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빗장 푸는 미얀마, 투자 기회의 허와 실’
LG경제연구원, ‘빗장 푸는 미얀마, 투자 기회의 허와 실’
  • 강선구 연구위원
  • 승인 2013.01.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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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의 최빈국, 서방국가의 경제제재 조치로 인해 세계경제로부터 고립되어 왔던 미얀마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년 출범한 민간 정부가 ’12년 4월에 민주선거를 치루고 개혁 개방을 표방하는데 화답하여 서방의 제재 조치들이 거의 해제되고 외국기업들의 진출이 가시화되는 조짐이다.

미얀마는 풍부한 저임노동력과 원유 및 가스, 광물자원 등의 투자 장점을 갖고 있다. 외국인투자기업들이 이러한 장점을 활용한 결과 에너지를 위시한 인프라 업종과 경공업으로 양극화된 투자 양상이 관찰된다. 본격적인 제조업투자가 행해지기에는 항구, 도로, 전력 등의 산업기반시설이 따라주지 못하고 낙후된 금융시스템, 부패와 비효율 등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총인구 5,500만명의 잠재소비시장이 있지만 실제 구매력 계층은 양곤, 네피도, 만달레이 등 3개 대도시에 국한되는 한계를 갖는다.

비로소 개혁 개방에 나선 미얀마 시장에 대해서 과도한 기대를 갖기 보다는 동남아 경제권의 분업구도 내에서 제조기지로서의 역할에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이다.

1. 빗장 푸는 미얀마 시장

미얀마 시장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11년 민간정부 출범 이후 미얀마 내부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이에 화답하여 국제사회에서 미얀마에 대한 족쇄를 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지난 ’12년 4월 미얀마에서 야당이 참여한 가운데 중간선거가 민주적으로 치뤄지고 민간정부가 정치범 석방, 개혁 추진 등에 속도를 내면서 EU와 미국 등은 미얀마에 대한 대부분의 금융 및 무역 제재조치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서 서방으로 향하는 미얀마의 수출도 가능하게 됐다.

또한 서방 정상들도 잇달아 미얀마를 방문하여 지난 수십년간 단절된 관계를 정상화하고 있다. 미국은 힐러리 국무장관에 이어서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1월에 미얀마를 국빈 방문하여 양국 관계개선을 몸소 증명했다. 이러한 미국의 행보에는 미얀마의 고립이 지속될 경우 중국의 영향력이 계속 커지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외교적 입장과 동남아의 마지막 미개척 시장을 활용하고자 하는 경제적 기대가 모두 담겨 있다.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하는 미얀마 경제

미얀마의 개방을 돕기 위한 국제금융기관들의 발길도 바빠지고 있다. IMF와 World Bank, 그리고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이 양곤에 다시 사무소를 개설하고 자문에 착수했다. IMF는 지난 90년대초 베트남 개방 시에도 경제자문에 나섰던 바 있다.

이에 더해서 ’13년 1월 중 국제채권자 모임인 파리클럽 회담에서는 미얀마 외채의 탕감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미얀마 외채의 95%를 갖고 있는 일본은 이미 구제 방침을 밝혔으며, 국제기관들도 기존 부채 탕감 및 추가 지원에 나설 전망이다.

미얀마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대한 태도를 보건대 미얀마는 이제 더 이상 ‘고립된 국가’로 남아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정부 역시 본격적인 개방 제스처를 보이면서 외국인투자를 맞이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 ’12년 11월에 승인된 신투자법이 단적인 예에 해당된다.

지난 ’88년에 제정된 외국인투자법이 개정된 ’12년 신투자법에 의하면 외국인투자지분 한도가 최대 100%까지 허용된다. 이에 더해 투자 이후 5년간 법인세 감면, 토지임차기간 50년으로 확대(20년 추가 가능) 등이 포함되어 외국인투자가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사회주의권 국가에서 외국인 투자가의 발목을 잡았던 국유화 몰수에 대한 우려도 사라지게 됐다. 이전 투자법에서는 국유화 시 보상에 대한 규정이 있었으나 신투자법에서 아예 이 조항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다만 정당한 사유없이 계약 만료 이전까지 조업중단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여 외국인투자기업의 청산을 까다롭게 할 소지는 남겨두었다.

피할 수 없는 경제 쇠락의 유산

다소의 투자 제약은 남아 있지만 외국인투자에 대한 문호는 어느 때보다 열려 있는 상태이다. 지금까지는 미얀마 경제가 피할 수 없는 쇠락의 길을 걸어 왔다. 미얀마의 고립과 경제적 퇴보는 국가사회주의 채택 이후 쇄국 정책에 기인한다. 지난 ’62년 네윈 장군의 쿠데타 이후 미얀마는 군부에 의한 독재 치하에 있었고, 서방세계와의 관계도 소원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인접국인 태국은 여러 번 군사쿠데타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방적 시장경제를 채택하여 미얀마의 고립과 대조를 이뤘다. 그 결과 미얀마의 1인당 GDP는 850달러(’12년, IMF 추산)로서 태국의 ’86년도 수준에 그친다. 양국간에 약 26년의 격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미얀마 경제에 대한 정확한 현주소 파악이 어려운 것은 군부가 지난 ’98년부터 국민계정 데이터 발표를 중지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얀마 경제의 실상에 대해선 정설이 없다. 예를 들어 미얀마 정부는 2000~2010년 기간 중 평균 GDP 성장률이 10%를 상회했다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IMF는 같은 기간 미얀마의 성장률을 4%대로 추정했으며, 비관론자들은 2~3%로 더 낮게 본다.

이러한 경제 데이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의 JETRO 부설 IDE(Institute of Developing Economies) 소속 경제학자들은 다른 방법을 고안하기도 했다. 위성사진을 통해 야간 (조명)전력의 정도와 분포를 계산, 지역별 경제활동을 추계하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양곤, 만달레이, 네피도 등 3개 도시에서 미얀마 전력소비의 40%를 차지하며 양곤이 22%나 차지한다. 이들 3개 도시의 소득은 국가 평균의 2배 이상으로 추정됐다. 이외에도 중국과 접경 지역의 GDP가 국가평균보다 높고, 태국 접경의 12개 District 가운데 2개는 국가평균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태국 국경지대의 소득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립된 경제권에서도 국경무역이 이뤄졌던, 혹은 외부와 접촉했던 일부 지역에서 소득이 높게 나타났던 것이다.

2. 미얀마 투자기회의 허와 실

풍부한 저임노동력이 최대 투자 장점

이제 미얀마 국가 전체가 개방의 길을 걷게 되면서 관심은 자연스럽게 경제적 측면으로 쏠린다. 그 동안 미지의 시장이면서 자원부국으로 인식되어 온 미얀마가 과연 경제부흥에 성공할 것인지, 외국인기업들에게는 어떤 기회를 제공할 것인지 등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먼저 미얀마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외국기업들에게 어떤 기회요인들이 있는가 살펴본다.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은 풍부한 저임 노동력이다. 미얀마는 태국이나 베트남 보다 커다란 국토면적에 5천 5백만명의 인구가 있다. 지난 수십년간 폐쇄경제를 유지해 온 탓에 1인당 국민소득이 베트남의 56%, 태국의 15%에 불과하다. 소득수준과 임금수준이 대체로 비례한다고 본다면 미얀마의 평균적 임금이 주변국에 비해 싼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미얀마의 최저임금은 월 32달러(수당 및 복지 제외)에 불과한데다, 젊은 인구(15~28세)는 1,300만 명에 달한다. 미얀마에서 노동집약적인 봉제산업이 유망하다는 것은 그만큼 임금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미얀마 봉제산업의 최대 수출대상국이었던 미국이 지난 ’03년부터 무역제재를 취하지 않았다면 봉제산업은 지금보다 훨씬 발전했을 것이다.

First mover 전략이 통할 수 있는 미개척 시장

미개척시장이라는 점도 미얀마의 장점으로 꼽힐 수 있다. 지난 50여년간 서방기업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시장이기 때문에 선도 기업(First mover) 전략이 통할 수 있다는 기대이다. 기업간 치열한 경쟁구도가 자리잡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찍 시장에 진입한 기업이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선도 기업은 초기 시장진입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뒤늦게 진입하여 시장을 잃을 수 있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셈이다. 이미 소비재 부문에서는 식음료 다국적기업들이 빠른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코카콜라와 펩시코는 현지업체와 합작을 통해 시장 진입을 본격화했다.

모바일과 통신 부문에서도 외국업체에게 사업기회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얀마의 휴대폰 인구가 점차 늘어나는데다 외국 통신업체에게 면허 발급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이동통신업체인 Digicel은 미얀마 정보통신부에 이동통신 면허를 신청했으며, 향후 서비스 제공업체로 선정되면 12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미얀마 시장 구조가 복잡하게 분화되지 않은 점도 장점이 될 수 있다. 미얀마의 총인구는 5,500만명에 이르지만 구매력을 갖춘 인구는 3개 대도시에 밀집되어 있다. 내구소비재 판매를 희망하는 기업들은 양곤(426만명), 만달레이(101만명), 네피도(99만명) 등의 3개 대도시에 집중하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쉽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미얀마의 투자 장점은 풍부한 천연자원이다. 미얀마는 지각구조상 아시아판과 태평양판이 만나는 곳으로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를 피할 수 없는 반면 원유, 가스전과 풍부한 광물자원(철광석, 아연, 니켈 등)이라는 혜택을 누린다. 미얀마에서 이미 확인된 것만 해도 원유매장량은 5천만배럴, 천연가스 매장량은 2,832억 큐빅 미터에 이른다. 아직 개발이 본격화 되지 않은 벵갈만 원유/가스전에 대해서도 석유 메이저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천연자원을 채굴하는 사업은 강제노동, 토지몰수, 강제이주 등 인권유린과 연계될 소지가 많아 투자위험을 증폭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개혁과 민주화로의 이행과정에 따른 변수들

투자기회 측면에서 장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외국기업들이 투자진출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요인은 신뢰의 문제이다. 아직도 군부의 장악력이 강한 민간정부에서 경제개혁을 시작했지만 지속성 여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남아 있다. 신투자법을 제정하여 외국인투자를 환영하고 경제특구 확대에 나선다고 하지만 구체적 실행방안은 미흡하다는 평가이다. 흔히 이는 개도국에서 관찰되는 문제라고 할 수도 있지만 미얀마에서는 군부정치에서 민주화로 이행되는 과정이라는 변수가 추가된다.

현 집권당인 USDP 내에서도 개혁파와 보수파가 나눠져 있고 개혁파에 속하는 테인 세인 대통령의 지도력에 맞서는 과거 군부 주도의 보수세력이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4월 중간선거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야당인 NLD가 후보를 낸 44석 가운데 43석을 차지하면서 약진했지만 차기 의회선거가 있는 ’15년 12월까지는 영향력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프라 부족 가운데 토지가격 급등

물리적 투자제약요인으로는 인프라 부족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62년 이후 외부세계에 문을 닫은 미얀마는 도로, 전력, 용수 등 모든 인프라 부문이 낙후되어 있다. 도로망은 경제발전을 위해서 최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분야이다. 미얀마 도로의 포장률은 50% 미만에 그치며, 주요 도시를 벗어나면 포장률은 10% 미만으로 떨어진다. World Bank에서 발표하는 물류지수(LPI : Logistics Performance Index)에서 미얀마의 수준은 최하위에 머문다. 지난 ’12년 기준 미얀마의 물류지수는 5점 만점에서 2.37점으로 155개국 가운데 129위에 해당되며, 역내 국가 가운데서도 최하위이다.

한편 전력난도 심각하여 미얀마 국민 4명 가운데 3명이 전기가 없이 살고 있다. 전기가 들어와도 정전이 잦으며,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디젤 발전기를 가동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디젤 발전 전력 비용은 일반 전력비용보다 4배 가량 비싸다. 종합적으로 보아 미얀마의 인프라 수준은 태국에 비해 1/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대도시 중심으로 수급불균형에 따른 토지가격 급등은 투자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 ’11년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는 토지가격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양곤과 만달레이에는 위원회가 설치됐다. 현재 1에이커 가격(양곤의 Hlaingtharya 공단)이 2억5천~4억차트(30만~47.6만 달러)이며, Thilawa 공단의 경우 1.9억차트(22.6만달러)이다. 이를 평당으로 환산하면 185달러~390달러에 달한다. 외국인 거주 용도의 침실 1개짜리 아파트 월세도 2천 달러에 달한다.

미얀마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외국인의 수요 증가에 의해 견인되고 있는데다, 다른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현지인들의 투기까지 가세하면서 걷잡을 수 없을 지경이다. 미얀마 정부는 토지투기를 막기 위해서 양도세율을 인상하는 등 대책에 나서고 있지만 공급이 부족하여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시스템 부재와 인권문제도 투자 발목

외환과 금융시장의 미발달도 외국인투자기회를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고질적 외환부족에 시달리는 미얀마 경제 구조상 수출대금이 없는 기업이 수입을 할 수가 없다. 복수환율제도 역시 외국기업들에게 불리했다. 공식환율은 지난 ’77년에 1달러당 6챠트(kyat)로 시작되어 거의 변동이 없는 반면 암시장 환율은 900챠트에 육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화를 갖고 들어와 공식환율로 바꾸는 외국기업들이 있을 수 없다. 다행히 지난 ’11년 4월부터 복수환율은 점차 시장 단일환율로 통합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현재는 공식환율이 달러당 820챠트, 비공식환율은 840챠트 정도로서 격차가 크지 않다. 한편 금융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미얀마에서 국내 자금조달은 상상하기 어렵다. 은행의 경우 국영 미얀마 투자상업은행(MICB)이 유일하며, 이나마도 양곤에 본점과 만달레이에 지점을 두는 데 그치고 있다. 주식시장은 ’15년 설립을 목표로 이제 논의가 시작되는 단계이다.

미얀마에 대한 서방 경제제재의 단초가 됐던 소수 민족에 대한 인권침해는 완화되고 있지만 진행형이다. 미얀마에는 버마족 이외 100개 이상의 소수민족이 공존하고 있는데 카친족과 정부군의 분쟁이 심각하다. 카친을 제외한 다른 종족과는 휴전협정이 체결되어 있으나 토착민 정착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초에는 서부 라킨(Rakhine)주에서 인종과 종교의 차이에 기인한 폭력사태가 발생하여 미얀마의 고질적 문제를 드러냈다. 인종분쟁이 심해지면 자연히 군부의 입김이 세지고 민주화 진행을 가로막을 우려가 크다. 사회적 안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환경은 급속도로 냉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 인프라 업종과 경공업의 투자 양극화 현상

인프라 부문 투자가 우선순위

아직까지 투자환경이 정비되지 않은 가운데서도 미얀마에 진출하려는 외국기업들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투자 양상에서 어떤 특징들이 나타나고 있는 지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인프라 업종의 진출이 가장 빠르게 나타난다. 앞서 지적했듯이 미얀마의 열악한 인프라 수준을 볼 때 제조업 진출 이전에 인프라를 설치하는 것이 우선순위일 것이다. 세계 굴지의 인프라 기업인 GE는 발전소 건설 계약을 준비 중에 있다. 태국은 인접국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인프라 건설과 경제특구 개발 등 대형 프로젝트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태국의 Toyo-Thai 건설사는 미얀마 Ahlone 지역에 100메가와트급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모두 1억 7천만달러가 소요되는 공사는 ’13년 2분기에 시작되어 ’14년 3분기에 완성될 예정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미얀마 최대 프로젝트인 다웨이(Dawei) 특구 개발이다. 태국과 이탈리아 합작회사인 ITD(Italian Thai Development)가 주도하는 Dawei Mega project의 총규모는 500억 달러에 이른다. 동 프로젝트에는 항구, 도로, 공단, 발전소, 상하수도 시설, 통신, 고속철도, 지역개발 등이 총 망라된다. 동 프로젝트는 양국 정부가 합의한 사항으로서 ’12년 아시아 정상회담에서도 재확인됐다. 양국간 합동고위위원회가 설치되고 실무자 회담 등이 시작됐으며, ’1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미얀마의 다웨이와 태국 국경을 잇는 도로 건설이 추진 중인데 자금확보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 일본 기업들은 규모가 큰 공단 개발에 있어서 컨소시엄 진출로 경제적 부담과 위험을 줄이고 있다. 일본의 마루베니, 미쓰비시, 스미토모 상사 등은 양곤 인근 경제특구 개발에 공동으로 나설 계획이다.

에너지 및 자원개발 투자 경쟁 심화 예상

둘째, 미얀마의 부존 자원을 채굴하고 운송하는 외국인투자는 기존의 중국 중심에서 다국적기업 참여 구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외국인투자에서 에너지와 중국의 비중은 매우 높게 나타난다. 지난 ’12년 1~7월의 외국인 직접투자 실적은 6억 6천만 달러였는데, 원유 및 가스에서 3억 7천만 달러, 전력 부문이 1억 9천만 달러로서 에너지 비중이 85%에 이른다. 이에 비해 제조업(7,200만달러)과 광업(2천만달러)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편이다. 국별로는 중국이 1억 9,500만 달러를 차지하여 1위이며, 영국(1억 4천만 달러), 인도(8,400만 달러), 홍콩(6,300만 달러)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참고로 누적 집행기준으로는 외국인투자액이 310억달러(’12년 9월 기준)에 이르며, 22개국으로부터 232건의 투자가 이뤄졌다.

그렇지만 중국은 미얀마 시장의 빠른 개혁개방과 서방기업들의 관심에 적지 않이 당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주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미얀마는 서방의 입김이 미치지 않는 중국의 독무대였다. 중국이 미얀마에 퍼부은 돈만 270억 달러에 달할 정도이며, 그 동안 미얀마의 원유, 가스, 광물 산업을 독차지해 왔다. 미얀마에서 가스전이 개발되면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으로 가는 식이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불교-이슬람 종교 및 종족분쟁이 발생했던 서부 Rakhin주의 Kyauk Phu에도 중국으로 향하는 파이프라인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에너지 및 자원 개발 분야에서만큼은 미얀마 군부와 중국이 밀월관계에 있었던 셈인데, ’11년 미얀마 민간정부 등장 이후 변화가 발생했다. 지난 ’11년 9월 미얀마는 중국 자본으로 건설 중인 카친주의 수력발전용 Myitsone 댐 프로젝트를 주민들의 반대를 이유로 중단시켰다. 여기에는 미얀마 수력자원을 착취하는 중국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이 작용한 것이다. 동 프로젝트는 36억 달러 규모로서 중국국영기업의 여러 프로젝트 가운데 최대 규모이다.

따라서 향후 개발 예정인 벵갈만 가스전 투자에 있어서는 중국의 독주가 아닌 다국적 메이저 업체들의 참여가 예상된다.

코카콜라 필두로 소비재 기업 탐색전

셋째, 미얀마의 소비인구를 겨냥한 소비재 기업들의 시장 탐색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표적 소비재 기업인 코카콜라, 펩시코, 샘소나이트, 혼다, 파이오니아 등이 합작계약, 사무소 설치 등을 통해 미얀마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통신은 인프라에 해당되지만 소비자와 접점을 갖기 때문에 소비재로 분류될 수도 있다. 다른 개도국과 마찬가지로 미얀마에서도 휴대폰 인구가 빠르게 늘고 IT 수요 전망도 긍정적이어서 외국기업들의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의 휴대폰 보급률은 3~4%로 가입인구가 적게는 180만명, 많게는 3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13년에는 4G 서비스가 도입되고 4개 이통 면허(국내 2개, 해외 2개 업체)가 경매를 통해 발급될 예정이다.

유선 통신 분야에서는 홍콩의 허치슨 글로벌통신(HGC)이 미얀마 정보통신부의 허가를 받고 국제전화, 데이터 통신에 진출하게 됐다. 외국업체로는 첫 번째 통신사업자 허가를 맡은 것이다. IT 부문에서 일본 NTT가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일본 NTT Com이 태국지사를 통해 양곤 사무소를 개설, 미얀마에 진출하는 다국적기업들에게 ICT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집약적 산업의 귀환

넷째, 노동집약적 봉제산업이 다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얀마에는 300개의 봉제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인근 방글라데시, 인도, 캄보디아의 봉제산업 규모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상태이다. 미얀마의 봉제산업은 ’03년 미국의 금수조치로 타격을 입었고 이후 성장이 정체되었다. ’12년에 미국과 EU의 무역제재 조치가 완화되면서 미얀마 봉제산업 부활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얀마 봉제업 연합(MGMA)의 회장은 가까운 시일 내에 봉제공장이 1천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서방기업들이 로컬업체들과 협의 중인데다 일본과 태국기업들은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얀마의 섬유-의복 수출액은 7억 7천만 달러(’11년)이며 주요 수출국은 일본(3억 5천만 달러)과 한국(1억 8천만 달러)으로 나타나고 있다.

4. 동남아 제조기지로서 미얀마 진출 고려

지금까지 미얀마에 대한 투자 양상을 살펴보건대, ’12년 4월 이후 서방의 경제제재가 완화되면서 급격히 높아진 미얀마에 대한 관심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개혁 개방의 시작 단계에 불과한 미얀마를 매우 유망한 소비시장 및 제조업 투자 대상지로 보기에는 무리가 많다. 미얀마는 동남아 경제권에서 분업 구조상 제조기지로서의 역할이 가장 부각될 국가로 고려해야 될 것이다.

차기 아시아 제조기지로서 역할 기대

미얀마의 최대 장점인 저임노동력을 활용한 제조기지로서 활용방안이 요구된다. 중국은 ’05년 WTO 가입 이후 동남아 일감마저 쓸어가면서 세계 제조기지로서 군림했다. 그렇지만 중국의 임금 상승률은 연평균 10~15%의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중국이 제조기지로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따라서 미얀마가 동남아의 새로운 생산기지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

미얀마 정부 역시 경제특구를 개발하면서 초기에는 경공업, 노동집약적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중화학공업은 차후에 고려할 대상으로 여긴다.

제조기지로서 미얀마가 유망한 또 다른 이유는 향후 메콩강 유역 경제권의 물류 연결이 더욱 원활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Greater Mekong Subregion 에는 베트남, 라오스, 태국, 미얀마가 포함되며, 동서 경제 corridor 계획에 의해 국가간 도로 연결이 이뤄질 계획이다. 또한 남부 경제 corridor 에 의해서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등이 연결된다는 청사진도 갖고 있다.

특히 태국은 미얀마와 인접한 국가로서 미얀마 진출의 통로(gateway)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태국 정부는 동남아의 중심에 위치한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하여, 향후 7년간 아세안 연결 물류개발에 3천억바트(1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아세안 물류지도가 완성되면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남중국이 고속철, 철도, 도로 등으로 연결된다.

이와 함께 미얀마에 대형선박 통행이 가능한 Dawei 항구가 건설된다면 인도양으로 향하는 중국 및 동남아 화물이동 경로가 크게 단축될 것이다.

섣부른 기대와 조급한 결정 피해야

그렇지만 미얀마 투자 및 사업에서 ‘빨리 빨리’를 앞세운다면 기대에 못 미치는 진출 실적을 두고 스스로 지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활한 사업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 개발에 많은 시일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항구, 도로, 전력 등 제반 인프라가 부족한데 공장이 제대로 가동될 리 만무하다. 예를 들어 태국의 Laem Chabang 항구 같은 성공 사례가 미얀마 Dawei 항구(개발 예정)와 배후 공단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지만 상기할 것은 태국의 Laem 항구 개발이 완성되는데 50~60년이 소요됐다는 점이다. 이에 비춰보더라도 다웨이 공단의 본격적 가동에는 20~30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미얀마의 경제개혁 개방 조치 역시 도입된 지 역사가 짧아서 관료주의적 부패와 비효율을 극복하고 법과 제도로 정착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인허가 절차가 까다로운 부문보다는 사업 정착이 쉬운 분야부터 시작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한편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환경을 고려함에 있어서 빠뜨려서 안 되는 것은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판단이다. 미얀마는 민주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다 소수민족과의 분쟁이 상시적인 나라이다. 급속한 민주화와 종족갈등으로 인해 정치불안이 야기되면 외국투자기업에게는 마이너스이다. 어느 한쪽이 주도 세력이 될 것인가에 대해 조급하게 판단하고 편향되어 버리면 결과 여부에 따라 사업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음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사업 파트너 선정의 중요성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미얀마의 경제 실세인 군부세력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미얀마에서는 대부분 합작사업 파트너들이 군부와 밀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의할 것은 서방국가들이 제재를 완화하고 있지만 악질 군벌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업파트너를 선정할 때는 군부 배경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소홀히 할 경우 미국의 에너지회사인 Unocal사 처럼 합작파트너 문제로 곤욕을 치룰 수 있다. 동사는 미얀마 국영석유가스회사(MOGE)와 합작으로 Yadana 지역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했는데, 배후에 있는 미얀마군이 부락민에 대해서 강제노동, 살인, 고문 등에 나선 것을 묵인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미국 연방법원은 Unocal사를 해외인권 위반사례로 적발했고, 이후 무혐의로 판결났지만 기업 이미지에는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미지 중요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기업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방안들이 투자 진출과 병행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당장의 사업과는 무관하더라도 미얀마 사회에서 절실한 교육훈련 지원 등에 나서면 미래 소비자들의 뇌리에는 좋은 기업 이미지로 남겨지기 때문이다. 코카콜라와 펩시코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미얀마에서도 실천하면서 이미지 제고의 효과도 노리고 있다. 펩시코의 경우 UNESCO와 MOU를 체결하고 미얀마 내 직업훈련을 지원하기로 했다. 코카콜라 역시 공익재단을 통해서 미얀마 여성인력 교육에 300만 달러를 지원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글로벌 기업의 이미지를 전파했다.

중국 국영기업들은 사후적이지만 미얀마 국경지대의 댐 건설 중단에서 교훈을 얻었다. 미얀마 정부와의 관계에만 주력하고 지역민의 정서를 무시했던데 대한 반성이다. 여기에서 교훈을 얻은 중국 기업들은 미얀마 진출 시 사회적 책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예를 들어 파이프라인 건설 중인 중국석유공사(CNPC)는 공사현장 근처의 마을에 많은 학교를 지어 주민들의 반감을 누그러뜨리고 있다.

이상의 상황들을 종합해서 보면 미얀마 진출은 첫 단추부터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조급한 성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시장 잠재력을 염두에 두고 하기 쉬운 분야부터 차근차근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현재의 미얀마는 투자기회보다 리스크를 찾기가 매우 쉬운 시장이다. 그렇다고 투자 리스크를 두려워하여 시장을 포기하는 우를 범하게 되면 후일 동남아시장의 중요한 발판 하나를 잃게 될 것이다.[LG경제연구원 강선구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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