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치인 안철수의 ‘수용한계’
[칼럼] 정치인 안철수의 ‘수용한계’
  • 고진현 논설위원
  • 승인 2013.03.05 1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도다리’에서 ‘노인병원’으로 선회한 안철수
뉴스 보도만 놓고 보자면 안철수 전 교수의 서울 ‘노원병’ 재보선 출마가 기정사실화하는 것 같다. 공교롭게도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한 지역구다보니 안 전 교수의 선택을 두고 말들이 많다.

필자가 안 전 교수의 출마소식을 접하고 든 생각은 이랬다. ‘준비 없이 나서도 될 것 같다는 그 나이브(naive·순진)함이 여전하구나.’ 말하자면 천하의 대통령은 몰라도 국회의원 정도야 하는 교만함과 나이브함의 조화라고나 할까.

아무튼 안 전 교수의 출마를 놓고 오가는 말은 주로 ‘부산 영도에서 출마해야 한다’ 또는 ‘10월 재보선에 서대문에서 출격해야 한다’ 등이다. 이들 안은 모두 안철수 측에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고, 그는 고심 끝에 노원병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안철수 전 교수의 노원병 출격이 과연 최선의 방법이고 수순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대선국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 후보에게 환호했던 것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염증으로 나타난 반사효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문제는 도마에 오른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전도 바로 여기서 출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하락’, ‘민주당의 무기력’ 등에 따른 반사이익 말이다.

대선이 끝난 뒤, 필자는 안 전 교수가 이른바 ‘정치 재개’하자면 몇 가지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봤다.

우선, 지난 대선사퇴에 대한 대국민 사과(또는 그의 지지자들을 향한). 다음으로 지난 대선에 대한 총체적 평가다. 그리고 신당에 대한 총체적 그림 및 비전, 창당의 경로 등이다. 안 전 교수가 이 정도의 견해는 밝히면서 정치를 재개할 것으로 기대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 그의 결정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불공정한’ 판결에 의해 노회찬 전 의원이 의원직을 잃은 지역에 뛰어든다는 것이 과연 ‘명분이 있는 것’인가, 나아가 노 의원에 대한 ‘인간에 대한 예의’인가 하는 점이다.

적어도 ‘안철수 현상’에 성원한 많은 사람들은 명분과 정도(正道)를 걷는 정치인 안철수를 기대한 것이 아니었을까. 쌈박질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그의 말대로 ‘정치 정상화’의 모범을 지지자들은 기대하지 않았을까.

이번 안철수 전 교수의 결정을 보면서 ‘공부 잘하는 우등생’을 떠올려본다. 주지하다시피 이는 제한된 조건 하에서 자기노력에 따라 성적이 매겨지는 것이다. 그럼 정치나 정치공간은 어떨까. 그것은 수많은 인생들의 본원적 욕망이 항시 충돌하는 변화무쌍한 공간이자 대단히 상대적인 곳이다.

그동안 안 전 교수의 행적을 보면서 가진 느낌은 ‘괜찮은 범생이.’(뭐 거기까지였지만.) 반면 정치인 안철수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부호를 붙었는데, 이번 결정을 보면서 ‘역시나’ 하는 생각이다.

실패를 모르고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자폐.’ 안철수도 이것에서 예외가 아니다. 생각해보니 그의 수용한계가 거기까지라는, 안철수의 세상에 대한 이해도와 용량이 거기까지라는 것!

진정 그의 입을 통해 듣고 싶다. 부산 ‘영도다리’에서 서울의 ‘노인 병원’(노원병)으로 선회한 이유를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86-12 금성빌딩 2층
  • 대표전화 : 02-333-0807
  • 팩스 : 02-333-0817
  • 법인명 : (주)파이낸셜신문
  • 제호 : 파이낸셜신문
  • 주간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8228
  • 등록일자 : 2009-4-10
  • 발행일자 : 2009-4-10
  • 간별 : 주간  
  • /  인터넷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825
  • 등록일자 : 2009-03-25
  • 발행일자 : 2009-03-25
  • 간별 : 인터넷신문
  • 발행 · 편집인 : 박광원
  • 편집국장 : 임권택
  • 전략기획마케팅 국장 : 심용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권택
  • Email : news@efnews.co.kr
  • 편집위원 : 신성대
  • 파이낸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셜신문. All rights reserved.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