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총수 경영화두 ‘공격경영‧동반성장’
재계총수 경영화두 ‘공격경영‧동반성장’
  • 신정훈 기자
  • 승인 2013.01.0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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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그룹목표 ‘같은 듯 다른 전략’ 제시…해법 ‘제 각각’
재계 총수들은 계사년 한해의 경영 키워드로 무엇을 꼽았을까.

새해가 밝았지만 글로벌 경제 침체는 예측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전년도에 이어 여전히 ‘장기 불황’을 예고하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경제민주화’ 바람이 온 나라를 휩쓸자 박근혜 당선인은 경제민주화를 최우선에 둔 국정운영을 예고했다.
이같은 폭풍우에 대비하는 재벌그룹의 각오를 그룹 총수의 신년 메시지를 통해 알아 본다.

신년부터 키워드 전쟁이 일어났다. 재계 총수간 해마다 벌어지는 ‘키워드 싸움’이다. 그룹의 시무식에서 공개되는 총수들의 신년 메시지는 대부분 유사해 보이지만 올 한해 그룹의 목표를 한 단어에 축약해 ‘같은 듯 다른’ 전략을 제시하는데 힘쓰고 있다.

올해도 변함없이 재계 총수의 메시지가 같은 날 쏟아졌다. ‘장기 불황’과 ‘경제민주화’로 시대적 요구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총수들의 ‘계사년(癸巳年) 경영’을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우선 불황을 타개하는 전략으로 대부분의 재벌 총수가 ‘직공법’을 선택했다. 과감한 투자와 전략으로 경영난을 탈피하겠다는 것.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사진)은 평소 직설적인 화법 그대로 신년 메시지를 전했다.

이 회장은 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년하례식에서 “불황기에는 기업 경쟁력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 강한 자만이 살아남아 시장을 지켜 가게 된다”며 “삼성의 앞날은 1등 제품과 서비스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고 ‘약육강식’ 논리를 경영에 적용했다.


이 회장은 “세계 경제는 올해에도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삼성의 앞길도 순탄치않으며 험난하고 버거운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그는 “이제는 단순한 품질 경쟁을 넘어 인재 확보와 기술 개발, 특허 분쟁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전 세계 기업들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전개되고 있다”며 “지난 성공은 잊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도전하고 또 도전해 새로운 성장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며 더 멀리 보면서 변화의 흐름을 앞서 읽고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을 찾아내야 한다”고 불황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특히 위기 돌파 키워드로 ‘경영 현지화’와 ‘인재 육성’을 꼽았다.

그는 “시장은 넓고 기회는 열려 있다”며 “각 나라별로 인재를 키우고 현지의 문화를 이해하며, 지역사회 발전에 적극 참여해 제 2, 제 3의 삼성을 건설하는 경영의 현지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는 준비된 자의 몫’이라며 “미래를 위한 확실한 투자는 인재 육성이며, 우수한 인재를 뽑고 각자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년도 하반기 미국서 연비과장 논란으로 악재를 겪은 현대차그룹도 시장 환경의 어려움을 질적인 성장과 경쟁력 확보로 극복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은 신년사를 통해 “2013년은 유럽재정 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국내외 시장환경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질적인 성장을 통해 내실을 더욱 강화하고 미래를 위한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번 해의 그룹 경영방침을 ‘품질을 통한 브랜드 혁신’으로 제시하고, 친환경차 및 전자제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우수 인재 집중 육성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따로 또 같이 3.0’을 내세운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그룹의 지원자 역할에 머물면서 타 그룹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를 띠지만 신년 메시지는 유사하다.

최 회장을 대신해 SK그룹의 실질적 의사결정권을 가진 김창근 수펙스(SUPEX) 추구협의회 의장은 이날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신년교례회에서 “따로 또 같이의 ‘따로(계열사)’의 수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매출・이익과 같은 경영성과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재양성도 해 궁극적으로 경영 역량이 발전하고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향상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
현재 중국을 방문 중인 최 회장(사진)은 화상으로 신년 메시지를 전하며 “포트폴리오 혁신과 글로벌 경영에 매진해 SK의 새 도약과 국가경제 활력에 일조하는 데 힘을 쏟고자 한다. 더불어 그룹 내 회사들이 글로벌에서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노력을 돕는 지원자(Supporter)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자신의 역할을 밝혔다.

그는 “글로벌 경영에 힘쓰면서 포트폴리오를 혁신해 가는 우리의 노력은 기업가치 300조를 만들어 가는 중대한 과정”이라며 올 한해 신체제 성공을 강조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찌감치 공격 경영을 예고한 LG그룹은 2013년 화두로 ‘시장선도’와 ‘철저한 실행’을 꼽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사진)은 2013년 새해인사모임에서 “더욱 예측하기 힘든 앞으로의 경영환경에서 이제 일등기업이 아니면 성장이나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 냉엄한 현실”이라며 “결국 시장선도 상품으로 승부해야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 스스로가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구 회장은 이어 “창립이래 60여년 동안 시장선도와 맥을 같이한 LG의 경영철학, 글로벌시장에서 앞서 나간 경험과 무한한 잠재력, 그리고 반드시 해내고 말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을 더해 시장선도를 철저하게 실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들 4대그룹 회장의 불황 타개에는 직공법으로 대처하겠다는 계획이 내포돼 있는 반면, 경제민주화를 비롯한 시대적 요구에는 ‘동반성장’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계획을 표방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해 신년하례식에 이어 올해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더 무거워지게 된다”며 “삼성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동참해 국민경제에 힘이 되고, 우리 사회에 희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협력회사의 경쟁력을 키워 성장을 지원하고 지식과 노하우를 중소기업들과 나눠 국가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며 “어려운 이웃, 그늘진 곳의 이웃들이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사회공헌사업을 더 활발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구체적 해법을 제시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또한 국민 행복과 국가 발전을 위해 ‘모범적인 기업’으로서의 역할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임직원에 주문했다.

정 회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소외된 계층을 보살피며 협력업체와 동반성장에도 적극 앞장서서 국민의 행복과 국가경제 발전에 공헌하는 모범적인 기업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실질적 의사결정권을 넘기고 지원자로서의 역할을 계획한 최태원 SK 회장 역시 그룹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 회장은 “양극화와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방법은 바로 사회적기업이다”며 “경영자로서 그간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잘 활용해 사회적 기업이 지금의 영리기업처럼 시장을 만들어 평가 받고, 더 나은 사업모델을 찾아가는 건전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구본무 LG 회장은 임직원에게 ‘솔선수범’을, 기업 정책에는 ‘동반성장’을 키워드로 꼽아 사회적 책무를 주문했다.

구 회장은 “리더들이 일하는 문화를 바꿔 조직 전체가 고객가치에 몰입하게 해야 한다”며 “고객가치와 무관한 업무의 경우 철저히 없애달라”고 요청했으며 “국적, 학력, 성별에 관계없이 인재가 있는 곳이면 찾아가고 성과에 상응하는 보상 경쟁력을 갖춰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업은 사회화 함께 성장한다”며 “투명경영, 윤리경영,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으로 더 나은 세상 만들기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재벌 총수들의 이같은 메시지가 ‘단순’ 메시지에 지나지 않음을 지적했다. 전년도의 신년사에서도 총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사회적 책임’을 공통된 화두로 제시했지만, 재벌빵집 논란을 포함한 골목상권 침투 및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협력업체 등한시로 인해 경제민주화 바람이 자칫 구호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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