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수협’
바람 잘 날 없는 ‘수협’
  • 신정훈 기자
  • 승인 2012.11.1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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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의 온상 수협…'경영진 뭐하나' 질타 한 목소리
어업‧수산인의 이익증진을 목표로 설립된 수협의 정체성에 금이 가고 있다. 최근 불법대출 등 각종 비리가 잇달아 터지면서 조합의 특성상 가장 중요시 해야 할 윤리와 투명성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특히 이종구 회장의 과도한 판공비 사용과 임직원 자녀 채용 등으로 빚어진 중앙회 내부의 잡음은 물론 지역단위 조합(회원조합)에서 일어나는 각종 비리는 매년 끊이지 않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수협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말썽들은 서민과 회원조합을 위한 금융사업을 지향한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너무나 다르게 변색돼 있다.

방만경영도 문제지만 특히 지역단위 조합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비리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하는 관리부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를 관리해야 할 중앙회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비리유형은 대체로 부정대출, 뇌물수수(성접대 포함), 절도, 회계조작 등 업무전반에서 발생하고 있다. 수협의 이런 면모는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런 실태는 올해뿐만 아니라 매년 국감 때면 되풀이 되고 있지만 전혀 시정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수협 관계자는 “지역과 중앙회쪽에서 일어나는 각종 비리에 대해 전 직원들 사이 최근 ‘잘 해보자’고 다짐을 하는 등 내부적으로 자성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농림수산식품부가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수협의 종합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남 고흥군수협은 2011년 연말결산 때 연체금과 수익실현이 불확실한 가공미수금 20억9000만원을 수익으로 처리해 당기순이익을 30억원에서 49억원으로 초과해 계산했다.

또 지난 3년 동안 법인세 1억6700만원을 과도하게 납부하는 등 회계관리를 엉망으로 한 사실이 드러났다. 더욱이 조합장 등 4명이 임직원 대출 한도를 초과해 7700만원을 부당하게 대출 받은 사실도 적발됐다. 경기남부수협은 1급 직원이 3억여원을 가족명의로 부당대출을 받았고 하동군수협과 당진수협은 임직원 대출이 허용되지 않는 임야나 나대지를 담보로 각각 6600만원, 6900만원을 부당 대출해준 사실이 적발돼 물의를 일으켰다.

최근에는 광주 모 수협에서 신용불량자에게 107억원을 불법대출을 해준 사실이 적발돼 큰 물의를 빚고 있다. 신용불량자에게 대출을 해준 사실도 문제지만 전·현직 직원이 연루된 이 사건에서 직원들이 성접대와 뇌물을 받고 대출을 해준 것으로 밝혀져 도덕적 해이를 낳고 있다.

수협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광주 모 수협의 불법대출건의 경우 언론에서의 보도가 조금 잘못된 부분이 있다. 총 107억원이 대출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63억원은 대출자가 적발되기 전 상환을 했고 세금이 43억원, 현재 16억원이 미수로 남아 있다”고 해명했다.

불법대출 뿐만 아니라 지역조합의 임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선거비리도 문제화되고 있다.

문제는 수협의 부정선거가 한두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1월 경북 포항수협에선 수협 대의원과 이사 선거 과정에서 20여명의 수협 임원과 조합원들이 돈 봉투를 돌린 사실도 적발됐다. 또 전남 목포수협에서도 5명의 조합원이 불구속 기소된 상황이 발생했다.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은 지난 3월 특정 후보 지지를 부탁하며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목포수협 조합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 지지를 부탁하며 조합원들에게 수십만~수백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수협 관계자는 “비리가 적발된 직원들에 대해선 중앙회에서 직접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경찰에서도 적박된 직원들에 대해 불구속 입건 등의 조치를 내렸지만 중앙회에서도 감사가 끝난 후 경찰의 개입 이전에 별도의 공문을 통해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를 했다”고 덧붙였다.

충남 보령수협 한 임원은 올해 어민들이 판매를 위해 수협 위판장에 맡긴 각종 수산물을 상습적으로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에 가담한 직원 6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또 지역단위 조합에선 중국산 갈치를 국내산으로 속여 서울 노량진수산시장과 강서공판장에 정기적으로 유통시킨 사실도 적발됐다.

수협 관계자는 “지역 조합수가 전국적으로 100여개 정도 되는데 이곳을 감사하는 부서에서 매년 감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에서 발생하는 비리와 관련해선 경찰이 언론에 발표하기 전 먼저 감사과정에서 적발이 이뤄져 조치가 선행됐다”며 “기존 감사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힘이 들지만 비리근절을 위해서 새로운 관리와 감사시스템을 마련할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수협 뿐만 아니라 공적자금을 낭비하고 임원들의 판공비를 과다 지출하는 등 방만한 경영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우남 민주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수협중앙회는 2009년 접대비 한도를 5.8배 초과하는 46억4300만원, 2010년에는 5.3배를 초과한 47억2600만원, 그리고 지난해에는 5.4배 초과한 44억6800만원을 지출했다.

현행 세법에선 정해진 접대비의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손실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수협중앙회에선 매년 법정 한도를 5배 이상 초과하는 접대비를 사용해 왔다. 지난 3년 동안을 더해보면 138억 3800만원이 접대비로 나가 법적 한도를 평균 5.5배 초과한 것.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도초과로 인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법인세액도 24억 8900만원으로 추정된다.

수협 관계자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농협의 접대비와 비교해 질타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해선 조금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또 이종구 회장은 2010년 10월 비상임이 된 후 매달 1100만원을 연봉으로 받은 것으로 국감에서 밝혀졌다. 이전 상임일 때는 2억900만원을 연봉으로 받았다.
특히 지난해 3월부턴 업무추진비가 어정활동비로 명목이 바뀌면서 이종구 회장은 개인통장으로 매달 1400만원씩을 별도 수령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어정활동비는 종전의 업무추진비와는 달리 사용처를 밝히지 않고 연봉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돈이다. 따라서 이 회장은 비상임인데도 불구하고 매달 2500만원을 수령했다. 이를 연봉으로 계산할 경우 상임 때보다 1억원 가량이 더 많은 3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회는 또 경영정상화를 위해 도지회 지도업무를 전면 폐지한다는 명목으로 공적자금을 지원받고는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았다. 중앙회는 지난 2000년 9개 도지회 지도업무를 전면 폐지하고 720억원 상당의 도지회건물을 매각하며 지도관리 정원 52명을 감축하는 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공적자금 1조1581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경남지역 단위조직 1개를 이미 신설하고 전남지역은 직제신설, 경인지역은 건물을 신축하는 등 조직 확대에 나서 공적자금을 낭비했다.

부실경영으로 인해 중앙회에서 운영하는 수협은행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협은행은 국내은행 중 유일하게 바젤Ⅲ 도입 유예를 받았다. 바젤Ⅲ는 국제결제은행(BIS)이 합의한 것으로 내년부터 2019년까지 금융기관이 단계적으로 충족해야 할 자기자본비율 기준에 대한 국제금융협정이다.

보통주 자본비율·기본자본(Tier1)비율 등 새로운 지표가 신설되고 BIS비율이 기존보다 강화된다. 수협은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내년 바젤Ⅲ를 도입할 경우 자본건전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이 국가로부터 거액의 공적자금을 받아 경영을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회장과 임직원들의 연봉과 업무추진비를 올리는 등 조직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데만 급급하고 있다는 비난의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감사시스템 등 자구책 마련이 얼마만큼 실효를 거둘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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