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의 불편한 진실
아모레퍼시픽의 불편한 진실
  • 김상호 기자
  • 승인 2013.03.18 13: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네티즌, 동물실험 제조 제품 불매운동 동참 90%
▲ 국내 화장품 업계 1위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을 비롯 일부 화장품업체들은 중국 등 일부 국가에 수출하는 제품에 한해 동물실험이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에는 동물실험 안 한다?
中·베트남 수출용 제품 동물실험 여전…대체법 시급


동물실험을 한 원료를 가져다 완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에 대해 그 필요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기술 발전에 큰 기여를 한다’라는 의견과 ‘인간의 욕심 때문에 동물들에게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라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 화장품 업계가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제품’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홍보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 등 일부 국가에 수출하는 제품에 동물실험이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국내 주요 화장품 업계가 중국과 베트남 등 일부 국가로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 해당 국가에서 동물실험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화장품의 안전성 검증을 위해 동물실험을 법적으로 요구하지 않는다. 과거에 안전성이 검증된 원료를 사용할 경우에는 실험 결과를 요구하지 않지만, 독성이 검증되지 않은 신 원료를 사용했을 경우에만 요구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 동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국내 화장품 안전성 검증 ‘동물실험’ 안한다던데
동물연,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동물실험 중단 요구”


이런 가운데 국내 화장품 업계 1위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을 비롯 일부 화장품업체들은 중국 등 일부 국가에 수출하는 제품에 한해 동물실험이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급기야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은 지난 11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 앞에서 국내 화장품 회사의 동물실험 중단을 촉구하는 실력행사를 가졌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은 ▲국내 화장품 회사들의 동물실험 중단 ▲화장품 동물실험 여부 표시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내용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 등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이날 실험동물의 탈을 쓰고 철창 안에서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아모레퍼시픽 측에 항의서한도 전달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은 지난 11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 앞에서 국내 화장품 회사의 동물실험 중단을 촉구했다.(자료사진)

한국동물보호연합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홈페이지를 통해 화장품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중국 수출용 화장품을 위한 동물 실험이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국내 타 화장품 회사들도 동물실험을 단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측은 “2008년 이후 국내 화장품 원료와 완제품에 대해서는 동물실험을 안 하고 있다”며 “다만 중국에서는 해당 국가에서 의무적으로 동물실험을 하도록 돼 있어 중국에 진출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약청의 동물실험시설 등록 현황에는 ‘(주)아모레퍼시픽기술연구원 의약품연구소(경기도 용인시 소재)’가 정식 등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부터 동물 실험은 일체 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던 아모레퍼시픽은 식약청에 등록된 동물 실험 시설물은 화장품에 대한 동물 실험이 아니라 건강식품을 비롯해 일반의약품, 의약외품에 대한 실험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아모레퍼시픽은 동물 실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고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08년부터 모든 화장품의 완제품 및 원료에 대해 동물 실험을 실시하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한 동물단체 전문가는 “아모레퍼시픽이 동물실험을 화장품 제조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100% 믿기는 어렵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한 네티즌은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화장품에 동물 실험을 하지 않으면 나머지 제품에는 동물 실험을 해도 된다는 마인드는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최근 소비자 설문 조사에서도 동물 실험으로 제조한 제품에 대해서는 불매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응답자가 90%에 이를 만큼 동물 실험에 대한 반감이 거세지고 있고, 해외에서는 동물 실험으로 제조한 제품은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한 소비자는 “원료에 대해서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다면서 나머지 제품의 동물 실험은 무엇으로 이뤄지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해켐(계란유정란 실험)을 비롯해 소의 도축된 안구, 인공피부를 가지고 실험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나라들은 화장품 성분 개발을 위해 동물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중국은 화장품 동물실험을 법적으로 요구하는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이다. 중국은 모든 화장품에 대해 법적으로 동물실험을 요구하며 외국에서 수입해 들여오는 제품의 경우 중국 정부에 동물실험을 위탁하기 위한 돈을 지불해야 한다.

베트남 역시 화장품이 의약품으로 분류돼 동물실험이 불가피하게 이뤄지고 있다.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로레알그룹 뿐 아니라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대형 기업도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중국 등 해당 나라 법에서 요구하는 경우 동물실험을 실시하거나 다른 기관에 의뢰를 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회자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국내에서 화장품 독성검증을 위한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았더라도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의무”라며 “중국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중국 판매를 포기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역시 동물실험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아직까지 약물동태, 반복투여 독성 등 3가지 독성분야 시험법을 대체할 만한 방법을 찾지 못한 상태다.

대체실험은 살아있는 동물 대신 도축된 소의 각막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동물실험을 법적으로 금지한 유럽 국가들 사이에 널리 통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2011년 실험동물사용 현황’에 따르면 2011년 의약품과 화장품의 신제품 개발 등을 위해 쥐, 토끼, 개 등의 실험동물이 매년 수백 마리씩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언주 민주통합당 의원.
이언주 의원 150만 마리, 대체 시험가능 시 자제

더욱이 지난 19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이언주 민주통합당 의원(경기 광명을)은 의약품과 화장품의 신제품 개발 등을 위해 약 150만 마리의 실험동물이 사용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식약청이 제출한 ‘2011년 실험동물사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사용된 동물은 설치류로 전체의 93.6%인 약 138만 마리가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 중 쥐가 105만 마리로 가장 많았고 이 밖에 래트, 기니피그, 햄스터 등의 순이었다.

이중 설치류는 체구가 작아 취급이 쉬워 두루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래트는 약리, 대사, 생화학, 영양학 측면에서 인간과 유사성이 높아 독성 실험에 사용되고 햄스터는 바이러스에 민감하고, 기니피그는 항생제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이밖에 토끼는 약 4만 마리가 사용됐고, 개(3,834 마리) 돼지(2,979 마리) 원숭이(760 마리)도 사용됐다.

원숭이의 경우 인간과 유사성이 가장 높아 뇌신경, 소아마비, 약물 안전성 등의 연구 목적에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 동물은 약 5만 마리가 사용됐고 그 중 가장 많은 것은 어류로서 넙치(1만2,500 마리) 잉어(7,740마리) 송사리(5,995 마리) 미꾸라지(1,500 마리) 등으로 나타났다.

어류는 온도 및 전해조절, 내분비학, 세균성 질병, 행동 유전학 및 수질 오염 등의 연구와 시신경 연구, 간암의 전이 연구 등에 사용된다. 그 밖에 동물 실험에는 고양이, 소, 염소, 닭 등과 양서류 등이 광범위하게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동물 실험은 개발 단계의 의약품이나 화장품이 인체에 미치는 효과나 부작용을 먼저 검증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의학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다만 실험 기술의 발전으로 굳이 동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 동물보호 및 실험동물 윤리 차원에서 동물실험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에는 살아 있는 토끼의 각막을 이용해 화장품 자극 시험을 했으나 이제는 도축된 소의 각막으로 대체할 수도 있고 2011년 개발된 백일해백신의 효능 평가 대체 시험법을 이용하면 마우스 독성 시험을 시험 키트로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이 국정감사에서 동물 실험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가 나오고 아모레퍼시픽연구소에서 여전히 동물 실험을 하고 있다는 자료가 나오자 동물 실험을 일체 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온 아모레퍼시픽 측은 화장품에만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바꿔 소비자들의 분노를 샀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우리는 피부 일차자극시험, 안점막 자극시험, 피부감작성시험 등에 대한 OECD 가이드라인과 EU 등의 대체시험법을 확보하고 있다”며 “화장품 안전성을 좀 더 명확히 판정할 수 있도록 새로운 대체 시험법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이러한 노력이 향후 제품 개발은 물론 해외 사업에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U, 동물실험제품 판매 금지…국내법은 ‘소극적’

하지만 동물실험을 전면 금지하는 법적 규제가 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11일 유럽연합(EU)은 동물실험을 통해 개발된 화장품에 대한 전면 판매 금지 조치를 발효했다. 이러한 판매금지 조치는 동물실험이 어느 국가, 어느 지역에서 실시됐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동물실험으로 개발된 화장품, 성분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유럽연합은 지난 2009년에 화장품 원료에 대한 동물실험을 금지하고 올해 3월11일부터 동물실험 화장품의 유럽연합 내 수입, 유통, 판매도 금지했다.

그러나 이제 EU뿐 아니라 EU 내 국가에서 화장품과 화장품 성분을 판매하고자 하는 모든 기업과 브랜드는 동물 실험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는 비누에서 치약 등 세면용품은 물론, 미용제품을 포함한 모든 화장품에 적용된다.

또한 유럽 외에도 이스라엘에서 비슷한 법안이 올해 초부터 시행됐으며, 인도에서도 이를 위해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간과 동물의 유전적 배경이 달라 약 3만 가지의 인간의 질병 가운데 동물과 공유하는 질병은 고작 1.16%에 불과하기 때문에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들도 나오면서 동물실험 금지는 점점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동물실험’을 두고 화장품 회사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일부 화장품 회사들은 여잔히 동물 실험이 제품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화장품이 인체에 미칠 수 있는 유해성 검사를 하기위해 동물 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장품에 대한 피부 안전성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동물실험 외에 대체할 수 있는 시험법이 제한된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현재까지 약물동태, 반복투여 독성 등 3가지 독성분야 시험법을 대체할 이렇다 할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대체시험법이 추가로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86-12 금성빌딩 2층
  • 대표전화 : 02-333-0807
  • 팩스 : 02-333-0817
  • 법인명 : (주)파이낸셜신문
  • 제호 : 파이낸셜신문
  • 주간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8228호
  • 등록일자 : 2009-04-10
  • 간별 : 주간  
  • /  인터넷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825
  • 등록일자 : 2009-03-25
  • 간별 : 인터넷신문
  • 발행 · 편집인 : 박광원
  • 편집국장 : 임권택
  • 전략기획마케팅 국장 : 심용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권택
  • Email : news@efnews.co.kr
  • 편집위원 : 신성대
  • 파이낸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파이낸셜신문. All rights reserved.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