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교육투자비용 회수하지 못하는 대졸자 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교육투자비용 회수하지 못하는 대졸자 늘고 있다’
  • 이지선 연구원
  • 승인 2012.11.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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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수익률은 2005년에 13.3%까지 상승하다가 지난해 12.5%로 하락하였다. 또한 사실상 대학교육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95년 59만 명에서 지난해 180만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낮은 대졸자와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대졸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25~34세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5%로 OECD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OECD 평균 38%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으로 우리나라 청년들의 2/3이 전문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는 구직, 기대소득, 사회적 인식, 결혼 등 대학을 졸업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교육비 보다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대학교육의 비용과 수익을 계산해 보고 대학교육을 일종의 투자라고 볼 때 수익률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학력간 임금격차 줄어들어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 가고자 했던 주된 이유는 대학 졸업자들의 임금 수준이 고졸자들에 비해 높았기 때문일 것이다. 고졸자대비 대졸자의 임금 격차는 90년대 후반에 빠르게 높아지다가 2000년대 들어서는 꾸준히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대학진학률은 2000년대 들어서도 꾸준히 높아져 2008년에 83.8%까지 상승했고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90년대 후반 대졸자 임금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상승하자 높은 임금을 기대하면서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이 늘어났지만 이후 노동시장에 대학졸업자가 늘어나면서 대졸자에 대한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져 임금격차가 다시 줄어 들었고 이에 따라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학력간 임금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주된 원인은 50대 이상에서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에 50~60대 대졸자는 50~60대 고졸자에 비해 각각 2.2배, 2.4배 높은 임금을 받고 있었으나 2011년에 그 격차는 1.8배 2.0배로 약 40% 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20대의 경우에는 소폭이지만 3% 가량 임금격차가 확대되었다.

이처럼 50~60대에서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가 줄어드는 이유는 보상 체계가 연공서열제에서 성과급제도로 바뀌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90년대 초반까지는 소수의 대학졸업자들이 고소득 직종을 차지하면서 정년까지 높은 임금수준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경력보다는 능력에 따라 임금이 책정되면서 50대 이상 근로자들의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반면 젊은 시절부터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20대에서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는 커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산업구조가 급변하면서 기술이나 지식의 변화속도가 빨라져, 50대 이상 대졸자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술 습득 능력이 우월한 젊은 층의 임금이 상승하는 반면 50대 이상 대졸자들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주된 일자리에서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일찍 퇴직하는 50대들이 퇴직 후에도 다시 저임금 일자리나 자영업에 흡수되면서 고령층에서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비 지출은 급격히 증가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격차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에 대학 졸업 때까지 지출되는 교육비는 급격히 늘어났다. 정규교육비의 경우 95년부터 매년 평균 6%씩 늘어나고 있는데 특히 대학 등록금의 경우 95년부터 지난해까지 3배 가량 늘어 교육비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높은 대학 진학률이 말해주듯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공급자 중심의 가격결정이 이루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 사립대의 경우 외국에 비해 전체 운영비에서 기부금이나 국고보조금의 비중이 낮고 등록금 비중이 높아 운영비 충당을 위해 등록금을 인상하는 경향이 큰 측면도 등록금 상승률이 빨라진 원인 중 하나이다.

사교육비는 공교육비보다 훨씬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특히 2000년대 중반에 10% 이상 급격하게 상승했다. 2003년에서 2007년 사이 초등학생과 중학생 사교육비가 빠르게 늘었는데 초등학생의 경우 방문학습지나 운동학원 지출이 늘어났고 중학생은 입시 및 보습 학원 지출이 크게 늘었다.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초등학생과 중학생 사이에서도 영어 조기교육이나 특목고 진학을 위해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생의 경우 입시 및 보습학원 지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반적인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상위 대학에 가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이것이 사교육비 증가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대학 입시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사교육비 지출을 모방하는 일종의 밴드 웨건 효과 (Band -Wagon Effect) 역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급증하는 사교육비는 40~50대 가구주 가정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학교육 수익률 감소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 격차는 줄어들고 있는데 대학을 가기 위한 비용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대학교육의 순익이 예전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대학 교육을 일종의 투자라고 본다면 졸업후의 기대소득과 교육비 지출을 비교해 대학교육의 내부수익률을 계산할 수 있다. 이는 고졸자와 대졸자의 비용 대비 기대 수익을 비교하는 방법으로서 대학을 가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을 모두 투자 비용으로 간주한다.

우선 대학등록금과 대학 4년 동안 포기해야 하는 임금소득을 비용으로 고려할 경우 대학 교육의 수익률은 1995년 10.6%에서 꾸준히 상승하다가 2010년에 15.2%에 이르고 지난해에는 14.6%까지 낮아진 것으로 계산되었다. 이는 대학진학에 성공해 대학등록금을 투자할 경우 고졸자에 비해 은퇴시점까지 연평균 14.6%의 수익을 더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사교육비를 합산하여 계산하면 지난해 4년제 대학 평균 투자 수익률은 12.5%로 2005년에 비해 0.6%가량 낮아진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처럼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등록금을 비롯한 교육비용이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이에 비해 대학졸업자들의 임금 수준은 빠르게 높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낮아지기는 했으나 대학교육의 투자수익률이 12.5% 이면 주식(6.1%), 주택(5.3%)과 같은 자산의 2000년대 연평균 수익률보다 높은 편이다. 일본에서는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10%를 밑돌았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고 제로금리가 유지되면서 대학교육이 다른 자산에 비해 고수익 투자처로 여겨졌다. 내부수익률뿐만 아니라 대학교육으로부터 얻는 성취감이나 사회적 지위, 결혼 등의 정량적으로 계량화 하기 어려운 이점들까지 고려하면 우리 사회에서 대학교육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볼 수 있다.

대학교육 투자 회수하지 못하는 대졸자 늘어나

그러나 문제는 대학교육을 통해 평균적으로 14% 이상 높은 소득을 얻는다고 해도 이것이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소득수준이 너무 낮거나 일자리를 찾지 못해 대학교육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는 대학 졸업자들을 추정 하기 위해 대학교육에 대한 내부수익률이 0 이하가 되는 대졸자의 임금수준을 연령별로 계산하고 이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대졸자 수를 합산해보았다. 그 결과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는 대졸 근로자들의 수는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에는 67만 명을 넘긴 것으로 집계 되었다.

여기에 대학을 졸업하고도 임금 근로를 하지 않는 사람까지 합산하면 이 숫자는 최대 180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는 95년에 59만 명 이었던 것에 비해 3배 가량 늘어난 숫자이다. 또한 이들이 전체 대졸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5년 16%에서 2011년에는 20%로 증가했다.

임금수준이 낮은 대졸자와 실망 실업자 증가

평균 수익률은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대졸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대졸자와 고졸자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같은 대졸자 사이에서도 임금 격차가 커지기 시작했다. 대졸자의 임금 분포는 외환위기 이후 분산과 왜도(skewness)가 매우 커지면서 오른쪽으로 꼬리가 긴 분포로 변했다. 평균임금이 95년에서 2011년 까지 2.1배 상승하는 동안 상위 1% 임금은 5천 3백 만원에서 2011년에는 1억 4천 만원으로 2.6배 상승했다. 반면 하위 1% 임금은 660만원에서 1060만원으로 1.5 배 늘어나는데 그쳤다. 소수의 초고소득 대졸자들이 생기면서 대졸 내에서도 임금격차가 커진 것이다. 동시에 평균보다 낮은 소득 수준의 대졸자 숫자는 늘어나게 되었다.

2000년대에는 고용유발 효과가 높지 않은 일부 첨단제조업이 우리 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면서 양질의 일자리 수는 크게 늘어나지 못했다. 반면 대학졸업자의 숫자는 늘어나 대학을 졸업하고도 과거 고졸 이하 근로자들이 하던 일에 종사하는 대졸근로자가 늘어난 것이다. 동시에 글로벌 경쟁과 기술발전으로 노동수요가 숙련노동 중심으로 바뀌면서 단순 사무직이나 생산직과 숙련노동의 임금격차가 커졌다. 이로 인해 높은 소득수준을 기대하고 대학에 진학했지만 실제 소득은 기대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어 대학교육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학을 졸업하고도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육아와 가사일 때문에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인구 중에 구직 의사가 없는 사람은 지난해 96만 명으로 95년에 46만 명이었던 것에 비해 두 배 가량 늘어났다. 여성들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육아와 가사 부담으로 근로조건에 맞는 일자리를 찾기가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원하는 임금수준이나 근로조건에 맞는 일자리가 없어 구직을 포기하는 대졸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대졸 쉬었음 인구 중 구직 의사조차 없는 사람은 14만4천명으로 2005년 8만 5천명에 비해 약 70% 가량 늘어났다. 이처럼 고학력자가 늘어나면서 학력에 따른 미스매치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구조조정과 사회적 인식변화 필요

이와 같이 대학 교육에 대한 투자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대졸자들이 얻을 수 있는 프리미엄이 예전만큼 크지 못하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취업준비를 하거나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고 취업이 어려워지자 인터넷 쇼핑몰등의 자영업을 시작하는 청년들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대학진학률이 낮아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대학 투자 수익률은 여전히 10%이상인 것으로 집계되었지만 대졸자의 평균 수익률보다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수익을 챙기지 못하는 인구가 빠르게 늘어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만큼 대학이 인적자원의 질을 높이는 역할이 과거보다 약해졌다고 볼 수 있다.

과도한 대학 선호는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대졸자들이 모두 좋은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다 보니 노동시장 미스매치가 심화되고 이로 인해 인적 자본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교원 확보율, 장학금 지급률 등이 낮은 부실 대학을 정리하여 대학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학력에 대한 선입견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 역시 계속되어야 한다. 고등학생들이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하는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여론조사에서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고졸 취업자들에 대해 학력이 아닌 능력에 따른 인사가 단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이지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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