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기관장 낙하산 인사 제동 걸릴까?
공기업 기관장 낙하산 인사 제동 걸릴까?
  • 김상호 기자
  • 승인 2013.03.1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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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인사 대한 근본적인 변화 필요 '한 목소리'
▲박근혜 대통령이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여러 차례 지적한 가운데 잔여 임기가 남은 공기업 기관장 교체 여부를 놓고 설(說)이 무성하다.
공기업들의 체질개선을 위한 각종 개혁조치에도 불구하고 공기업 임원들에 대한 ‘낙하산’관행은 이전 정권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여러 차례 지적한 가운데 잔여 임기가 남은 공기업 기관장 교체 여부를 놓고 설(說)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공기업 기관장의 잔여 임기를 보장하기로 했다거나, 반대로 낙하산 논란 대상인 금융 공기업 기관장의 경우 이미 청와대에서 자진 사퇴하라는 의사를 간접 전달했다는 얘기 등이 엇갈리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공기업 기관장 인사와 관련해 아직까지 확정된 방침은 없다”며 “다만 전문성을 중시하고 낙하산 인사만큼은 안 된다는 원칙만 세워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잔여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뜻이 공기업에 전달됐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사실 낙하산 인사 근절이라는 화두는 역대 정권의 ‘영원한 숙제’였다.

김대중 정부는 ‘개혁’을, 노무현 정부는 ‘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낙하산 인사의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공언해왔지만 결과적으론 모두 ‘용두사미’로 끝났다.

이명박 정부 역시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인사혁신 ▲보수체계 개편 ▲노사관계 개선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변신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정부 산하 공기업들의 인사 관행을 면밀히 살펴보면 ‘코드 인사’라고 비판했던 관행, 즉 전직 국회의원이나 선거 낙천·낙선 인사 등이 공기업 사장이나 감사, 이사 등으로 옮겨가는 바로 그 부정적인 관행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물론 일부 인사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추진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대부분은 업무의 연관성 없이 논공행상식으로 이리저리 자리를 꿰찬 상태다.

전문가들은 “낙하산 인사의 답습으로 기관장들이 무사안일주의와 적당주의에 안주할 경우 해당 기관의 경영 효율성은 약화되고 직원들의 사기는 저하된다”며 “공공부문 인사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명박 정부 말기에도 청와대 비서진 등이 전문성과 관계없이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감사 등의 자리로 옮겨 가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와대 비서진 4명이 코트라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의 감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20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상임감사에 이성환 전 청와대 홍보수석실 비서관을 임명한 바 있다.

유현국 전 대통령실 정보분석비서관도 지난해 12월10일 코트라 감사로 부임했고, 박병옥 전 청와대 서민정책 비서관 역시 같은 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감사로 자리를 옮겼다.

유 전 비서관은 군 출신이고, 박 전 비서관 역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과 지구촌 빈곤퇴치 시민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 등의 주요 경력으로 볼 때 심사평가원의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한국감정원 역시 지난해 12월6일 유정권 전 대통령실 경호처 군사관리관을 상임 감사위원에 임명했고, 지난해 8월에는 이성호 전 국방대 총장과 손창완 전 경찰대학장이 각각 가스공사와 코레일 상임감사로 자리를 옮기는 등 군과 경찰 출신인사들이 직무 연관성과 거리가 먼 자리로 앉았다.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낙하산 부대’들이 임기가 보장 돼 있기 때문에 새 정부의 인사권을 제약받게 되는 셈이다.

공기업 인사개혁 방안 마련 등 투명성 높여야

물론 정부는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각종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재정부는 각 기관장들의 노조 눈치 보기를 뿌리 뽑기 위해 올해부터 모든 공공기관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의 개정 사항을 ‘공공기관 정보공개 시스템’에 수시로 공개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 당국의 지속적인 제도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의 인사와 재정을 ‘전리품’으로 취급하는 정치권의 인식과 정부 부처 퇴직 직원들에 대한 전관예우 관행 등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낙하산 시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무분별한 낙하산 인사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도 필요하다.

현행 공직자윤리법과 시행령은 공무원의 경우 퇴직일로부터 2년 동안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했던 부서 업무와 관련이 있는 민간 기업에는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자본금 50억원 이상이며 외형거래액이 연간 150억원 이상인 기업체’ 등만을 취업 제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 같은 낙하산 시비를 차단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공기업 기관장을 일괄 교체하는 식의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전문성 없이 낙하산으로 내려간 인사들의 경우 매년 정부가 매기는 공기업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교체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바꿔 앞으로 공기업 기관장을 선임할 때는 전문자격 요건을 강화해 정치적 영향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월30일 인수위 정무분과 토론회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는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전문성 고려 없이 임명한 공기업 기관장들의 대거 물갈이 가능성이 나오기도 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년 임기가 끝나는 기관장은 177명이며, 이사 감사 등을 포함하면 모두 367명에 달한다.

다만 인사 원칙으로 전문성을 강조한 만큼 실무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은 임기초 교체하기 보다는 잔여 임기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22일 열리는 주총에서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관련 규정상 연임할 수 없는 방민준(전 뉴데일리 부사장), 신희택(서울대 교수) 이사 교체에 그쳤다. 그 자리엔 박영수 법무법인 산호 대표 변호사, 채희율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가 선임됐다.
금융계, 대부분 현직 인사 유지

3월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주요 기업의 사외이사 선임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올해는 박근혜 정부가 새로 출범하고, 우리나라에 사외이사 제도가 공식적으로 도입된 지 15년이 되는 해다.

금융지주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의 사외이사들이 대부분 유임됐다. 민간 대기업은 권력기관 출신의 고위 관료 영입이 이어지고 있다.

대주주와 관련 없는 외부인사를 이사회에 참가시켜 독단 경영과 전횡을 차단한다는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가 아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당초 금융계에서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금융지주사 대표와 사외이사진 상당수가 교체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임기 만료로 그만두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리를 그대로 유지할 전망이다.

새 정부의 금융권 인사 관련 지침이 없어 일단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형 금융지주사 고위 관계자는 “아직 청와대로부터 대표이사나 사외이사 선출과 관련된 이야기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가 소유한 우리금융지주는 22일 열리는 주총에서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관련 규정상 연임할 수 없는 방민준(전 뉴데일리 부사장), 신희택(서울대 교수) 이사 교체에 그친다.

그 자리엔 박영수 법무법인 산호 대표 변호사, 채희율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가 들어간다.

농협금융지주도 4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으로 임명되며 사임한 홍기택 이사의 후임을 22일 이사회에서 새로 뽑을 뿐이다.

KB금융지주는 임기 만료로 물러나는 함상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대신에 김영과 전 한국증권금융사장을 바꾸는 데 그친다.

신한금융지주는 일본 대표인 유재근 삼경본사 회장이 물러나고 역시 재일 교포인 고부인 ㈜산세이 대표이사가 새로 사외이사를 맡는다.

하나금융지주는 임기를 채운 김경섭 전 감사위원, 유병택 하나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이 물러난다. 신규 사외이사로 정광선 전 중앙대 교수와 오찬석 전 한영회계법인 대표, 박문규 전 PMK 대표를 선임했다.

대기업, 거물급 인사 영입관행 여전

대기업이 사정기관이나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의 거물급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관행은 여전하다.

㈜두산은 오는 29일 열리는 주총에서 송광수 전 검찰총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뽑을 예정이다. 두산중공업도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검찰 출신 인사의 줄 이은 영입이다.

㈜GS는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 삼성전자는 송광수 전 검찰총장, 현대제철은 정호열 전 공정위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롯데케미칼은 대구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서현수 세무법인 우경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CJ제일제당은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김갑순 딜로이트 코리아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KT는 송도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송 고문은 2008~2011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한 방송정책 전문가다.
▲한국가스공사는 7명의 비상임이사(사외이사) 가운데 김명환(전 해병대사령관) 이사를 비롯한 5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이달 말 한꺼번에 끝난다.
공기업, 새 정부 눈치 보느라 지연

한국가스공사는 7명의 비상임이사(사외이사) 가운데 김명환(전 해병대사령관) 이사를 비롯한 5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이달 말 한꺼번에 끝난다.

가스공사는 상장기업이어서 비상임이사에 대해 공공기관운영위의 심의·의결뿐 아니라 주주총회까지 거쳐야 한다. 하지만 비상임이사의 후임자를 정하는 과정이 늦어져 이달 29일로 예정된 정기주총에선 이 안건을 아예 처리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 측은 “후임 비상임이사를 모집해 임시주총까지 열어 결정하는 데 2~3개월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정기·임시회를 포함해 모두 14번의 이사회를 열었다.

‘금융거래한도 약정 승인의 건’ ‘부동산 매각 승인의 건’을 비롯한 50여 건의 안건에 대해 지난해 말 사임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한 5명의 사외이사 ‘반대’ 의견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모두 찬성이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안건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사들이 문제점을 지적하면 이를 보완·수정해 이사회에 올리기 때문에 반대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철도공사는 8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3명이 임기가 만료된 상태다.

김주섭(전 한국담배인삼공사 감사), 김영섭(전 관세청장), 한명철(전 서울시의원) 이사의 임기는 2월 9일로 끝났다. 하지만 현재 후임 임원을 정하는 절차를 진행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한국전력은 8명의 비상임이사 중 유창무(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이사가 최근 퇴임했지만 역시 후임을 결정하는 절차는 진행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한국전력·가스공사·철도공사 같은 공기업의 사외이사 선임 절차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위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들 기업은 이사 정원의 절반을 사외이사로 둬야 한다. 사외이사 결원이 생기거나 임기 만료가 다가올 때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를 모집한다.

후보는 보통 3배수로 추린 뒤 매달 한 번꼴로 열리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올린다. 운영위는 적격성 심사를 거쳐 다시 2배수로 압축한다. 최종 선정과 임명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다.

절차를 마치는 데 빨라도 2개월은 걸린다.

문제는 올해 사외이사 선임이 새 정부 출범시기와 겹치면서 일부 공기업에서 선임이나 연임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들어 두 차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열렸지만 사외이사 선임에 관한 안건은 처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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