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 양성화' 요원하다
'지하경제 양성화' 요원하다
  • 김남주 기자
  • 승인 2013.03.0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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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 강화시 조세저항과 경제활동 위축 우려도
▲ 박근혜 정부의 복지 정책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세수 탈루의 온상인 지하경제를 수면 위로 올려 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박민식 의원 주최로 열린 '지하경제 양성화, 그 방안은? 토론회 장면.
박근혜 정부의 복지 정책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재원 확보가 필수 전제조건이다. 증세를 하지 않고 복지재원을 확충하기 위해선 세수 탈루의 온상인 지하경제를 수면 위로 올려 놓아야 한다.

그래야 과세 자원이 늘고 세수가 늘어나 공약에서 내세운 복지 정책을 전개할 수 있는 돈이 마련될 수 있다. 국세청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핵심과제로 ‘지하경제 양성화’기치를 높이 내 건 이유다.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 실현을 위해 첫 번째로 꼽힌 분야는 가짜 석유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사흘 만에 가짜 석유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은 가짜 석유가 지하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가짜 석유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탈세 규모는 연간 1조원에 이르는 데다가 탈루 세액이 각종 불법적, 음성적 사업 자금의 원천이 되고 있다.

또 자동차 화재·폭발 등 대형 사고를 유발하는가 하면 톨루엔, 메탄올 등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물질이 대거 함유된 점도 고려됐다. 2003∼2008년 사이 가짜 휘발유·경유 사용으로 인한 자동차 화재·폭발 사고는 57건이다.

가짜 석유 업자들은 재료를 거래자료 없이 사들인 뒤(무자료 거래) 가짜 석유를 만들어 전국 주유소 등에 몰래 판매한다.

판매 대금은 친인척 등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관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값싼 난방용 등유를 경유와 섞어 무자료로 판매한 유류 도매업체, 가짜 석유를 정상 제품으로 속여 판 주유소 등도 조사 대상이다.

국세청 측은 “가짜 석유 해당 업체는 물론 제조에서 판매까지 전 유통 과정의 관련 인물과 거래처에 대해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를 적극 활용해 금융추적조사를 하겠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가짜 석유 제조·판매가 확인되는 경우 탈루세금 추징과 함께 당국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가짜석유 적발 현장의 사정은 결코 만만치 않다. 최근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가짜 휘발유를 유통시킨 석유사업자 적발 건수는 21건이었다. 2008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가짜 경유 적발도 2010년 347건, 2011년 368건으로 상승 추세였다가 지난해 298건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 수치일 뿐이다. 주유소나 일반대리점 등 허가 업체에서의 불법 활동은 크게 줄어들었지만 탱크로리 같은 이동판매차량으로 길거리 등에서 가짜 석유를 판매하는 비석유사업자는 여전히 활개를 쳤다.

지난해 비석유사업자가 가짜 석유를 팔다가 적발된 건수는 휘발유 1019건, 경유 383건 등 총 1544건에 달했다.

산업용 도료ㆍ시너 등의 용제혼합형이 90% 이상인 가짜 휘발유는 용제업소의 대규모 단속으로 2011년(1879건)에 비해 다소 줄었다.

하지만 경유혼합형 가짜 경유는 48.4%나 늘었다. 그나마 과거에는 단속이라도 가능했지만 지금은 감독기관의 관리 밖으로 나가 불특정 장소에서 팔고 빠지는 식이 된 것이다.

길거리 판매 특성상 단속도 쉽지 않다. 현재 주유소 외 장소에서 유통되는 석유제품은 전체의 15% 정도다. 이 가운데 불법 유통량은 어림잡기도 어려운 상황. 정부가 가짜 석유 근절을 위해 도입을 추진 중인 ‘석유제품 수급보고전산화시스템’도 주유소 주유기에서 나오는 판매량만 집계하기 때문에 길거리 판매를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

정부는 오는 2015년 수급보고시스템 구축에 맞춰 석유관리원 단속 인력을 비석유사업자 적발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일단은 단속인력 조정이 현재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라며 “수급보고시스템이 도입되면 길거리 판매 등에 단속이 집중돼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를 시작으로 차명재산 은닉이나 비자금 조성, 고액 현금거래 탈루, 역외 탈세 등에 대해 지속적인 현장 정보 수집·검증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대기업과 고액 자산가의 일감 몰아주기나 상장사 주식 증여 등을 통한 편법 상속·증여 행위도 조사 대상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하경제 탈세 행위가 포착되는 즉시 신속하고 강력한 세무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2차, 3차 세무조사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국세청은 이를 위해 각 지방국세청 조사국에 세무조사 전문인력 400여명을 증원하고 인력 재배치를 단행했다.

지하경제가 차명계좌와 고액 현금거래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탈루 혐의를 분석할 때도 FIU의 고액 현금거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 중이다.

국세청은 FIU의 고액 현금거래 정보를 활용하면 연간 4조원가량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하지만 당국의 세무조사 강화에 대한 조세저항과 경제활동 위축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에선 “국세청 추정이 과장됐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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