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국내 대형은행들을 향해 더는 '대마불사(大馬不死)'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김 총재는 이날 시중은행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현재 금융안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은행의 대마불사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국제은행(G-SIB)' 규제를 다루기 위해 지난 4일 멕시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거론하며 "우리나라 은행 가운데 G-SIB가 없다고 우리와는 상관없지 않다. (간접적으로라도) 영향을 받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SIB 규제는 과거 은행이 경기가 좋을 때는 위험한 투자에 나서며 고임금ㆍ고배당의 과실을 따 먹고 금융위기를 자초하고서는 국민의 세금에 의존해 '대마불사'라는 비판을 받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다만, 김 총재는 "은행에만 규제가 몰려 다른 업권이 상대적인 이익을 보는 '규제차익' 현상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총재는 '섀도뱅킹' 규제와 관련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그림자 금융이 은행보다 더 큰 경우가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며 이 때문에 선진국과 같은 식의 섀도뱅킹 규제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섀도뱅킹이란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가 은행과 유사한 여ㆍ수신업무를 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미국 대선과 중국의 새 지도부 선출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부진해 경기ㆍ가계부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행장들은 "최근 은행들이 하우스푸어 대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도입 초기이고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실적이 많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행장들은 올해 들어 순이자마진(NIM)의 축소세가 지속되고 기업의 대출연체율이 높아졌다고 우려하고, 수익성 제고를 위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총재는 "은행의 경영여건 악화는 국내 금융산업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글로벌 저금리 기조, 실물경기 부진 등 대내외 경제환경 변화와 더 연관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협의회에는 민병덕 국민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신충식 농협은행장, 조준희 기업은행장, 윤용로 외환은행장, 리처드 힐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이주형 수협 신용대표이사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