평균 70∼80년에 달하는 인간 수명의 한계로 인해 평생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며, 1년은 365일, 1주는 7일, 하루는 24시간 등으로 그 총량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 생활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간의 가치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쟁이 심화되고 사회적 성취 욕구가 커지면서 직장에서 해야 할 일은 많아진 반면, 일상 생활에서 이동성은 높아지고 있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여가 활동도 더 많이 한다. 지식·정보 획득을 위해 또는 스마트화 시대에 소외 받지 않기 위해 스마트 기기 사용과 소셜 네트워크 참여에도 시간 투입을 해야 하며,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관심이 많아지면서 직접 참여하려는 경향도 높아지고 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고 있다.

시간의 가치와 속도가 중요해지는 이유

기업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시간의 가치가 더욱 증대되고 있으며, 고객들의 시간 사용의 효율성을 보장해 주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첫째, 앞서 언급했듯이 고객 측면에서 시간 공급은 본질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반면, 소비자들의 시간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제한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보다 많은 일을 하고, 보다 많은 개인 생활과 여가를 즐기도록 계획하는 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거의 모든 상황에서 속도 향상을 당연시 여기면서 이를 얻기까지 결코 만족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게 되었다. 인터넷 이용시 클릭한 후 특정 사이트 이동에 2초 이상 걸리면 사람들은 곧바로 그 사이트를 떠난다. 음식점에서 주문한 메뉴가 나오는데 10분 이상 걸리면 참지 못한다. 신호등이 파란 불로 바뀐 후 앞 차가 단 1초라도 멈추어 있으면 경음기를 빵빵 울린다.

둘째, 시간의 풍속도가 달라지면서 시간에 대해 고객들이 추구하는 가치도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시간에 대해 갈망하는 것은 비단 절대적인 속도 증대만이 아니다. 추구하는 많은 일들이 자신이 원하는 시간 타이밍에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밤낮 등의 시간대에 구속 받지 않고 연속적인 시간 사용을 원하며, 궁극적으로는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바란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한 속도 증대에서 벗어나 시간에 대해 고객들이 느끼는 새로운 갈증 요인들을 적절히 해소해 줄 경우 새로운 혁신 요소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완화시키는 기술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초 연결(Hyper Connection)의 시대가 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자신의 이동 측면에서는 교통 수단의 다양화와 그 속도가 증대하면서 공간 이동의 자유도와 이동 속도가 높아지고 있다. 정보 이동 측면에서는 초고속 인터넷과 LTE, Wi-fi, 블루투스, DLNA 등 빠른 속도의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가 생성·확장되고 있으며, PC, 스마트폰, 테블릿, 노트북, e-book, 게임 콘솔, 디지털 카메라, MP3, PDA, 카 인포테인먼트 기기, 스마트TV 등 다양한 전자 기기간 연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연속적인 정보 교환이 가능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 향상이 가능해지고 있으며,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원하는 시간대에, 끊김 없이 시간을 사용하는 일이 수월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할 경우 언제, 어떤 장소에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어떤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몇 초가 걸리지 않을 수 있다. IT 기술 발전으로 속도 향상은 이제 희망 사항이 아니라 기본적인 필수 요건이 되어 버렸고, 속도 향상을 비롯해 시간의 제약을 극복하려는 고객들의 갈망은 더욱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시간에 대한 고객 갈증을 해소하는 혁신 방안

이렇듯 시간의 가치와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시되고 있다는 점을 포착해, 경쟁의 축을 시간과 속도를 중심으로 변혁한다면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혁신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규모의 경제’보다는 ‘속도의 경제’를 강조한 시간 축 경쟁(Time based Competition) 전략이 비즈니스의 차별화 방안으로 화두에 올랐었다. 그러나 과거 시간 축 경쟁 이론은 고객 관점보다는 공급자 관점에서 조직 및 내부 프로세스 혁신, 경쟁자보다 빠른 제품·서비스 제공을 위한 절대적인 속도 증대 등에 초점이 모아졌다.

시간을 경쟁의 축으로 삼아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달라지고 있는 시간의 풍속도를 파악해 진정 고객 입장에서 시간에 대해 갈망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고객들은 절대적인 속도 향상을 추구하지만, 속도 향상이 가져다 주는 고객 가치에 보다 큰 관심이 있다는 점, ▼시간 사용의 주체에 따라 그 상대적 가치와 중시하는 타이밍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점, ▼시간 사용의 연속성을 보장 받기 위해 중단 없는 제품·서비스 제공을 원한다는 점, ▼비가역성, 연속적 흐름 등의 속성을 지닌 본질적인 시간의 속성 또는 제약을 극복하고 싶어한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시간에 대한 고객의 갈망을 잘 활용해 남들과 차별화 할 수 있는 경쟁 역량을 갖추고, 혁신적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스피드의 질적 향상을 통한 고객 가치 제공, ▼ 시간의 개인화·맞춤화 충족, ▼연속적인 시간 사용 보장,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경험 창출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하 시간에 대해 고객들이 어떠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지, 또한 이를 채워주는 혁신 방안은 무엇인지를 여러 가지 사례 분석을 통해 살펴 본다.

스피드의 질적 향상을 통한 고객 가치

속도 향상에 대한 고객의 목마름은 그 끝이 없고, 기업들이 지속 추구해야 하는 가치이다. 얼마 전 끝난 런던 올림픽에서 사상 최대의 성과를 올리며 세계 펜싱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던 한국 펜싱의 차별화 요인도 스피드였다. 스피드에서의 혁신이 얼마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절대적인 시간 단축으로 이어지는 초스피드화의 추구는 기술적·물리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있고, 많은 기업들이 혈안이 되어 추진하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서 차별적 우위를 가져가기는 쉽지 않다.

속도 증대를 통해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속도의 질적 향상을 통한 고객 가치 제공이 필요한데, 우선 기존 통념을 벗어난 초스피드화가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미국 유태계 사회에서 시작되어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간 ‘스피드 데이트’ 사업을 예로 들어 보자. 남녀 각각 10명 정도의 인원이 모여 10개의 테이블을 옮겨 다니면서 각기 다른 이성들과의 데이트를 한다. 한 테이블당 약 7분 간의 대화를 하고, 10명의 이성을 다 만나본 이후 마음에 드는 상대를 적어 낸다. 남녀 간에 호감 가는 상대가 일치할 경우, 그 사람들 간의 이후 데이트가 이루어진다.

남녀간 데이트에 있어 기존 통념에서는 긴 시간의 대화를 통해 서로를 파악하고, 감성을 교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된다. 그러나 초면인 남녀 간의 미팅이나 소개팅은 문자 그대로 블라인드 데이트(Blind Date)라는 속성 때문에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극단적으로 운이 없을 경우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와 몇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고충을 겪을 수도 있다. ‘스피드 데이트’ 사업은 바쁜 일상 속에서 단시간에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측면 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이 직접 보고 마음에 들었던 대상과 다시 만남을 가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고객 가치를 제공한다.

일본의 QB하우스는 이용실 이용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여 속도를 추구하는 고객들에게 편익과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 미용업계에서는 보통 ‘1시간/4,000엔’ 정도의 시간/비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QB하우스는 ‘10분/1,000엔’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면도, 안마, 머리 감기 등을 생략하고, 오직 ‘머리 커트’에만 집중해 빠르고 간편한 이발 서비스를 제공한다. 입지 측면에서도 지하철 또는 도시 전철 역사 중심으로 위치해 고객들이 바쁘게 이동하는 중에 잠시 들러 이발할 수도 있다. 고객들의 경우 업소 내에서는 대기 의자에 있는 센서를 통해 대기자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업소 밖에서도 설치된 램프의 색깔 변화를 통해 대기 고객이 많고 적음을 미리 알 수 있다.

초스피드화가 혁신적 가치를 지니기 위한 또 하나의 방안으로는 고객 입장에서 불필요한 절차나 프로세스가 축소되면서 시간 단축과 더불어 고객의 편의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인천공항이 수년 연속 서비스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데에도 정확하면서도 빠른 수하물 처리 시스템과 출입국 수속 서비스가 큰 역할을 했다.

시간 사용의 개인화·맞춤화 충족

과거 대량 생산 시대에는 시간 사용이 사회 전반적으로 표준적이고 획일화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기계적·규칙적으로 잠에서 깨어나 아침을 먹고, 사무실이나 공장으로 출근한다. 정해진 교대 조에 따라 일하고 러시아워에 집으로 퇴근해 저녁을 먹고 TV를 본다. 이러한 표준적이고 획일화된 시간 사용은 공장에서부터 시작해 삶의 나머지 부분에까지도 영향을 미쳐, 사회 전반적으로 직장 업무, 가정 생활, 개인 여가 등에 대한 시간 사용 패턴이 비슷했다.

그러나 현대 사회가 진전될수록 상품과 시장의 다양성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산업과 직업이 생겨나게 된다. 지식이 노동의 가치를 좌우하는 직업이 많아지면서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근무할 수 있는 재택근무도 활성화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비슷하게 정해진 시간에 일률적으로 일하고 행동하던 데서 벗어나게 되었다. 개인마다 일하는 시간이 달라지면서 여가 시간도 상이해졌다. 개인의 사회적 관심사, 추구하는 가치, 취향, 상품에 대한 선호도 등도 갈수록 다양화되었다. 이러한 고객의 생활 패턴이 개인화·다양화되면서 시간의 풍속도 또한 변화하고 있다. 즉 개인별로 시간 사용의 패턴이나 시간대별 선호도가 달라지면서 자신에 최적화된 시간 사용이나 약속을 정하는 등 시간을 맞춤화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Revolutionary Wealth’, Alvin Toffler, Heidi Toffler, 2006).

혁신적인 경영 및 조직 관리 기법으로 유명한 브라질의 산업 장비 제조업체인 샘코는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게 한다. 하루 중 직원 개개인의 생산성이 가장 높은 시간을 골라 일할 수 있으며, 출근 시간을 당길 수도 있고, 뒤로 미룰 수도 있다. 필요한 경우 교통이 원활한 일요일에 나와서 일을 하고, 반면 교통 체증이 심한 월요일은 해변에 놀러갈 수도 있다. 심지어는 재직 시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시간을 저금해 두었다가, 퇴직 후 파트 타임으로 근무할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규칙적이고 표준화된 시간 사용을 상징해 왔던 TV도 이제 그 변화의 길을 걷고 있다. 초보적인 맞춤화 형태로 방송국 프로그램 편성과는 무관하게 VOD 서비스를 통한 맞춤형 방송·영화 감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공되고 있다. 타임머신이나 PVR (Personal Video Recorder) 기능을 통해 자신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미리 예약해서 보고 싶은 시간에 시청할 수 있게 되었으며, 보고 싶지 않는 장면이나 광고 등을 잘라낼 수도 있다. 최근 스마트 TV는 이러한 기능들을 통합하고, 인터넷 연결, SNS, 스마트 추천 등의 쌍방향 기능들을 활발히 채용하고 있다. 이제 TV는 시간의 개인화·맞춤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스마트폰에서도 개인의 시간 사용 패턴을 기록해 알려주거나, 효과적인 시간 사용을 가이드해주는 앱들이 많아지고 있다.

국내의 한 택배 회사는 방문 접수 기준을 ‘1시간’ 단위로 세분화해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배달하는 서비스를 운영한 바 있다. ‘반나절이나 하루’ 단위로 방문 접수하던 기존 택배서비스가 택배기사의 배송 일정에 따라 무작정 기다려야 했던 불편을 줄여준 것이다. 긴급히 상품을 보내야 하는 자영업자나 급한 용무가 있는 직장인, 시간 절약을 원하는 맞벌이 부부, 학생 등이 많이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의료 분야에서는 모바일 홈닥터(Mobile Home doctor) 서비스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병원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웹상에서 의사들로부터 치료중인 질병이나 건강 문제에 대해 상담·진료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이다. 보통 병원 진료의 경우 예약을 하더라도 진료 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오랜 대기에 사람들은 지쳐 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의사들이 가정 방문해서 진료·처방 받기를 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큰 병이 아닌 일상의 아픔 증상이나, 당뇨나 수술 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병 같은 경우, 지루한 대기 시간을 무릎 쓰고 병원에 직접 가는 것보다는 모바일 홈닥터 서비스를 통해 상담·진료 받는 것이 개인 시간의 효율적 관리 측면에서 큰 효용을 제공할 수 있다.

연속적인 시간 사용 보장

원래 시간 그 자체는 연속적 흐름으로 끊김이 없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사람들의 일상 활동이나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은 연속적이지 않다. 사람들은 보통 아침부터 낮 시간까지 일하고, 저녁에 퇴근해 개인 만남이나 취미 활동을 하거나 가족과 함께 보낸다. 하루 생활을 마친 후 보통 밤에 잠을 자고, 휴일은 직장을 나가지 않고 쉬거나 여가를 즐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일하는 곳인 기업들도 이러한 사람들의 일상적 시간 사용 패턴에 맞게 움직인다. 즉 활동이 낮 시간과 주중에 활발이 이루어지고, 밤과 휴일에는 멈추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이러한 패턴이 사회 전반에 걸쳐 표준적이고 규칙적으로 작용해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갈수록 사람들의 시간 사용은 불규칙해지고 있으며, 개인화·맞춤화가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남들이 잘 때, 바쁘게 일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남들이 일할 때 여가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보통 사람들이 많이 자거나 쉬는 시간 등에 고객에 대한 제품·서비스 제공이 끊어지는 현상은 해당 시간대를 활발히 이용하는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시간을 점점 더 연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이는 끊김 없는 흐름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거나 택시를 타고 갈 때, 막히지 않는 길을 선호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이렇듯 사람들이 사용하는 시간의 연속적 흐름을 보장하는 혁신 방안으로 우선 시간에 관계 없이 중단 없는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비스 사업의 경우 연중 무휴, 하루 24시간, 한주 7일간 모두 문을 여는 것이다. 연속적인 서비스 사업 모델로는 24시간 백화점이나 레스토랑, 24시간 전문 서비스 제공 병원이나 법률 사무소, 야간 Child Care 서비스, 국내의 야식 배달이나 24시간 배달 서비스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페이스 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가 활성화되고 있는 현상도 사람들의 끊김 없는 시간 사용 선호 현상을 반영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의 연속적 흐름을 보장하기 위한 또 다른 혁신 방안으로 상호 연결성의 확보를 들 수 있다. 교통, 통신 등에서의 연결이 완벽하지 않다면 시간 이용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교통 분야를 예로 들어 보자.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자동차가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빌딩 벽을 오르내리고, 도로 위에서는 서로 닿일 듯 말 듯 아주 좁은 간격을 유지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질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사고는 전혀 나지 않는다. 지점 대 지점 간 인간의 자유롭고 빠른 이동을 보장하는 자동 항법 자동차가 실현된 것이다. 그 밖에 자동항법 에어택시, 무인비행기, 위그선(수면 위를 날으는 배) 등을 교통 측면의 상호 연결성을 지원하는 혁신적 기술·제품의 후보로 꼽을 수 있다.

동일한 과정을 반복하지 않도록 자동화하거나 이용 단계나 절차를 단순화하는 것도 시간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일례로 최근 모바일 분야에서는 NFC(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폰 태그를 통해 사무실 모드, 수면 모드, 운전 모드 등으로 자동 전환되는 기능이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처음 가보는 곳을 찾아갈 때 운전석에 부착된 태그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GPS가 켜지고 네비게이션 기능이 자동 설정된다. 듣고 싶은 음악 목록도 폰 화면에 저절로 뜬다. 스마트TV에서도 안면 인식 등을 통해 해당 사용자 정보가 입력되면, 해당 시간대에 이용자가 평소 자주 보는 프로그램을 곧바로 화면에 띄워주는 기능이 채용되고 있다. 현재 일부 유통업계에서 운영되고 있는 퓨처 스토어는 무인 매장 시스템을 통해 고객들의 시간 사용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지원해준다. 즉 모든 상품들에는 초소형 칩이 내장되어 진열대에서 원하는 상품을 집어 들면 진열대 스크린에 상품 정보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별도의 계산·결제 과정 없이 쇼핑 카트를 밀고 가면 자동적으로 계산되는 방식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스피드 향상과도 연관된다고 볼 수 있으나, 단순 반복
적 행동이나 절차 때문에 고객들의 시간 사용 흐름이 끊기는 것을 막아주는 방안에 더 가깝다고 생각된다.

시간의 제약을 뛰어 넘는 경험 창출

인간은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가거나, 시간 흐름을 점프해 미래로 가고 싶어하는 등 갈수록 시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싶어한다. SF 소설이나 영화에 타임 머신이나 시간을 멈추는 리모컨 기기 등이 단골 손님으로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인간의 갈망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다. 다만 과거로 되돌아 갈 수 없는 시간 속성의 한계에 대해 과거의 장면이나 제품·서비스 등을 현실에서 복원하거나, 시간을 점프해 미래로 갈 수 없는 제약에 대해 가상적으로 체험하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의 갈증을 채워주는 것도 차별적 혁신의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우선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갈증을 해소하는 것으로, 과거의 추억이나 향수를 채워주는 복고풍 트렌드를 활용한 제품·서비스 제공이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초중고 동창 찾기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이러브스쿨’을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 주류이며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대를 상징하던 막걸리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거나, 금년 상반기중 70년대생·90년대 학번의 향수를 자극한 건축학 개론이 히트한 것도 마찬가지 사례이다. 과거로 가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은 비단 추억이나 향수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 특정 시점의 장면이나 현상들을 정확히 복원해 알고 싶은 사실을 규명하는 것도 시간 제약 해소의 또 다른 방안이 될 것이다. 지나간 교통 사고 현장의 장면을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 장착 차량용 블랙박스, ‘e-book’에서 그전에 읽은 데부터 볼 수 있게 해주는 원 터치 책갈피 기능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영상 신호가 가진 특정 패턴을 분석해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나 영화 중 다시 보고 싶은 장면을 바로 찾을 수 있게 해주는 동영상 검색 서비스도 같은 사례로 볼 수 있다.

다음 시간 흐름을 점프해 미래로 가고 싶어하는 욕구를 채워주는 것으로 가상 현실(Virtual Reality) 기술을 활용해 미래를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인간이 컴퓨터가 창조한 가상 공간 안에 들어가 다양한 상황들을 현실 세계에서 구현되는 것과 똑같이 생동감·입체감 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이 가상 공간의 미래 도시를 걸어 다니면서 빌딩이나 자동차, 사람들을 지켜보는 장면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 3차원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촉각, 청각 등의 버추얼 감각 디스플레이, 웨어러블 컴퓨터 등이 가상 현실을 실현할 수 있는 혁신 기술 후보들이다.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미리 예측해 사전적으로 미래 행동을 면밀하게 구성한다거나, 안 좋은 일들을 예방하는 것도 시간 제약을 극복하는 방안이다. ETRI에서는 사람들의 과거 경험과 행동 패턴을 분석해 미래의 행동을 미리 예측함으로써 특정 시간 및 장소에서 해당 정보를 제공해 주는 ‘신개념 인터랙션’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해외 출장시 사용자의 출장 목적을 알려주면 과거 경험과 선호도를 분석해 출장 스케쥴을 짜서 제시해 준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바탕으로 수정 또는 재구성해 힘들이지 않고 자신의 출장 스케쥴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미래의 질병을 진단하고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마찬가지 사례이다. 끝으로 스마트 홈 시스템 구현으로 집에 도착하기 전에 난방이나 조명 등을 미리 켜 놓는 등 미래의 일들을 앞당겨 실행하는 것도 시간 흐름을 점프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스마트화 시대가 전개되면서 시장·산업 간 경계의 붕괴로 인해 기존 가치의 파괴와 여러 가지 가치가 혼합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고객·시장 환경은 한치 앞을 보기 힘들 정도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그 변화의 속도 또한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객들의 ‘시간’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경쟁 우위 요소로서 스피드는 무엇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지금 이순간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시간 사용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간과 같이 인간이 효용을 추구하는 데 있어 제약으로 작용하는 자원이나 요인들을 잘 포착해 진정 고객들이 무엇을 갈망하는지를 규명한다면 차별적 혁신 방안을 만들어 내는 데 큰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LG경제연구원 조준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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